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96퍼센트 대표(사진)는 직장에 다니던 시절 아침마다 손이 바빴다. 1분 1초가 아쉬운 아침에 시간을 들여 기초화장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기초화장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마스크팩을 떠올렸다. 저녁에 붙이던 마스크팩을 아침에 활용하면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뷰티 분야 유행이 빠른 일본에선 마스크팩 시장 자체는 줄어들지만 아침에 붙이는 ‘모닝팩’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박진희 96퍼센트 대표의 역발상…"왜 물티슈처럼 뽑아 쓰는 마스크팩은 없을까"
박 대표는 “마스크팩은 피부가 건조해진 아침에 붙이면 더 흡수가 빠르다”며 “에센스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제품을 개발해 아침에 팩을 붙이고 출근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밝혔다.

96퍼센트가 지난달 출시한 ‘139’ 마스크팩은 티슈곽 같은 플라스틱 통에 마스크팩이 36장 들어 있다. 마스크팩이 보통 한 장씩 개별 포장된 것과는 다르다. 마스크팩을 물티슈처럼 뽑아 쓸 수 있는 형태다. ‘139’란 이름은 한 장씩 뽑아 쓰면서 세 겹 원단으로 만들어져 붙이고 나면 9시간 이상 보습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제품은 철저히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개발했다. 화장품을 주로 사용하는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뽑아 쓰는 마스크팩을 사용할 때 꺼려지는 점과 보완할 점 등을 조사했다.

‘139’ 마스크팩은 입구가 고무로 막혀 있다. 마스크팩에 들어 있는 에센스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마스크팩이 서로 이어져 있어 한 장씩 찢어 쓰는 형태라는 점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마스크팩을 뽑으면서 팩이 모두 펼쳐지기 때문에 편리하다. 마스크팩을 한 장 꺼내 끝을 자르면 다음장 끝이 밖으로 나와 고무 패킹에 걸쳐지는 형태다. 이렇게 하면 마스크팩 통 안으로 손이나 도구를 넣을 필요가 없다.

모두 96퍼센트가 2년여간 연구개발 끝에 완성한 독자 기술이다. 박 대표는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마스크팩을 뽑아 쓰면 내용물이 마르거나 세균이 번식할 것을 가장 우려했다”며 “마스크팩 통 안에 손이나 도구를 직접 넣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제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96퍼센트가 자체 공장을 설립한 이유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로 마스크팩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화장품 스타트업이 초기엔 ODM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과 다르다. 박 대표는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되는 미스트 등 외모를 꾸미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기능은 유지한 화장품을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