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암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심뇌혈관질환을 두려워한다. 심뇌혈관질환은 치료 후에도 되돌리기 힘든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후유장해 정도에 따라 일상을 되찾기까지 누적되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성 뇌경색이 발병한 이후 5년간 지출하는 의료비가 4700만원에서 2억4000만원까지 다섯 배나 차이가 났다.
다행히 심뇌혈관질환은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몸에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뇌졸중은 ‘미니 뇌졸중’이라 부르는 전조증상이 찾아올 수 있다. 이때 신속히 치료를 받으면 더 큰 뇌졸중으로 가는 길목이 차단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조증상이 없거나 잘 모르고 지나쳤다가 심각한 뇌졸중이 왔다면 어떻게 될까. 퇴원 후에도 길게는 몇 년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고 심지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심뇌혈관질환 보험은 긴 회복기까지 고려한 단계별 보장이 필요하다. 전조증상 진단비부터 긴급하게 필요한 입원·수술비는 물론이고, 수년간의 재활치료비와 간병자금이나 구멍 난 가족의 생활비까지 빠짐없이 준비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일상을 마비시키는 심뇌혈관질환. 혹시 모를 불청객의 방문에도 마음 편히 치료와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보장자산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게 좋겠다.
하나금융 100세 행복연구센터가 지난해 50~64세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퇴직 연령(가장 오래 다닌 회사 기준)은 평균 49.5세에 불과했다. 노령연금인 국민연금 수령 시점(61~65세)까지 남은 ‘소득 크레바스(연금 개시 전까지 소득 없이 지내는 기간)’가 평균 12년6개월에 달한다는 의미다.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국민연금과 기업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뤄진 ‘3층 연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를 위해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당장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소득원이 될 연금형 금융상품 중 기본 세액공제 한도가 가장 크고 퇴직금 수령 기능을 통해 소득세도 대폭 줄일 수 있어서다. 지난해만 잔액 30% 늘어IRP는 기본 세액공제만으로 매년 납입금액의 연 10% 이상의 수익을 내는 효과가 있다. 이벤트 예·적금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나은 셈이다. 기본 세액공제 한도는 연 700만원(만 50세 이상 연 900만원)이다. 총 급여 5500만원 미만으로 공제율 16.5%를 적용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최대 115만5000원에 달한다. IRP와 ‘사촌지간’인 연금저축의 새액공제 한도는 연 400만원 규모다. 정주연 농협은행 퇴직연금컨설팅팀장은 “회사 퇴직금을 IRP나 연금저축 계좌로 수령하면 소득세의 30%를 줄일 수 있고, 나머지 70%도 분리과세돼 운용기간 동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IRP는 연금저축과 달리 압류될 위험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IRP는 자산 운용을 가입자 본인이 결정한다는 점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같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면 새 직장에서 다시 가입해야 하는 일반 퇴직연금과는 달리 연속성이 보장된다.IRP 잔액은 2020년 말 33조5569억원을 기록해 전년도의 25조3950억원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증시 활황과 세제 혜택 덕분이다. 정부는 IRP 활성화를 목적으로 2020년부터 3년간 만 50세 이상 세액 공제 한도를 900만원까지로 늘렸다(연 소득 1억2000만원 이상은 700만원). IRP에 대한 세액공제는 덜 낸 세금 또한 복리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잦은 변경보다는 장기 투자IRP 계좌로는 주식을 직접 사는 게 불가능하다.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상품을 담은 실적 배당형 펀드(위험자산)에 전체의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안전자산을 30%까진 반드시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30%를 반드시 저축은행과 은행 예금에만 묻어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따르면 IRP에는 ‘증권에 대한 분산투자 등으로 투자 위험도를 낮춘 상품’을 100%까지 담을 수 있다. 채권형 펀드, 채권혼합형 펀드, 단기금융 펀드를 30% 이상 담고, 나머지 70%를 위험 자산으로 굴리는 적극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최근 IRP 포트폴리오를 바꿔 수익률을 높인 사람이 많다. 증시가 저점에 진입했다고 여기면 주식형 펀드 비중을 높이고, 반대면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자산을 늘려 위험을 회피하는 식이다. 포트폴리오 변경도 간편해졌다. 예전처럼 창구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통해 상담할 필요가 없다. 금융회사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고,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추천 상품을 받을 수도 있다. 최은미 하나은행 연금사업지원섹션 차장은 “잦은 포트폴리오 변경은 추천하는 방식이 아니다”며 “장기 투자와 자산 배분으로 변동성을 줄이는 게 연금 투자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 한도까지 붓는 건 불리할 수도IRP 가입 금액은 세액공제 한도만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한도를 꽉 채워 붓는 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조언한다. 소득이 적은 30대 직장인은 주택 구입과 자녀 육아 등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다. 생애 소득 관점에선 한도를 꽉 채우는 게 불리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30대라면 매달 급여일에 20만~30만원가량을 IRP에 자동이체를 통해 넣고, 연말 성과급이나 연말정산 환급액 등의 규모를 보고 세액공제 한도를 맞추라고 권한다.연 소득 6000만원인 30대 직장인이 연간 240만~360만원을 IRP계좌에 쌓고, 일회성 소득 200만~300만원을 넣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불입 금액은 최대 공제한도 700만원에 못 미치는 440만~660만원이 된다. 연금 수령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노후 대비에 쓸 여유 자금이 있다면 연간 최대 한도인 1800만원까지 넣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세액공제 한도를 넘은 금액은 나중에 연금으로 받거나 중도에 꺼내 쓸 때 ‘과세 제외’ 금액에 해당돼 비과세 혜택을 받을 길이 있기 때문이다.서영일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 프로(세무사)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추가 납입 금액에서 발생하는 운용 수익은 연간 1200만원 이하로 연금을 받는 경우에 한해 저율로 분리과세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IRP에는 너무 많은 상품을 한꺼번에 담을 필요가 없다. 5개 안팎이면 무난하다. 비슷한 상품이 얼마든지 있다. 10개를 넘어섰다면 비슷한 상품이 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트폴리오를 짜는 큰 원칙은 연령과 위험(리스크) 감수 성향이다. 직장생활이 많이 남은 20~30대는 60~70%(한도)까지 위험자산을 담아 공격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은퇴 연령이 다가올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변화도 필수다.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절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를 담는 게 중요한 요령이다. TDF에는 ‘2045’와 같은 숫자가 붙는다. 2045라는 숫자가 있다면 가입자의 은퇴 시기를 2045년으로 맞추고, 비중을 조절해 간다는 의미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도움주신 분들)서영일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 프로(세무사)정주연 농협은행 퇴직연금컨설팅팀장최은미 하나은행 연금사업지원섹션 차장
지난해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익률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지수가 32% 이상 급등한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사 43곳(은행·증권·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원금 비보장형 IRP의 평균 수익률은 연 13.6%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연 6.56%였다.증권 은행 보험사 등 각 업권에서 IRP를 가장 많이 판매한 상위 5개사의 단순 평균 수익률을 비교해보니 증권사의 수익률(원금 비보장형)이 연 14.46%로 가장 높았다. 보험사의 비보장형 상품은 연평균 13.13%의 수익률을 보였다. 5대 은행은 연 11.27%였다.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 NH투자 KB 삼성증권 등 5대 증권사 중 비보장형 IRP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곳은 KB증권(연 17.03%)이었다. 2위는 NH투자증권으로 연 15.4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3위는 한국투자증권(연 14.93%)이었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비보장형 적립금(1조3309억원)을 보유한 미래에셋대우는 연 13.79%로 수익률 부문에선 4위를 기록했다.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주요 5개 은행 가운데 농협은행의 지난해 4분기 비보장형 IRP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 수익률은 연 13.43%로 증권업계에 버금갔다. 2위는 국민은행(연 13.14%), 3위는 하나은행(연 11.09%)이었다. 금융업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IRP 가입자가 증권사 고객에 비해 위험 추구성향이 낮아 상대적으로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 혜택을 크게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원금보장형 상품은 보험사가 타 금융업권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롯데손해보험의 보장형 IRP 수익률은 연 2.16%다. 국민은행(연 1.28%) 수익률과 약 1%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률이 회사의 연금 운용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다”며 “어디에 투자할지는 개인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며 고속성장했다. 시장을 장악하는 순간 모든 고객을 독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도 랠리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최근 각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 틈을 타고 중소형 플랫폼이 약진하고 있다. 페이스북 대항마로 부상한 핀터레스트와 스냅, 알리바바 저격수가 된 핀둬둬(PDD)와 다다넥서스가 대표적이다. 주가 상승률 빅테크 압도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 주가는 연초 이후 24.9%(현지시간 12일 기준) 상승했다. 최근 1년간으로 보면 세 배 넘게 올랐다. 이미지 공유 플랫폼인 핀터레스트도 올해 23.5% 올랐다. 경쟁사인 페이스북 주가는 같은 기간 0.58% 상승에 그쳤다.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도 연초 이후 33.2% 올랐다. 이커머스 1위 아마존 상승률(2.89%)의 열 배가 넘는다.중국도 비슷하다. 최근 1년간 알리바바가 21.4% 오를 때 핀둬둬는 430% 급등했다. 올해 상승률도 17.9%에 달한다.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인 다다넥서스도 올해 18.9% 상승했다. 나스닥에 상장한 러시아 2위 이커머스 업체 오존은 올해만 44.8% 올랐다.정용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플랫폼 산업은 대형 업체들이 모든 파이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현상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수한 경쟁력을 가진 중소형 플랫폼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이런 트렌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되는 반독점 규제중국에서 핀둬둬와 다다넥서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그동안 알리바바는 입점 상인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왔다. 자사 쇼핑몰인 타오바오나 티몰에 입점하는 업체들은 경쟁사 입점을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 경제 독점금지법 지침’을 발표하면서 알리바바의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미국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독점 정책을 총괄하는 ‘반독점 차르’ 자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보호막으로 여겨졌던 통신품위법(CDA) 230조를 개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CDA 230조는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규제는 대형 플랫폼의 확장성 둔화와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CNBC에 따르면 CDA 230조 폐지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체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다. 정 연구원은 “쏟아지는 규제를 맞는 대형 플랫폼보다는 중소형 플랫폼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독특한 서비스와 혜택중소형 플랫폼들이 반독점 규제 반사이익으로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형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혜택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공유 플랫폼이지만 3040대 ‘엄마’들을 핵심 사용자로 두고 있다. 스냅은 메시지를 읽으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기능 덕분에 10대와 20대 초반의 필수 앱이 됐다. 핵심 고객이 뚜렷해지자 두 업체는 타게팅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4분기 스냅과 핀터레스트 매출은 각 76%, 62%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페이스북 매출 증가율(33%)의 두 배에 달한다. 두 업체는 지난 1년간 주가가 세 배 이상 급등했지만 올해도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소상공인 이커머스 유망이커머스에서는 중소 판매자들을 돕는 플랫폼이 유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소 판매자와 상공인을 지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지역에서는 쇼피파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이 없는 중소 오프라인 판매자들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중국에서는 핀둬둬가 유망주다. 중소 상공인이 주로 입점한 핀둬둬는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광고와 마케팅으로 수익을 낸다. 주요 고객층은 중국 중소 도시에 있는 저소득층이다. 초저가 전략이 먹혔다. 이용자는 작년 3분기 기준 7억3100만 명까지 불어났다. 알리바바 타오바오와 티몰 사용자인 7억5700만 명에 맞먹는 규모다. 시가총액은 최근 1년간 주가가 다섯 배 넘게 오르면서 삼성전자 절반 수준인 2327억1000만달러(약 258조원)로 불어났다. 중국 1위(점유율 약 20%) 신선제품 배달 플랫폼 다다넥서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직영점 위주의 알리바바와 달리 9만여 개의 슈퍼마켓과 제휴해 배송하는 것이 특징이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