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 형평성·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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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사회 구성에 관여할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다음 주께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TF를 꾸려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인데, 킥오프 회의도 갖기 이전부터 각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부 유주안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이찬진 원장이 꾸리겠다는 TF, 무엇을 위한 것인가요?
<기자>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회사들이 지금보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CEO 승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사 지배구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담당자와 금융업권, 학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는 다음 주께 킥오프 회의를 갖고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인데, 예상되는 쟁점들을 이찬진 금감원장의 그간 발언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금융지주사들은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임에도 이사회 구성이 균형 있게 되어 있지 않은데, (경영진들의)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후, “TF를 통해 최대한 공적으로 투명성 있게 관리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보다 구체적인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지난주 10일 열린 금융지주사 회장과 간담회에서 ▲경영승계 요건과 절차에 대한 기준 제시, ▲국민연금 등 사외이사 추천 경로의 다양화, ▲CEO 검증 절차 강화를 위한 사외이사 임기 분산을 거론했고요, 이 외에도 이사회 내 IT 보안과 금융소비자 분야 전문가를 포함하라는 요구도 더할 계획입니다.
즉, 금융지주사의 경영권 승계가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측면이 있으니 이사회 구성에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이 개입을 하겠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에 대해 금융업권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아직 논의가 본격화하기 이전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금융업과 학계에선 상당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방안들로 투명성, 공정성 확보가 어려울뿐더러 전문성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4대 금융지주 기준으로 각 사는 7~9인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고, 각 회사의 필요에 따라 교수나 기업인, 금융인 출신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IT 보안과 금융소비자 전문가를 반드시 배치하도록 강제한다면 해당 인사들의 추천에도 공정성이 일단 담보되어야 할 것이고요, 또한 금융사에 필수적인 회계와 재무, 금융업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갖추고 있으리란 보장이 없거니와, 제한적인 인력 풀이라는 현실적 문제 속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역임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배구조는 회사별 전략과 조직 특성을 반영해야 실효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논의 과정에서 개별 금융회사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발언했는데, 이 같은 현실적 문제에 대한 애로사항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가장 논란을 빚는 것이, 금융사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개입을 시사한 점인데요,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권 행사, 문제는 없는 건가요?
<기자>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7월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식 도입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길을 열었고요, 의결권 행사를 전담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도 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당시 이 같은 결정을 한 인물이 이번에 또다시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재선임된 김성주 이사장입니다.
스튜어드,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피투자기업에 대한 의사결정 참여를 독려하기 때문에, 취지상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한다고 해석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경영인의 선임을 반대한 적은 있어도 추천권을 행사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수차례 추천권 행사가 추진된 적이 있는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21년 기금운용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이를 주장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시도가 무산됐던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의 추천으로 과연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이자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며, 주주권 행사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원종현 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은 근로자단체 추천을 받은 인물입니다. 현행 거버넌스상으로 본다면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정부의 목소리 내지는 노동계 목소리가 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와 관련해 이지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주주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현재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상 정부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사 추천권 등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캐나다 국민연금(CPPIB)이나 미국 등 해외 유수의 연기금의 경우 제한적으로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지만 정부와 완전히 별도의 독립된 기관이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금융업계에서는 또한 국민연금 논의의 적절성과 형평성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금융기관을 검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국민연금의 이사회 개입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인 상장사가 300곳입니다. 그런데 유독 7개 상장 금융지주회사에만 이사 추천을 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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