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술, 관객 그리고 미술인 모두를 위한 '베를린 아트 위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rte] 변현주의 Why Berlin
베를린 아트 위크(Berlin Art Week)
9월 베를린 전역에서 5일간 열리는
포괄적·종합적 동시대 미술 페스티벌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자, 마크 브래드포드,
칸디다 회퍼, 지그마 폴케 등 동시대 미술작가 전시 개최
베를린 아트 위크(Berlin Art Week)
9월 베를린 전역에서 5일간 열리는
포괄적·종합적 동시대 미술 페스티벌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자, 마크 브래드포드,
칸디다 회퍼, 지그마 폴케 등 동시대 미술작가 전시 개최
베를린 미술계의 주요 연간 이벤트로는 봄에 열리는 '갤러리 위켄드 베를린'(Gallery Weekend Berlin)과 가을의 '베를린 아트 위크'(Berlin Art Week)가 있다.
갤러리 위켄드 베를린은 상업 갤러리들이 모여 (일반적으로 베를린 갤러리는 일요일에 휴관하지만) 금, 토, 일 기간에 각 갤러리의 하이라이트 전시 및 이벤트를 뽐내듯 보이는 행사인 반면, 9월에 열리는 베를린 아트 위크는 상업 갤러리뿐 아니라 미술관, 비영리 기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아트 페어, 컬렉션 등 100여개 이상의 협업 파트너가 참여하며 베를린 전역에서 5일간 펼쳐지는 보다 포괄적·종합적인 동시대 미술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베를린 아트 위크는 2012년 쿨투르프로젝트베를린(Kulturprojekte Berlin·문화 프로젝트 베를린)이 주최해 시작되었다. 쿨투르프로젝트베를린은 베를린 연방 주 산하 비영리 기관으로 도시 내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며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프로그램 중 하나인 베를린 아트 위크는 도시에 생명력과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현지 미술인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미술과 미술 시장, 미술 애호가를 연결하는 장을 열기 위해 기획되었다. 정부 예산 기반에서 시작했지만, 포지션스 아트 페어(POSITIONS Art Fair)를 프로그램 일부로 포함하거나 상업 갤러리가 참여하는 점에서 볼 수 있듯 상업성을 놓지 않으며 유연하게 운영되고, 독일 최대 지역협동조합 은행인 폴크스방크(Berliner Volksbank)의 후원도 받는다.
매해 베를린 아트 위크의 일종의 만남의 장소로 ‘바우 가르텐(BAW Garten·베를린 아트 위크 공원)’이 정해지는데, 올해는 서남부에 위치한 미술관인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가 그 장으로 역할 하였다. 바우 가르텐에서는 댄스 세션, DJ 파티처럼 미술관으로의 문턱을 낮춘 프로그램은 물론 그로피우스 바우의 레지던시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워크숍, 토크, 아트 위크 기간에 오픈한 전시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자: 행복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Rirkrit Tiravanija: HAPPINESS IS NOT ALWAYS FUN)》와 더불어 티라바니자의 대표적 작업 중 하나인 태국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는 이벤트 등이 펼쳐졌다.
특히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면서 개인적·공동체적 기억과 경험 및 문화를 교류하며 예술의 사회적 차원을 확장하는 작가의 작업은 베를린 아트 위크가 추구하는 목적과 부합하며 즐거운 축제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또 다른 주요 동시대 미술관인 함부르거 반호프(Hamburger Bahnhof)는 지난 몇 년간 닫혀 있었던 전시장소인 리에크할렌(Rieckhallen)을 미국 출신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첫 유럽 미술관 전시를 선보이며 아트 위크 일주일 전 재오픈했다. 함부르거 반호프는 본래 19세기 기차역으로 이용되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전환한 곳 – ‘반호프’란 단어는 독일어로 ‘기차역’을 뜻한다 – 으로 미술관 곳곳에서 기차역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리에크할렌은 기차역 폐쇄 후 1960년대 ‘리에크’ 회사의 물류 창고로 사용되었고 2003년 미술관의 일부로서 오픈해 프레드리히 크리스티안 플릭 컬렉션(Friedrich Christian Flick Collection)의 현대미술 작품을 보이는 전시실로 쓰였다.
하지만 2021년 컬렉션 대여 기간이 종료되며 장소 사용 계약이 폐기될 위험에 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정부 및 베를린 연방 주가 구매해 다시 미술관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역사의 장소가 결합된 미술관은 재오픈 첫 전시로 일상에서 발견한 다채로운 재료를 콜라주 하면서 그 역사와 내러티브를 직조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브래드포드의 전시를 개최하며 장소성을 재조명했다. 이처럼 사용되지 않는 장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하는 베를린의 특색을 드러내는 다른 곳에서도 이벤트가 차려졌다. 베를린 북부 라이니켄도르프(Reinickendorf) 지역에 위치한 빌헬름 할렌(Wilhelm Hallen)은 20세기 초 주철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2020년 문화·예술 공간으로 전환한 장소로 베를린 아트 위크 기간에는 여러 상업 갤러리들의 부스를 전시한 <Hallen #5>를 열었다.
한편, 미테(Mitte) 지역에서는 베를린의 뮤지엄 아일랜드 주변의 슈프리 강(Spree Canal)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연적인 수영장으로 개발하자는 프로젝트인 플루스 바드 베를린(Fluss Bad Berlin·강 수영장 베를린)이 아트 위크 기간에 아티스트와 건축가들을 초대해 자연과 예술,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수영장 아이디어’를 홍보했다. 전시 <50 fuer Bad Berlin (베를린 수영장을 위한 50점)>은 양혜규,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mans),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 등 베를린의 대표적 작가 50여명 이상이 기부한 작품 50점을 보여주고,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도 조달하기 위한 경매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동시대 미술의 대표적 작가들의 전시가 아트 위크 기간에 시작되었다. 독일 현대 사진의 거장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개인전이 2024 케테 콜비츠 상(Käthe Kollwitz Prize 2024) 수상을 기념해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Akademie der Künste)에서 오픈했고, 전후 독일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작업을 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한 지그마 폴케(Sigmar Polke)의 전시가 쉰켈 파빌리온(Schinkel Pavilion)에서 열렸으며, 탈식민지·영토 분쟁·난민 등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통찰이 담긴 비판적 작업으로 알려진 칠레 출신 알프레도 자르(Alfredo Jaar)의 개인전이 킨들(KINDL)에서 개최되며 베를린이 동시대 미술의 ‘핫 스팟(hot spot)’임을 증명하였다.
한국 작가의 전시로는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uenstlerhaus Bethanien)에서 레지던시를 하는 이정우, 에스더 쉬퍼 갤러리에서 전현선의 개인전이 아트 위크 기간에 열렸다. 베를린 아트 위크는 예술이 가능하게 한 베를린의 개방성과 다양성, 국제성을 기념하는 페스티벌로 미술과 도시, 관객, 그리고 미술인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장을 열었다. 프로그램의 구성과 운영은 해를 거듭할수록 조직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으나 열정 가득한 날 것의 매력과 정신을 포용하는 프로젝트 스페이스나 비영리 기관의 참여는 다소 부족한 듯 보였다. 도시 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생명력을 약화시킨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함을 매해 변화하는 도시 베를린을 보며 느낀다.
변현주 큐레이터
갤러리 위켄드 베를린은 상업 갤러리들이 모여 (일반적으로 베를린 갤러리는 일요일에 휴관하지만) 금, 토, 일 기간에 각 갤러리의 하이라이트 전시 및 이벤트를 뽐내듯 보이는 행사인 반면, 9월에 열리는 베를린 아트 위크는 상업 갤러리뿐 아니라 미술관, 비영리 기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아트 페어, 컬렉션 등 100여개 이상의 협업 파트너가 참여하며 베를린 전역에서 5일간 펼쳐지는 보다 포괄적·종합적인 동시대 미술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베를린 아트 위크는 2012년 쿨투르프로젝트베를린(Kulturprojekte Berlin·문화 프로젝트 베를린)이 주최해 시작되었다. 쿨투르프로젝트베를린은 베를린 연방 주 산하 비영리 기관으로 도시 내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며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프로그램 중 하나인 베를린 아트 위크는 도시에 생명력과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현지 미술인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미술과 미술 시장, 미술 애호가를 연결하는 장을 열기 위해 기획되었다. 정부 예산 기반에서 시작했지만, 포지션스 아트 페어(POSITIONS Art Fair)를 프로그램 일부로 포함하거나 상업 갤러리가 참여하는 점에서 볼 수 있듯 상업성을 놓지 않으며 유연하게 운영되고, 독일 최대 지역협동조합 은행인 폴크스방크(Berliner Volksbank)의 후원도 받는다.
매해 베를린 아트 위크의 일종의 만남의 장소로 ‘바우 가르텐(BAW Garten·베를린 아트 위크 공원)’이 정해지는데, 올해는 서남부에 위치한 미술관인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가 그 장으로 역할 하였다. 바우 가르텐에서는 댄스 세션, DJ 파티처럼 미술관으로의 문턱을 낮춘 프로그램은 물론 그로피우스 바우의 레지던시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워크숍, 토크, 아트 위크 기간에 오픈한 전시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자: 행복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Rirkrit Tiravanija: HAPPINESS IS NOT ALWAYS FUN)》와 더불어 티라바니자의 대표적 작업 중 하나인 태국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는 이벤트 등이 펼쳐졌다.
특히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면서 개인적·공동체적 기억과 경험 및 문화를 교류하며 예술의 사회적 차원을 확장하는 작가의 작업은 베를린 아트 위크가 추구하는 목적과 부합하며 즐거운 축제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또 다른 주요 동시대 미술관인 함부르거 반호프(Hamburger Bahnhof)는 지난 몇 년간 닫혀 있었던 전시장소인 리에크할렌(Rieckhallen)을 미국 출신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첫 유럽 미술관 전시를 선보이며 아트 위크 일주일 전 재오픈했다. 함부르거 반호프는 본래 19세기 기차역으로 이용되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전환한 곳 – ‘반호프’란 단어는 독일어로 ‘기차역’을 뜻한다 – 으로 미술관 곳곳에서 기차역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리에크할렌은 기차역 폐쇄 후 1960년대 ‘리에크’ 회사의 물류 창고로 사용되었고 2003년 미술관의 일부로서 오픈해 프레드리히 크리스티안 플릭 컬렉션(Friedrich Christian Flick Collection)의 현대미술 작품을 보이는 전시실로 쓰였다.
하지만 2021년 컬렉션 대여 기간이 종료되며 장소 사용 계약이 폐기될 위험에 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정부 및 베를린 연방 주가 구매해 다시 미술관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역사의 장소가 결합된 미술관은 재오픈 첫 전시로 일상에서 발견한 다채로운 재료를 콜라주 하면서 그 역사와 내러티브를 직조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브래드포드의 전시를 개최하며 장소성을 재조명했다. 이처럼 사용되지 않는 장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하는 베를린의 특색을 드러내는 다른 곳에서도 이벤트가 차려졌다. 베를린 북부 라이니켄도르프(Reinickendorf) 지역에 위치한 빌헬름 할렌(Wilhelm Hallen)은 20세기 초 주철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2020년 문화·예술 공간으로 전환한 장소로 베를린 아트 위크 기간에는 여러 상업 갤러리들의 부스를 전시한 <Hallen #5>를 열었다.
한편, 미테(Mitte) 지역에서는 베를린의 뮤지엄 아일랜드 주변의 슈프리 강(Spree Canal)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연적인 수영장으로 개발하자는 프로젝트인 플루스 바드 베를린(Fluss Bad Berlin·강 수영장 베를린)이 아트 위크 기간에 아티스트와 건축가들을 초대해 자연과 예술,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수영장 아이디어’를 홍보했다. 전시 <50 fuer Bad Berlin (베를린 수영장을 위한 50점)>은 양혜규,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mans),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 등 베를린의 대표적 작가 50여명 이상이 기부한 작품 50점을 보여주고,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도 조달하기 위한 경매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동시대 미술의 대표적 작가들의 전시가 아트 위크 기간에 시작되었다. 독일 현대 사진의 거장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개인전이 2024 케테 콜비츠 상(Käthe Kollwitz Prize 2024) 수상을 기념해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Akademie der Künste)에서 오픈했고, 전후 독일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작업을 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한 지그마 폴케(Sigmar Polke)의 전시가 쉰켈 파빌리온(Schinkel Pavilion)에서 열렸으며, 탈식민지·영토 분쟁·난민 등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통찰이 담긴 비판적 작업으로 알려진 칠레 출신 알프레도 자르(Alfredo Jaar)의 개인전이 킨들(KINDL)에서 개최되며 베를린이 동시대 미술의 ‘핫 스팟(hot spot)’임을 증명하였다.
한국 작가의 전시로는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uenstlerhaus Bethanien)에서 레지던시를 하는 이정우, 에스더 쉬퍼 갤러리에서 전현선의 개인전이 아트 위크 기간에 열렸다. 베를린 아트 위크는 예술이 가능하게 한 베를린의 개방성과 다양성, 국제성을 기념하는 페스티벌로 미술과 도시, 관객, 그리고 미술인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장을 열었다. 프로그램의 구성과 운영은 해를 거듭할수록 조직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으나 열정 가득한 날 것의 매력과 정신을 포용하는 프로젝트 스페이스나 비영리 기관의 참여는 다소 부족한 듯 보였다. 도시 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생명력을 약화시킨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함을 매해 변화하는 도시 베를린을 보며 느낀다.
변현주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