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노래' - 비제 오페라 <카르멘> 中에서
원제는 '당신이 내게 준 이 꽃(La fleur que tu m'avais jetéee)'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은 특별한 존재다. 요즘 성악 쪽에서 남녀 통틀어 가장 잘나가는 아이콘이지 싶다. 국가라는 팩터를 따지자면, 요절한 분더리히(1930~1966)와 ‘동독의 분더리히’라 불렸던 미성(美聲)의 페터 슈라이어(1935~2019) 이래 내내 부진했던 독일 테너의 자존심을 세운 인물. 더구나 카우프만은 리릭(lyric)인 선배 둘과 달리 드라마틱 테너에 속해 남다르다. 외모라는 매력 자본은 또 어떤가. 아무 정보가 없다면, 누구라도 그를 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준수한 미남이라 여기기 십상이리라. 라틴인(人) 얼굴에 게르만인(人)의 신체.
요나스 카우프만(Jonas Kaufmann,1969~), 그는 누구인가. 원래 뮌헨대학 수학과에 입학했다가 음대로 전과해 음악과 연기를 배웠다. 아버지는 보험영업사원,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다. 바리톤 한스 호터(Hans Hotter, 1909~2003, 獨)와 미국 태생의 바그너 전문 바리톤 제임스 킹(James King, 1925~2005)에게 배웠다. 호터에게서 섬세한 표현력을, 킹에게서 묵직한 성량을 갈고 닦지 않았을까. 그러나 최고의 스승은 미국 바리톤 마이클 로즈(Michael Rodes)였다고 밝힌 바 있다. “로즈 선생님은 내게 성공으로 가는 행복한 펀치를 먹였다!”
남자 주인공 돈 호세 역을 꿰찬 요나스 카우프만, 레전드의 빛나는 탄생이었다. 그는 세 가지 특장(特長)의 보유자로 평가받는다. 첫째, 레퍼토리의 ‘다양성(versality)’이다. 돈 호세⸱로돌포⸱알프레도⸱타미노⸱카바라도시 등 최고 오페라의 멋진 주역은 안 한 게 없을 정도. 대략 70여 배역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역(役)에 맞춤한 뛰어난 연기력이다. 뻣뻣한 게르만 남자 DNA? 카우프만만큼은 완벽히 예외다. 셋째,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정확한 발음(딕션)이다. 그는 모국어 독일어는 물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도 수준급이다.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꽃노래’는 그에게 기막히게 어울렸다.
“당신이 나에게 던져준 꽃을 감옥에서도 간직하고 있었소/비록 시들었다 해도 달콤한 향기를 계속 품고 있었다오/난 몇 시간이고 눈을 감고 향기를 맡았고 밤마다 당신을 떠올렸소/당신을 저주하고 미워하며, 왜 운명이 나를 당신과 만나게 했는지 스스로 묻기도 했소/그러나 당신을 욕한 것을 금세 후회했소/카르멘, 당신을 다시 보고 싶다는 오직 하나의 소망이 솟구쳤다오/그래요, 당신을 다시 보고 싶소/당신은 그저 내 앞에 나타나 눈짓 한 번만 해주면 된다오/오, 나의 카르멘. 나의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카르멘, 사랑하오”
1875년 비제 <카르멘> 초연 당시 포스터.
카르멘 2막. 영창에서 풀려나 리야스 파스티아 주점을 찾은 돈 호세. 카르멘과의 재회는 달콤했다. 그러나 귀대를 재촉하는 나팔 소리는 요란하다. 쭈뼛대는 스스로가 못마땅한 돈 호세. 그런 그를 바라보는 카르멘.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은 실로 절절하다며 호소하는 아리아가 ‘당신이 내게 준 이 꽃(La fleur que tu m'avais jetée)’, 일명 ‘꽃노래’다. 카우프만은 거의 돈 호세의 빙의 수준이다.
[요나스 카우프만이 부르는 비제 <카르멘> 중 돈 호세의 아리아 ‘꽃노래’]
요나스 카우프만에 대한 비판도 있다. 고음에서 음정(피치)이 힘겹거나 떨어지고, 프레이즈(악구) 처리가 거칠고 뭉툭하다는 거다.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입을 벌리지만 상대적으로 개구(開口) 위치가 뒤에 있는 데다 소리 자체가 어둡고 무거워 테너 고유의 쨍하는 맛이 덜한 것도 흠이다. 요나스 카우프만은 미식가로 독일어권 방송에 자주 나오며 직접 개발한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현재 잘츠부르크에 거주. 2023년부터 티롤(Tirol) 음악 축제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처와 현재의 부인 슬하에 자녀가 넷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