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거의 전적으로 담당해왔던 보육에 국가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공보육''의 이행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명숙(韓明淑) 여성부장관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부가 자체 마련한 ''보육종합대책''의 얼개를 내놓았다. 핵심은 국가가 지원하는 아동보육료의 수혜대상(0-5세 아동)을 현재의 14만명에서 2006년까지 4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성 능력개발을 위한 탁아문제 해결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대통령이 지난 14일 연두회견에서 밝힌 것이 이 계획에 탄력을 실었다. △ 보육종합대책 내용 = 40만명은 전체 0-5세 아동의 약 40%(2006년 추계)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국가가 저소득층을 넘어 사실상 범중산층의 보육까지 일정부분 책임지겠다는 목표인 셈이다. 현행 보육체계에서는 법정 저소득층과 기타 저소득층 아동에 한해 각각 월 11만9천원(전액), 4만7천원(40%)을 지원해왔다. 여성부의 대책은 수혜층을 현행 2단계에서 4단계로 확장, 비록 차등지원이지만 실질적 수혜자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담은 것이다. 아동보육료는 놀이방과 어린이집 등의 시설로 우회 지원되는 방식이며, 민간.국공립 시설에 관계없이 지원을 받게 된다. 영.유아 보육시설의 확충을 비롯해 야간보육, 장애아 등 특수보육 등 수요자중심의 보육 확립도 계획에 담겼다.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여건 등으로 보육교사의 자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예산이 대거 투입돼야 할 국가적 사업인 만큼 보육시설에 대한 종합평가 시스템을 확립하기로 했다. △ 전망 = 민간 의존이 과도하다는 점은 우리나라 보육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돼왔다. 2000년 9월 현재 전체 보육시설 중 국.공립시설은 6.7%에 불과하다. 과도한 민간의존과 국가관리의 부재는 서비스로의 접근 제한과 질 저하를 낳았다. 여성부가 공보육 구상을 내놓게 된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것이 안팎의 지적이다. 공보육 이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막대한 예산투입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정부 의지만으로 될 수 없는 사안임을 의미한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형성 등이 전제인 것이다. 유럽국가의 예에 비춰볼 때 국민복지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보육문제는 나아가 정권의 이념과도 닿아 있다. "탁아문제 해결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는 대통령의 언급은 이런 점에서 보육분야에서도 ''생산적 복지''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당장 해결해야 할 ''뜨거운 감자''는 공보육을 책임질 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성부가 이날 보육종합대책을 독자적으로 마련, 공보육 구상을 공론화하고 나섬으로써 보육업무를 주관해온 보건복지부와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양측 수뇌부의 긴밀한 물밑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부처 내 예산.조직 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쉽게 조율될지는 미지수이다. 대통령은 최근 민생관련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예산을 세워서라도 국가차원에서 보육을 관리하라"는 원칙적 입장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