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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오피스 시장, 안전지대 아니다" [송승현의 부동산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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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 빌딩. 사진=한경DB
    서울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 빌딩. 사진=한경DB
    올해 1월 서울 오피스 빌딩 시장에선 단 2건의 거래만 있었습니다. 거래금액은 91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88% 급감했는데, 이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공실률이 낮고 임대료가 비교적 안정적인 서울 오피스 시장이지만, 이처럼 거래가 급감한 현상은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심리 위축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실마리를 찾자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중국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18년 상하이 중심부에 위치한 '트리니티플레이스'를 고점에 매입했으나, 2024년 말에는 매입가의 3분의 1 수준인 9억위안에 매물로 내놓으며 손절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매각에 실패했고, 기존에 보유하던 다른 빌딩 두 곳은 대출 미상환으로 몰수당하고 말았습니다. 한때 글로벌 자본이 몰렸던 중국 오피스 시장이 이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텅 비어가고 있습니다.

    배경엔 2020년 말부터 본격화한 중국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공실률은 20%를 넘어섰고, 임대료는 전년 대비 약 10% 하락했습니다. 신규 주택 착공도 줄었고 자산가치는 30~40%가량 하락하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졌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고강도 규제, 경기 둔화, 공급 과잉 등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세제 완화나 금융 지원책도 단기적 효과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원격근무 문화와 고금리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요 도시의 오피스 빌딩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의 공실률은 30%에 육박하며,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CMBS) 시장마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이나 브룩필드조차 일부 자산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며 발을 빼는 상황입니다.

    유럽, 특히 독일도 심상치 않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건설 비용은 치솟았습니다. 이에 신규 개발 사업이 위축되고 기존 자산의 가치도 10~20% 하락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주요 도시의 오피스 시장은 거래가 끊기며 침묵에 빠졌습니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의 평균 공실률은 2.83%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며, 주요 권역의 전용면적당 비용(NOC)도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거래량이 급감한 점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을 보여줍니다. 거래 주체 역시 법인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바뀌었고,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거래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는 단지 국내 금리나 부동산 정책 때문만은 아닙니다. 최근 중국, 미국, 독일 등에서 일어난 부동산 침체 흐름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 즉 심리적 동조화 현상이 서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매입가 대비 수익률만을 따져 자산을 평가할 시기가 아닙니다. 수익률이 높더라도 수요 기반이 불안정하거나 공실 위험이 크다면, 금리 인상기나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지 판단은 단기 유행보다 장기적인 교통망, 업무 수요, 인구 구조를 고려해야 하고, 실질 수요와 공실 관리 역량까지 함께 살펴보는 내실 중심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규모보다는 내실에,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 안정성에 무게를 둔 전략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글로벌 자산 시장의 과거 경험은 상승기엔 누구나 투자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침체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송승현 필진
    *약력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부동산정책토론회 전문 패널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등 다수 자문
    -부동산컨설팅회사 도시와경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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