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지난 37년간 거제조선소를 찾는 해외 선주(船主)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던 게스트하우스를 닫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거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중단했다. 거제조선소를 드나드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81년 설립된 이곳은 40년 가까이 선주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시설은 낡았지만 수십 년간 작업복을 입고 헬멧을 쓴 외국인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던 상징적인 장소로 꼽힌다. 값싼 숙박비 덕분에 최근에는 관광객이나 출장자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불황으로 일감이 줄면서 조선소를 방문하는 해외 고객도 급격히 줄었다”며 “삼성중공업 게스트하우스 폐쇄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마련한 자구안에 거제 삼성호텔과 게스트하우스, 기숙사, 판교 연구개발(R&D)센터 등 비생산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총 37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덩치가 큰 호텔, R&D센터 등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골칫거리는 판교 R&D센터다.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2014년 완공한 이곳은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로 1500여 명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다. 객실만 160개가 넘는 5성급 호텔인 삼성호텔은 매각가가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정해규 삼성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구안 이행을 위해 기숙사 등 일부 비생산 자산을 매각했다”며 “다만 연수원과 호텔 등 큰 매물은 시장에서 아직 가져가려는 곳이 없어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가가 높은 호텔 대신 게스트하우스 등 처분이 쉬운 자산부터 단계별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