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크다" 출범 보류
내년 예산에도 반영 않기로
文정부 밀어붙인 사회서비스원, 부산시 중단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잠정 중단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 예정했던 부산시사회서비스원 출범을 보류하기로 했으며 내년 예산에도 반영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17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운영 중인 다른 지방자치단체 사회서비스원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올해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에 지원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한국재정분석연구원에 소요 비용을 포함한 타당성 연구용역도 의뢰했다. 용역 결과에 따라 재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인력을 국가가 직접 고용하겠다’는 목표로 도입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지자체 산하에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는 물론 민간 요양센터 노인요양보호사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 정부 주문이다. 직접 고용 목표는 2022년까지 6만3000명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부터 설립되기 시작해 11곳이 개원했다.

부산시 등 지자체들은 복지부가 일부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정부 "사회서비스원 세워라"…지자체들 "지원도 없이 압박"
정부, 지자체에 요양보호사 등 직접고용 요구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은 올해 요양보호사 23명의 인건비로 2억8000만원을 지출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사회서비스원 설립에 나설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표준모델’을 만들었다. 사회서비스원 지원인력 인건비와 사업비를 절반씩 중앙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노인요양 등 개별 사업은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사업 만 1년이 넘은 서울·대구·경기·경남 사회서비스원은 모두 추가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회서비스원 확대를 예정대로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민간 업체에 밀려 채산성 악화
사회서비스원 사업 중 손실이 발생해 지자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사업으로는 종합재가센터가 꼽힌다. 노인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급여를 지급한다. 이 분야는 요양보호사 42만 명, 관련 업체 1만 개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노인요양 사업에서 수익을 내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는 정부의 구상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 업체들과의 경쟁 과정에서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유휴 인력에게 지자체가 세금으로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사회서비스원 소속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근로조건 개선이 설립 목적 중 하나인 만큼 사회서비스원 요양보호사는 노인의 집을 방문해 설거지나 청소 등을 하지 않는다. 대구시 관계자는 “민간 업체 소속 요양보호사는 그런 일까지 해 주고 있어 사회서비스원의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문제는 부실 운영에 따른 예산 부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한번 고용한 요양보호사를 나가라고 하기는 힘들다”며 “퇴직할 때까지 계속 세금으로 월급을 보전해 줘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지금까지 요양보호사를 20~30명 정도 고용했지만 추가 고용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인력도 마냥 늘릴 수 없는데 중앙정부는 국정과제라며 수행하라니 말 그대로 악전고투 중”이라고 전했다.
사업확대 강행하는 복지부
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계획대로 사회서비스원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1개인 사회서비스원을 내년 14개로 늘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도 120억원에서 147억원으로 증액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국정 과제로 제시된 사업인 만큼 계획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17일 국회에서 “조속히 사회서비스원법을 통과시켜 정식 사업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원의 수익성 개선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복지부 계획대로 6만3000명까지 사회서비스원 인원이 확대되면 여기에 투입되는 세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현재처럼 각 지자체가 20~30명의 요양보호사를 고용하는 데 그친다면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전반적인 돌봄인력의 처우를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목표도 달성 불가능해진다. 복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사회서비스원 추진에 반대해온 이유다.

노대명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직접 인력을 고용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낡은 것”이라며 “노인 돌봄 서비스는 지금처럼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서비스 제공 방식과 질을 감독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이 사회서비스원 신설”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져 별다른 사회적 효용 없이 예산 낭비만 강요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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