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택 이지요구르트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요거트 제조기인 요거플러스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황윤택 이지요구르트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요거트 제조기인 요거플러스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웬만한 집 주방 한구석을 뒤져보면 나오는 게 하나 있다. 수제 요거트 제조기다. 사 먹는 것보다 경제적인 데다 설탕 등을 넣지 않아 건강에도 더 낫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선 하나쯤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몇 번 사용해보고 주방 한쪽에 처박아놓게 되는 건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황윤택 이지요구르트 대표도 이런 불편을 겪었다. ‘1.8L짜리 큰 우유통을 통째로 가열해 요거트를 만들 수는 없을까.’ 13년 경력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런 궁금증이 우유병 뚜껑을 뚫은 자리에 수족관용 유리히터를 꽂는 방식의 요거트제조기를 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지요구르트의 ‘요거플러스’는 2013년 서울시민발명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지요구르트 '요거플러스'…"우유통째로 요거트 만들 순 없나"
우유통째로 요거트 만들 수 있어

떠먹는 요거트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불가리스 같은 유산균이 포함된 요구르트를 우유에 넣고 유산균이 증식하기 좋은 온도로 맞춰주는 것이다. 유산균이 증식하면서 유당을 먹고 분해한 결과가 바로 요거트다. 요거플러스는 긴 막대기처럼 생긴 제품을 1.8L나 2.3L짜리 우유통에 꽂고 8시간만 기다리면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제품에 비해 요거트를 만들기 쉽고 보관과 세척이 간편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황 대표는 “요거플러스는 시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우유통에 딱 맞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꽂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2016년 법인을 설립했지만 첫 시제품은 2017년 5월에야 나왔다. 간단한 제품처럼 보이지만 개발 과정에선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온도 제어였다. 8시간 내내 42도로 기기를 돌리면 단백질이 타버려 제품에 눌어붙었다. 계절에 따라 외부 온도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제품의 맛도 달라졌다. 황 대표는 “우유가 어느 정도 발효되는 시점 직전에 발열량을 확 떨어뜨려주는 방법을 고안했다”며 “계절에 따라 외부 온도가 변해도 일정한 맛을 내도록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요거트 기기 전문 회사로 성장할 것”

자금 사정 때문에 지난해에는 제품을 많이 제조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회사 홈페이지와 네이버 등 온라인을 통해 1500개가량 팔았다. 가격은 8만9500원.

황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제조와 마케팅에 뛰어들어 7000개 이상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 요거플러스 단일 품목만으로 5억원 수준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요거트 개발 전문 회사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는 작은 우유팩에 꽂아 사무실에서도 손쉽게 요거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황 대표는 “30인용 이상 요거트를 만들 수 있는 급식용 기기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에 제품 특허도 등록했다. 황 대표는 “미국 시장에도 아직 요거플러스만큼 간편한 요거트 제조기가 없다”며 “킥스타터 등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미국에 진출한 뒤 중국, 일본 등 해외로 판로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