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환 액티브인터내쇼날 한국법인 대표가 악성 재고 처리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전종환 액티브인터내쇼날 한국법인 대표가 악성 재고 처리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국내 식료품기업 A사는 지난해 발생한 20억원 규모의 고급 초콜릿 재고로 골머리를 앓았다. 유통기한이 1주일여밖에 남지 남아 국내에선 정식 유통이 불가능했다. 절반 이하 가격으로 ‘덤핑’해 처리하는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A사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고를 정가 20억원을 받고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재고 전량은 중국으로 수출됐다. 바터무역(물물교환) 전문기업인 액티브인터내쇼날 덕분이었다.

◆재고와 광고 맞교환

"골치 아픈 악성 재고 제값 받고 정리하세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액티브는 악성 재고 전문처리 기업으로 1984년 설립됐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글로벌 기업 중 70%가 액티브 고객사다. 삼성전자는 물론 현대자동차도 액티브를 이용 중이다. 액티브는 세계 바터무역 시장 55%를 점유한 1위 기업이다.

액티브 한국법인은 2011년 설립됐다. 전종환 액티브인터내쇼날 한국법인 대표는 “액티브가 기업 간 물물교환의 접점과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기업 A사는 악성 재고를 20억원에 액티브로 넘기고 그만큼의 ‘트레이드 크레딧(TC)’을 받았다. TC는 액티브 회원사 간 거래에 쓰이는 가상화폐다. A사는 이전까지 지출하던 케이블TV 채널 광고 비용 중 일부를 현금 대신 TC로 결제하기로 했다. 이 케이블TV 채널은 재고로 남은 비인기 광고시간대를 액티브에 판매하는 다른 회원사였다. A사는 광고비용 중 20%를 TC로 지급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광고를 넣었다. 재고였던 초콜릿과 광고를 맞바꾼 것이다. 올해까지 국내 기업 100여 곳이 액티브의 도움으로 재고를 처리했다.

◆회원사 네트워크가 경쟁력

액티브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영국 등 16개국에 진출해 있다. 전 대표는 “세계 각지 법인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액티브의 경쟁력”이라며 “중국 생산기지에 쌓인 악성 재고를 중국 현지 액티브에 처리하고 받는 TC로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광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재고를 처리하고 받은 TC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관할하는 공중파 3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매체에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 케이블방송 채널을 비롯해 잡지, 옥외광고 등도 가능하다. 액티브는 광고를 연계해주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다. 전 대표는 “액티브는 유통기한이 한 달만 남아도 잔존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보고 매입한다”며 “정상 유통으로 판매가 곤란한 재고를 시장가격 교란 없이 처리하는 것이 액티브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시간·공간 판매도 거래

현물이 아니라 호텔 빈 객실, 골프장의 빈 티타임도 액티브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품목이다. 전 대표는 “호텔과 골프장은 시설 이용률을 높일 수 있어 좋고 이를 구매하는 고객사는 부실자산을 판매하고 받은 TC를 광고 외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호텔과 골프장이 액티브에 정가로 객실과 티타임을 팔면 다른 회원사들이 이전 재고 처리로 받은 TC로 객실과 티타임을 구매하는 식이다.

전 대표는 “악성 재고를 가격 인하 없이 정가(장부가)에 매입해 손실을 막아주는 곳은 국내에서 액티브가 유일하다”며 “국내 1000대 기업 중 70%를 액티브 한국법인 고객으로 유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