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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먼저 풀고 핵 문제는 나중에 검토하자는 이란의 제안이 전해지자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며 시장 분위기가 한때 밝아졌다. 하지만 핵 시설의 완전한 제거를 전쟁 목표로 광고했던 트럼프는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양측의 행동을 보면 어차피 서로를 믿지 못할 것이기에 보다 확실한 보장과 보증이 전제돼야 협상의 거리감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트럼프는 한 술 더 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를 준비하라는 발언으로 이란을 경제적으로 더욱 압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면 무력 충돌에 대한 불안감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시장의 수급 불안은 언제 해소될지 여전히 알 수 없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예상치 않게 보이지 않는 또다른 전쟁을 중동에서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외신에 따르면 차기 연준 의장인 워시와 베선트 재무장관이 상설 통화스와프 설정 가능성을 암시하며 달러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통화스와프 협의를 요청한 나라가 중동 전쟁의 타격을 입은 아랍에미리트(UAE)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UAE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걸프국 결속에서 벗어나 미국 경제권에 가까워지려는 전략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중국과의 친밀함을 더욱 다지며 호르무즈 통행료를 비트코인이나 위안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중동 전쟁을 빌미로 딜러화와 위안화의 대리전이 전개되는 듯 하다. 물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상황은 아니지만, 물밑에서의 패권 경쟁은 분명해진 것 같다.
이와 같이 중동에서 군사적 대치와 및 경제적 이해관계가 수시로 엇갈리는 가운데 선진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올해 물가 전망을 상향하고 3명의 위원이 인상을 주장하면서 다음 정책 행보의 방향은 금리인상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연준 역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고유가가 길어지면서 물가의 상방 위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3명의 멤버가 완화 기조에 반대하는 등 매파적 기류가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워시가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6월 이후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중동 전쟁이 그 전에 종결되어야만 하고 물가 충격도 급격히 해소된다는 타이트한 조건이 따라 붙어 현실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연준 의장 한명이 바뀐다고 해서 다수가 참여하는 FOMC를 트럼프가 장악해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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