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무산됐다. 애플과 국내 카드업계 간 협상이 불발돼서다. 애플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정식 진출하지 않고 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국내 카드업계에 결제액의 1% 내외 무카드거래(CNP)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드업체들은 이 같은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업체 중 카드사에서 CNP 수수료를 받는 곳은 없다. 삼성페이의 경우 소비자가 지문·홍채인식을 사용하면 카드사가 건당 5원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수수료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모바일 인증업체가 가져간다.
또 다른 큰 걸림돌은 NFC 단말기다. 애플은 국내 진출 조건으로 카드사에 NFC 단말기 보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은 마그네틱 전송(MST) 방식을 사용하는 삼성페이와 바코드·QR코드 결제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사들로 양분돼 있다. 마그네틱 카드를 자기장으로 구현한 MST 방식은 기존 결제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하고 QR코드와 바코드는 추가 설치 비용이 적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반면 NFC 결제를 위해서는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 페이코도 2015년 출시 당시 3만여 대의 NFC 단말기를 자체 보급했지만 비용 문제로 주력 결제수단을 바코드 결제로 변경했다. NFC 단말기 가격은 개당 평균 15만원 이상이다.
신용카드로 NFC 결제가 가능해지면 애플페이 도입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는 이르면 2022년까지 EMV 규격에 NFC를 포함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EMV는 유로페이·비자·마스터카드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국제 카드 표준규격을 뜻한다. 표준규격에 NFC 기능을 포함하면 글로벌 카드 브랜드 로고가 붙은 카드는 모두 NFC 결제가 가능해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NFC 결제 문제만 해결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아이폰 사용자를 잡기 위해 수수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애플페이와 제휴하려는 업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레버리지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카드업계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카드사는 자기자본의 6배까지만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다.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하면 카드사는 그만큼 금융·카드 영업을 더 할 수 있다. 반면 규제 완화로 카드사 간 ‘출혈 경쟁’이 다시금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카드업계 숨통 트일 것”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신금융전문업계 CEO 간담회’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금융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카드사들이 사업할 수 있는 (레버리지 규제 완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사에 대한 레버리지 배율 규제를 도입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과거 ‘카드대란’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자기자본의 6배까지만 총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 레버리지 배율이 한도에 가까워지면 할부 등 신용판매와 카드론 등 금융 영업을 조절해야 한다.카드사들은 레버리지 배율을 캐피털사처럼 10배로 완화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여신전문금융사로서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가 본격화하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결제시장 점유율을 잠식해가자 이런 요구는 더 거세졌다.지난해 우리·롯데카드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레버리지 배율을 기준 아래로 맞추기도 했다. 그러나 신(新)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영구채를 발행할 때 원리금을 일정 기간 내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step-up) 조항도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행 규제는 상위 카드사가 시장을 계속 지배할 수 있도록 경쟁을 막은 측면도 있다”며 “약간만 완화해줘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가중치’ 방식 유력금융위는 레버리지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카드사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6배라는 규제 수준을 완전히 없애긴 어렵지만, 카드사들과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현재 도입이 검토되는 안은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에 도입된 예대율 규제처럼 자산별로 가중치를 두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예대율을 계산할 때는 금리가 연 20% 아래인 예금에 대해선 가중치를 100%로 하고,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에 대해선 130%의 가중치를 둔다. 서민을 위한 사잇돌대출과 햇살론 등 정책금융은 대출 자산에서 뺀다. 예대율을 규제하면서도 고금리 대출을 중·저금리 대출로 유도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다.카드사 자산을 계산할 때도 마찬가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개인이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를 할부로 구매하거나, 중·저금리 대출을 받아갈 땐 100% 이하의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카드업계 일각에선 레버리지 규제로 ‘출혈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걱정도 제기된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결제, 카드 영업의 수익성이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져 카드론 등 금융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너도나도 자동차할부 금융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카드업계가 ‘1990년대생’을 겨냥한 신무기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직장인이 돼 사회로 진출한 90년대생을 얼마나 끌어모으느냐가 미래 사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다.신한카드는 24일 90년대생의 소비 성향에 초점을 맞춘 ‘디데이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요일마다 혜택이 다른 게 특징이다. 월~수요일은 편의점, 목요일은 영화, 금요일은 외식, 토요일은 미용, 일요일은 온라인 쇼핑 등에서 결제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이용하고 싶을 만한 카드를 기획했다”며 “지난해 20~30대 616만여 명의 카드 이용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주 사용하는 업종을 추려냈다”고 설명했다.90년대생이 구독경제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한 혜택도 담았다. 멜론 음악 및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홈페이지에서 이 카드로 정기결제를 하면 매월 최대 2000원씩 할인해준다. 다만 이 혜택은 전월 50만원 이상 이용하는 경우에 한해 제공한다.KB국민카드의 ‘청춘대로 톡톡’은 간편결제에 등록해 사용하면 10%를 할인해준다. 평소 간편결제를 자주 활용하는 20~30대를 사로잡기 위해 기획한 상품이다. 카드회사들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카드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할인 혜택만 있는 게 아니다. 해당 카드를 이용하면 제휴한 간편결제 플랫폼의 포인트를 적립해주기도 한다. 우리카드의 4대 커피 프랜차이즈 55% 할인 혜택을 담은 카드(D4@카드의정석)도 카페 이용이 빈번한 90년대생을 겨냥했다.카드 디자인 역시 젊은 층에 맞춰 다양해지고 있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지난해 각각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의 사진이 들어간 체크카드를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시장에서 90년대생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상품 기획 단계부터 90년대생의 생활방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에 따라 카드사들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직원 학습 프로그램들이 업무시간 내에 이뤄지는 추세다.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다양한 직원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의 성장을 도와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과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업무 외 시간을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주 52시간 상한 근무제의 본격적인 시행에 따라 업무시간 내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점심 시간을 활용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에스-런치(S-Learnch)'를 선보였다. 에스-런치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참여한 직원들 간 상호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습의 주제는 회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신한카드는 에스-런치가 가벼운 도시락을 즐기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소통이 가능해 직원간 공감능력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것으로 예상 중이다. KB국민카드는 학원 방문 시간과 비용 절약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위한 일대일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 'KB 위스터디(WeStudy)'를 시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정해진 시간에 외국어 강사가 본사 또는 지점 회의실을 방문해 일대일 방식으로 학습자 수준과 필요 영역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월부터 점심시간을 활용한 임직원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인 '소프트(SO~FT)'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직원들의 요청을 취합해 요가 플라워아트 캘리그라피 라이트아트 등 총 10회에 걸친 소프트 프로그램을 개설해 진행했다.롯데카드 관계자는 "소프트 운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조직 내 소통강화, 업무활력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며 "직원들의 요청 강좌를 개설하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그동안 카드업계는 직원들의 업무 능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카드는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고객의 소비 형태 변화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온라인 강의, 어학 교육, 외부 명사 초청 강의를 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인문 예술 IT 등 각 분야의 외부 명사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한다. 우리카드는 온라인 직무연수를 진행 중이다. 현직자 중 우수한 직원을 사내 교수로 선발해 카드업에 대한 이론과 회사의 현황에 맞는 실무를 포괄해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카드도 반기에 한 번씩 사내 연수를 진행해 직원들의 필수 업무지식 함양을 도모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급변하는 영업 환경 속에서 직원들이 일과 관련된 내용 뿐만 아니라 일 외적인 부분에서도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근무시간 내 교육으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부담은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