5개 종목 원화거래 중지 예고
25개 종목은 '투자 유의' 지정
발표 나온 뒤 70% 안팎 폭락

"내부 기준 미달"이라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 안해
다른 거래소도 상폐 줄이을 듯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가 지난주 금요일 오후 30개 알트코인에 대해 전격적으로 상장폐지 및 원화거래 중지를 예고하면서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업비트 측은 이처럼 급작스러운 조치에도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주요 거래소들이 이달 예정된 금융당국 실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잡코인 솎아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당분간 알트코인 시장에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업비트 '잡코인 기습 퇴출'에 3조 증발…거래소 실사 앞두고 부랴부랴 정리

‘복붙’식 상폐 사유에 빈축
업비트는 지난 11일 오후 5시30분께 페이코인과 마로, 옵저버, 솔브케어, 퀴즈톡 등 5종의 암호화폐에 대해 원화거래 중지를 예고했다. 오는 18일 낮 12시가 지나면 이들 암호화폐는 원화로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업비트는 또 코모도와 애드엑스, 엘비알와이크레딧, 이그니스, 디마켓, 트웰브쉽스, 람다 등 25종에 대해서는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들 종목은 18일까지 업비트 측 지정 사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 거래소에서 공식 퇴출된다. 업비트가 과거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던 암호화폐 14종 가운데 상장폐지로 이어지지 않은 종목은 단 하나도 없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오자 이들 알트코인은 70% 넘게 폭락했다. 특히 원화거래가 중단되는 5종의 암호화폐는 시총 합계가 발표 직전 5조2739억원에서 13일 오후 6시 현재 1조9112억원으로 쪼그라들면서 3조3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국내 전자지급결제(PG) 회사인 다날이 만든 것으로 유명해지면서 몸값이 한때 16조원을 넘었던 페이코인은 가격이 발표 전(1190원) 대비 62.6% 떨어진 445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마로도 기존 301원에서 81.2원으로 73.0% 급락했으며 옵저버(71.9%), 퀴즈톡(67.6%), 솔브케어(55.4%) 등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문제는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가 구체적인 상폐 사유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비트는 30개 코인에 대해 일괄적으로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만 설명했다.

25개 유의종목 중 19종은 업비트 외에 빗썸이나 코인원, 코빗 등 대형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아 처분조차 쉽지 않다. 피카 바이트토큰 베이직 픽셀 람다 링엑스 등 나머지 6종도 다른 대형 거래소에서 잇따라 거래를 중지할 가능성이 높다. ‘눈물을 머금은 손절’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물론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25종 암호화폐 가운데 추후 개발사들의 해명을 거쳐 지정이 해제되는 종목이 나올 수도 있지만 확률은 상당히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25종 중 절반 이상은 코인을 만든 핵심 개발자가 한국 국적인 ‘김치코인’으로 전해졌다.
“잡코인 솎아내기 신호탄”
다른 거래소에서도 잡코인 상장폐지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앞서 거래대금 기준으로 상위 10위권 거래소인 프로비트도 지난달 21일과 24일 총 200여 종의 알트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업비트의 이번 상장폐지 발표가 금융당국이 오는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상 사업자 등록을 앞두고 거래소 실사 작업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국은 지난 10일 직접 거래소를 찾아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관련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거래소에 대한 실사를 예고한 셈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이 시행된 지난 3월 거래 내역 추적이 어려운 ‘다크코인’이 상장된 주요 거래소에 대해 당국 관계자가 강하게 질타하자 모든 거래소가 해당 코인 거래를 중지한 사례가 있었다”며 “다른 대형 거래소들도 이달 말까지 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