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정작 미·중에서는 자국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차별적 보조금 정책이 벌어지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7일 '한국·미국·중국간 전기차 수출입 동향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 비교'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전기차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기차 수입은 2만6151대를 기록, 지난해 연간 총 수입대수(2만2206대)를 이미 넘어섰다. 국내에서 올해 9월까지 판매된 전기 승용차 중 수입차가 43.5%를 차지했고, 전기버스의 경우 중국산이 36%를 차지했다. 수입 전기차가 늘어남에 따라 대미(對美) 전기차 무역적자는 5억1000달러로 교역국 중 가장 높아졌고 대중 무역적자도 1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협회는 "완성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도 중국산 수입이 증가해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자동차 부품 교역이 적자 전환됐다"며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자국산을 우대하는 차별적 보조금 정책을 펼치거나 펼칠 예정"이라고 짚었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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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우 자국산 위주의 배터리 보조금 지급 규정인 '자동차용 전력전지 산업표준에 관한 규정'을 운영해왔다.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만 중앙 정부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자 2019년 이를 폐지했지만, 대신 자국 내 출시된 전기차를 평가한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을 매월 발간해 보조금 지급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방법만 바꿨을 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실은 계속됐다.

지방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 차별은 더욱 노골적이다. 농촌 지역 전기차 판촉 프로그램인 '신에너지차 하향활동 통지'를 시행해 일부 선별된 중국 내 지방 브랜드 차종에만 지방 정보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도 '전기차 차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현재 전기차 구매시 세액공제 형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 하원이 발의한 세제 혜택 개정안에는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와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대차 등 대부분의 외투 기업이 차별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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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우리의 경우 국내산·수입산 차별없이 동등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 국민 세금으로 중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는 결과도 초래했다"면서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도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 개편이 어렵다면 한중·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양국 또한 자국산과 한국산 전기차 차별을 폐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우리 완성차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전기차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중국에서는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까지 적자로 반전됐다"며 "2030년 450만대 전기차 보급 등 전동화 정책을 펼 경우 무역적자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전기동력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대주의에 입각한 구매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버스, 트럭 등 중국산 전기차와 직접 경쟁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과 관련 설비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특단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