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백색국가' 총구, 한국 미래 모빌리티까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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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 #팩트체크 : 한일 '경제전쟁' ③
△ 일본 '화이트리스트' 1년 수입액 전수 분석
▽ 수소·전기차·배터리 핵심기술 국산화 관건
▽ 배터리 핵심 소재 4종 일본 의존도 ↑
▽ 日의존 최다 '분리막' 20배나 비싸다
▽ '분리막' 일본 의존이 던지는 메시지
▽ 한국 '미래 세대' 공격 막아야한다
△ 일본 '화이트리스트' 1년 수입액 전수 분석
▽ 수소·전기차·배터리 핵심기술 국산화 관건
▽ 배터리 핵심 소재 4종 일본 의존도 ↑
▽ 日의존 최다 '분리막' 20배나 비싸다
▽ '분리막' 일본 의존이 던지는 메시지
▽ 한국 '미래 세대' 공격 막아야한다
▷[단독] 日수입 톱4 모두 '반도체·전자'…'일본 없인 안된다' 아베의 자신감 에서 이어집니다.
뉴스래빗은 3회 시리즈로 한일 '경제전쟁'의 속살을 팩트체크 중입니다.
1편:)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에선 '반도체 전쟁'이라 불리는 한일 경제전쟁 1차전을 다뤘습니다. 2019년 7월 4일부로 일본 아베 정부가 한국 수출을 막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이하 폴리이미드) 3종 수입 현황 및 대응책을 팩트체크했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가지 소재들입니다. 특히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의존도가 92.7%(수입량 1118톤)에 달했습니다. 이 화학물질이 없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가 생산 타격을 입습니다.
2편:) 日수입 톱4 모두 '반도체·전자'…'일본 없인 안된다' 아베의 자신감 에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적 우방국)에서 제외하려는 산업적 의도를 보여드렸습니다. 뉴스래빗은 일본 '화이트리스트' 수입 품목 1112개의 1년 치 수입량을 국내 언론사 처음으로 확보했습니다. 2019년 6월 수입액 1~5위 톱5 품목 중 1·3·4·5위 모두 반도체·전자공업 관련 설비·부품·화학물질이란 점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첨단산업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입니다. 이제 3편입니다. 1년 간 일본 수입액이 가장 많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 품목 외에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은 또 있습니다. 수소차 · 전기차 · 배터리 분야입니다. 특히 완성차-정보통신(IT)-에너지 등 이종 기술간 융합이 폭발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군들이죠.
뉴스래빗의 분석 결과 일본의 '백색국가' 2차 공격은 이들 미래 산업군에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 주목합니다. 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차, 무인항공기, 군수품, 선박, 잠수함 등에 널리 쓰입니다. 이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 분야보다 일본 수입액은 적지만 핵심 산업군 전반에 들어갑니다. 수소전기차 역시 연료전지시스템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전기차의 성능 역시 배터리에서 판가름나죠. 한일 '경제전쟁' 1차전 격인 반도체 전쟁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가 영점타격식 선제 공격을 가한 것이라면, 2차 화이트리스트 공격은 한국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첨단 산업군, 특히 2차 전지와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광범위한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현대차, 기아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현대모비스 코캄(Kokam), 세방전지 등 수소차 전기차 생산 업체, 2차 전지 배터리 제조 업계에 우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뉴스래빗이 관련 전략수입물자의 일본 수입 의존도를 따져봅니다 !.!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주 2019년 6월 수출입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뉴스래빗 보도 [단독]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이후 발표한 최신 자료다. 2019년 6월 현황을 확보해 분석한 기사는 언론사 중 최초다. 전 세계 수출입 현황을 총망라한 데이터에서 일본 부분만 추렸다.
지난 편에서 다룬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배터리·수소차 관련 품목을 분석한다.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기타 산화금속산염이나 과산화금속산염·HSK284190)와 음극재(이차전지 제조용 인공흑연·HSK3801101000), 분리막(이차전지 제조 한정 격리막·HSK3921191010)이 대상이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5000여품목 중 수입액 규모는 반도체보다 작지만, 배터리, 수소차 등 미래 산업 분야에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음극재(HSK3801101000)와 격리막(HSK3921191010)은 정확히 배터리용 소재만을 의미하는 반면 양극재(HSK284190) 품목은 다양한 소재를 포함한다. 다만 관세청은 "HSK284190 코드 하에 있는 소재는 모두 2차전지 관련 소재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래 산업에 쓰일 배터리는 '2차 전지'라고도 부릅니다. 현재도 노트북·스마트폰 등에 많이 쓰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지능형 로봇 등 미래 산업에도 활발하게 쓰일 것으로 주목받는 분야입니다. 2차 전지가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기차' 때문입니다. 전기차 제조의 핵심이 배터리임은 널리 알려져 있죠.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차 전지 제조에 핵심적인 소재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4가지입니다.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들입니다. 이 소재들의 일본 의존도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양극재는 2차 전지 제조 원가의 2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소재입니다. KOTRA는 양극재 시장 규모가 2016년 20만톤에서 2020년 60만톤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이 양극재를 가장 많이 수입해오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최근 1년(2018년 7월~2019년 6월)간 1만5304톤을 수입했죠. 같은 기간 다른 모든 나라에서 수입한 양을 합한 것보다도 많습니다.
다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1년치를 보면 일본에서 수입한 양은 5852톤으로 중국(1만5304톤) 수입량의 38.2%에 불과하지만 반기별로 나눠 보면 다릅니다.
2018년 하반기에는 양극재 일본 수입량이 중국 수입량의 21.2%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에서 6163톤, 일본에서 1309톤 수입해왔죠. 반면 2019년 상반기엔 49.7%로 일본 수입량이 중국 수입량의 절반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양극재 수요 증가에 따라 수입량이 늘면서 일본 의존도도 덩달아 늘어난 셈입니다.
2차전지 음극재 제작에 쓰이는 '인공흑연'의 경우 최근까지 중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최근 1년 중국 수입량이 9395톤인데 반해 일본 수입량은 723톤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스위스(808톤)에서 수입한 양보다도 적습니다.
다만 음극재의 국산화율이 수년째 1%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입니다. 일본은 아니지만,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를 흑연 자원이 풍부한 중국 등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국내 음극제 기술은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공장을 하나둘 짓는 수준. 걸음마 단계입니다.
분리막은 2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원가 비중(11%)이 양극재(22%) 다음으로 높은 소재입니다. 특정 온도에서 높은 이온 투과도, 낮은 전기 저항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 해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한 소재이기도 하죠.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의 점유율이 높습니다.
최근 1년간 한국은 분리막을 일본에서 2202톤 수입했습니다. 인도네시아(1180톤), 오스트리아(1046톤)가 뒤를 이었죠. 2차전지 주요 소재 중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오스트리아에서도 많이 수입하니 대체재가 있지 않냐고 생각하시겠지요. 수입금액과 수입량을 비교해보면 일본산 분리막의 '진짜 저력'이 드러납니다.
2019년 6월 한 달간, 한국이 분리막을 가장 많이 수입해온 나라는 오스트리아(170.9톤)입니다. 일본은 156톤으로 그 다음입니다.
수입량은 오스트리아가 15톤 가량 많지만 이를 수입해온 금액은 일본이 1282만7538달러로 압도합니다. 더 많은 양 수입해온 오스트리아에는 74만3730달러를 지불했을 뿐입니다. 단가를 계산해보면 일본산 분리막은 1톤에 8만2228달러, 오스트리아산은 1톤에 4352달러로 20배 가까이 차이나죠. 양은 적지만, 타국 대비 20배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수입해와야 하는 '고품질 분리막'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핵심기술을 국산화했느냐가 관건입니다.
수소차를 보겠습니다. 수소차는 수소에너지 차량을 뜻합니다. 휘발류 역할을 하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전기가 전기모터를 돌려 차가 움직이는 겁니다. 수소차의 공식명칭이 수소연료전기차인 이유죠. 수소차의 핵심기술이 연료전지시스템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차 사업을 차세대 글로벌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에 나섰죠. 현재 연 3000대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오는 2022년까지 약 13배 늘려 연 4만 대까지 늘린다는 전략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18년 11월 22일 2공장 기공식에서 "수소전기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99%에 달하는 수소차 국산화 기술에서 핵심인 연료전지시스템은 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 뒤져 있다는 점입니다. BNK투자증권이 2019년 3월 발표한 '수소차! 뼛속까지 파헤치기' 분석 보고서는 수소차 국산화율 99%엔 허수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보고서는 "국산화율 99%에는 핵심기술은 수입해오고 조립하는 경우가 포함됐다"며 "수소차 원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전지 스택 구성품이나 수소공급 시스템 중 수소 연료 탱크 쪽은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정합니다. 그 이유는 이랬습니다. 구성 부품 중 스택(stack)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택이 바로 연료 전지입니다. 수소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만든 전기를 저장되는 여러 배터리의 집합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수소 연료전지인 이 스택이 바로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기술입니다.
문제는 스택 제작 원가의 43%를 차지하는 핵심 기술인 막전극접합체(MEA)에서 원하는 이온만 통과시키는 전해질 막 ‘멤브레인’의 원천기술이 한국에 없습니다. 일본,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택 제작 단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술이기에 그만큼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엔 고부가가치 수출품들입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경쟁 수입국 대비 20배 이상 비싼 단가를 주고 사오고 있는 바로 그 '분리막'입니다. 중국은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독창적 합성기술이 부족할뿐 아니라 해외연구 답습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연료전지 원가의 21%를 차지하는 가스확산층도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많이 이뤄졌지만 국내기술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삼성SDI와 LG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아베 정부가 이처럼 한국에 핵심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화이트리스트' 2차 공격이 공격은 한국의 미래 성장을 이끌 첨단 모빌리티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뉴스래빗이 분석하는 배경입니다.
한일 '경제전쟁' 1~3편을 분석하면서 뉴스래빗이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일본은 1차 3종 반도체 수출 규제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세계적 한국 반도체 기업을 기둥뿌리를 흔들고자 했습니다. 한국의 포토레지스트 일본 의존도가 92.7%, 폴리이미드는 85.9%, 최고순도 불화수소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란 점을 일본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들 3종 소재는 당장 반도체와 웨이퍼,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때 없어선 안되는 화학물질들입니다. '화이트리스트' 2차전에서 일본은 반도체와 전자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관련 설비·장비·부품·화학물질의 한국 수출길을 막아섰습니다. 2019년 6월 일본 '화이트리스트' 수입액 1~5위 톱5 품목 중 1·3·4·5위가 모두 반도체·전자공업 관련 설비·부품·화학물질이란 점이 그 증거입니다. 최근 1년(2018년 7월~2019년 6월) 일본 수입액은 58억8362만2971달러(약 6조9000억원), 무려 7조원에 달합니다. 일본 수입량은 중국 등보단 적지만 단가는 비쌌습니다. 일본산이 필수적인, 고퀄리티 부품이란 뜻입니다. '일본 없이는 한국 첨단 산업은 불가능하다'는 일본의 자신감이 엿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화이트리스트' 2차 확전은 일본이 한국의 미래산업 성장기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까지 담겨있습니다. 분리막 기술 일본 의존에서 보듯, 수소차 전기차 그리고 2차 전지 배터리 사업 등 차세대 모빌리티, 융합 IT산업의 핵심기술까지 일본이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뉴스래빗이 보여드린 스택 기술의 핵심 '분리막'의 일본 수입 의존성 그리고 막대한 수입금액은 한국에 또다른 숙제거리를 던져줍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공격은 치밀하고 광범위합니다. 축구로 따지면 한국 성인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인 유소년 축구팀까지 밟겠다는 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는 셈입니다. 미래세대까지 이기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습니다. 한국에 미래 아시아 경제 대국의 지위를 넘겨줄 수 없다는 일본의 전략은 비장하기까지 해보입니다.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총력 대응 그리고 연구개발(R&D), 투자, 그리고 장기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현 세대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세대의 경쟁력이 한일 '경제전쟁'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 한일 '경제전쟁' 3회 #팩트체크 시리즈를 마칩니다.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편:)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2편:) 日수입 톱4 모두 '반도체·전자'…'일본 없인 안된다' 아베의 자신감
3편:) 일본 '백색국가' 총구, 한국 미래 모빌리티까지 정조준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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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
1편:)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에선 '반도체 전쟁'이라 불리는 한일 경제전쟁 1차전을 다뤘습니다. 2019년 7월 4일부로 일본 아베 정부가 한국 수출을 막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이하 폴리이미드) 3종 수입 현황 및 대응책을 팩트체크했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가지 소재들입니다. 특히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의존도가 92.7%(수입량 1118톤)에 달했습니다. 이 화학물질이 없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가 생산 타격을 입습니다.
2편:) 日수입 톱4 모두 '반도체·전자'…'일본 없인 안된다' 아베의 자신감 에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적 우방국)에서 제외하려는 산업적 의도를 보여드렸습니다. 뉴스래빗은 일본 '화이트리스트' 수입 품목 1112개의 1년 치 수입량을 국내 언론사 처음으로 확보했습니다. 2019년 6월 수입액 1~5위 톱5 품목 중 1·3·4·5위 모두 반도체·전자공업 관련 설비·부품·화학물질이란 점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첨단산업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입니다. 이제 3편입니다. 1년 간 일본 수입액이 가장 많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 품목 외에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은 또 있습니다. 수소차 · 전기차 · 배터리 분야입니다. 특히 완성차-정보통신(IT)-에너지 등 이종 기술간 융합이 폭발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군들이죠.
뉴스래빗의 분석 결과 일본의 '백색국가' 2차 공격은 이들 미래 산업군에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 주목합니다. 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차, 무인항공기, 군수품, 선박, 잠수함 등에 널리 쓰입니다. 이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 분야보다 일본 수입액은 적지만 핵심 산업군 전반에 들어갑니다. 수소전기차 역시 연료전지시스템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전기차의 성능 역시 배터리에서 판가름나죠. 한일 '경제전쟁' 1차전 격인 반도체 전쟁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가 영점타격식 선제 공격을 가한 것이라면, 2차 화이트리스트 공격은 한국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첨단 산업군, 특히 2차 전지와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광범위한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현대차, 기아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현대모비스 코캄(Kokam), 세방전지 등 수소차 전기차 생산 업체, 2차 전지 배터리 제조 업계에 우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뉴스래빗이 관련 전략수입물자의 일본 수입 의존도를 따져봅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주 2019년 6월 수출입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뉴스래빗 보도 [단독]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이후 발표한 최신 자료다. 2019년 6월 현황을 확보해 분석한 기사는 언론사 중 최초다. 전 세계 수출입 현황을 총망라한 데이터에서 일본 부분만 추렸다.
지난 편에서 다룬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배터리·수소차 관련 품목을 분석한다.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기타 산화금속산염이나 과산화금속산염·HSK284190)와 음극재(이차전지 제조용 인공흑연·HSK3801101000), 분리막(이차전지 제조 한정 격리막·HSK3921191010)이 대상이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5000여품목 중 수입액 규모는 반도체보다 작지만, 배터리, 수소차 등 미래 산업 분야에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음극재(HSK3801101000)와 격리막(HSK3921191010)은 정확히 배터리용 소재만을 의미하는 반면 양극재(HSK284190) 품목은 다양한 소재를 포함한다. 다만 관세청은 "HSK284190 코드 하에 있는 소재는 모두 2차전지 관련 소재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 4종
日의존 높아지거나, 기술 뒤쳐지거나
日의존 높아지거나, 기술 뒤쳐지거나
미래 산업에 쓰일 배터리는 '2차 전지'라고도 부릅니다. 현재도 노트북·스마트폰 등에 많이 쓰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지능형 로봇 등 미래 산업에도 활발하게 쓰일 것으로 주목받는 분야입니다. 2차 전지가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기차' 때문입니다. 전기차 제조의 핵심이 배터리임은 널리 알려져 있죠.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차 전지 제조에 핵심적인 소재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4가지입니다.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들입니다. 이 소재들의 일본 의존도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양극재는 2차 전지 제조 원가의 2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소재입니다. KOTRA는 양극재 시장 규모가 2016년 20만톤에서 2020년 60만톤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이 양극재를 가장 많이 수입해오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최근 1년(2018년 7월~2019년 6월)간 1만5304톤을 수입했죠. 같은 기간 다른 모든 나라에서 수입한 양을 합한 것보다도 많습니다.
다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1년치를 보면 일본에서 수입한 양은 5852톤으로 중국(1만5304톤) 수입량의 38.2%에 불과하지만 반기별로 나눠 보면 다릅니다.
2018년 하반기에는 양극재 일본 수입량이 중국 수입량의 21.2%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에서 6163톤, 일본에서 1309톤 수입해왔죠. 반면 2019년 상반기엔 49.7%로 일본 수입량이 중국 수입량의 절반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양극재 수요 증가에 따라 수입량이 늘면서 일본 의존도도 덩달아 늘어난 셈입니다.
2차전지 음극재 제작에 쓰이는 '인공흑연'의 경우 최근까지 중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최근 1년 중국 수입량이 9395톤인데 반해 일본 수입량은 723톤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스위스(808톤)에서 수입한 양보다도 적습니다.
다만 음극재의 국산화율이 수년째 1%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입니다. 일본은 아니지만,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를 흑연 자원이 풍부한 중국 등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국내 음극제 기술은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공장을 하나둘 짓는 수준. 걸음마 단계입니다.
일본 의존도 가장 높은 '분리막'
타 수입국보다 20배 비싼 단가
타 수입국보다 20배 비싼 단가
분리막은 2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원가 비중(11%)이 양극재(22%) 다음으로 높은 소재입니다. 특정 온도에서 높은 이온 투과도, 낮은 전기 저항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 해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한 소재이기도 하죠.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의 점유율이 높습니다.
최근 1년간 한국은 분리막을 일본에서 2202톤 수입했습니다. 인도네시아(1180톤), 오스트리아(1046톤)가 뒤를 이었죠. 2차전지 주요 소재 중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오스트리아에서도 많이 수입하니 대체재가 있지 않냐고 생각하시겠지요. 수입금액과 수입량을 비교해보면 일본산 분리막의 '진짜 저력'이 드러납니다.
2019년 6월 한 달간, 한국이 분리막을 가장 많이 수입해온 나라는 오스트리아(170.9톤)입니다. 일본은 156톤으로 그 다음입니다.
수입량은 오스트리아가 15톤 가량 많지만 이를 수입해온 금액은 일본이 1282만7538달러로 압도합니다. 더 많은 양 수입해온 오스트리아에는 74만3730달러를 지불했을 뿐입니다. 단가를 계산해보면 일본산 분리막은 1톤에 8만2228달러, 오스트리아산은 1톤에 4352달러로 20배 가까이 차이나죠. 양은 적지만, 타국 대비 20배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수입해와야 하는 '고품질 분리막'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수소차 전지시스템도
'핵심 기술' 국산화 관건
'분리막' 일본 의존이 던지는 메시지
'핵심 기술' 국산화 관건
'분리막' 일본 의존이 던지는 메시지
핵심기술을 국산화했느냐가 관건입니다.
수소차를 보겠습니다. 수소차는 수소에너지 차량을 뜻합니다. 휘발류 역할을 하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전기가 전기모터를 돌려 차가 움직이는 겁니다. 수소차의 공식명칭이 수소연료전기차인 이유죠. 수소차의 핵심기술이 연료전지시스템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차 사업을 차세대 글로벌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에 나섰죠. 현재 연 3000대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오는 2022년까지 약 13배 늘려 연 4만 대까지 늘린다는 전략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18년 11월 22일 2공장 기공식에서 "수소전기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99%에 달하는 수소차 국산화 기술에서 핵심인 연료전지시스템은 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 뒤져 있다는 점입니다. BNK투자증권이 2019년 3월 발표한 '수소차! 뼛속까지 파헤치기' 분석 보고서는 수소차 국산화율 99%엔 허수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보고서는 "국산화율 99%에는 핵심기술은 수입해오고 조립하는 경우가 포함됐다"며 "수소차 원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전지 스택 구성품이나 수소공급 시스템 중 수소 연료 탱크 쪽은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정합니다. 그 이유는 이랬습니다. 구성 부품 중 스택(stack)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택이 바로 연료 전지입니다. 수소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만든 전기를 저장되는 여러 배터리의 집합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수소 연료전지인 이 스택이 바로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기술입니다.
문제는 스택 제작 원가의 43%를 차지하는 핵심 기술인 막전극접합체(MEA)에서 원하는 이온만 통과시키는 전해질 막 ‘멤브레인’의 원천기술이 한국에 없습니다. 일본,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택 제작 단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술이기에 그만큼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엔 고부가가치 수출품들입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경쟁 수입국 대비 20배 이상 비싼 단가를 주고 사오고 있는 바로 그 '분리막'입니다. 중국은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독창적 합성기술이 부족할뿐 아니라 해외연구 답습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연료전지 원가의 21%를 차지하는 가스확산층도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많이 이뤄졌지만 국내기술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삼성SDI와 LG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아베 정부가 이처럼 한국에 핵심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화이트리스트' 2차 공격이 공격은 한국의 미래 성장을 이끌 첨단 모빌리티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뉴스래빗이 분석하는 배경입니다.
일본 공격 치밀하고 광범위
미래 세대 공격 막아야한다
미래 세대 공격 막아야한다
한일 '경제전쟁' 1~3편을 분석하면서 뉴스래빗이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일본은 1차 3종 반도체 수출 규제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세계적 한국 반도체 기업을 기둥뿌리를 흔들고자 했습니다. 한국의 포토레지스트 일본 의존도가 92.7%, 폴리이미드는 85.9%, 최고순도 불화수소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란 점을 일본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들 3종 소재는 당장 반도체와 웨이퍼,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때 없어선 안되는 화학물질들입니다. '화이트리스트' 2차전에서 일본은 반도체와 전자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관련 설비·장비·부품·화학물질의 한국 수출길을 막아섰습니다. 2019년 6월 일본 '화이트리스트' 수입액 1~5위 톱5 품목 중 1·3·4·5위가 모두 반도체·전자공업 관련 설비·부품·화학물질이란 점이 그 증거입니다. 최근 1년(2018년 7월~2019년 6월) 일본 수입액은 58억8362만2971달러(약 6조9000억원), 무려 7조원에 달합니다. 일본 수입량은 중국 등보단 적지만 단가는 비쌌습니다. 일본산이 필수적인, 고퀄리티 부품이란 뜻입니다. '일본 없이는 한국 첨단 산업은 불가능하다'는 일본의 자신감이 엿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화이트리스트' 2차 확전은 일본이 한국의 미래산업 성장기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까지 담겨있습니다. 분리막 기술 일본 의존에서 보듯, 수소차 전기차 그리고 2차 전지 배터리 사업 등 차세대 모빌리티, 융합 IT산업의 핵심기술까지 일본이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뉴스래빗이 보여드린 스택 기술의 핵심 '분리막'의 일본 수입 의존성 그리고 막대한 수입금액은 한국에 또다른 숙제거리를 던져줍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공격은 치밀하고 광범위합니다. 축구로 따지면 한국 성인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인 유소년 축구팀까지 밟겠다는 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는 셈입니다. 미래세대까지 이기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습니다. 한국에 미래 아시아 경제 대국의 지위를 넘겨줄 수 없다는 일본의 전략은 비장하기까지 해보입니다.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총력 대응 그리고 연구개발(R&D), 투자, 그리고 장기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현 세대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세대의 경쟁력이 한일 '경제전쟁'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 한일 '경제전쟁' 3회 #팩트체크 시리즈를 마칩니다.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편:)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2편:) 日수입 톱4 모두 '반도체·전자'…'일본 없인 안된다' 아베의 자신감
3편:) 일본 '백색국가' 총구, 한국 미래 모빌리티까지 정조준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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