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크리스마스의 선물>과 데이트 비용을 누가 내느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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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원경의 책 경제 그리고 삶
오 헨리 <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 <크리스마스 선물>
사랑을 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터부시하는 커플도 시시각각 변하는 사랑의 감정과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버팀목이 되는 사랑의 감정이 영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도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를 유혹한다. 그리고 환상을 심어 준다. 물론 이 오래된 이야기에 감동하는 세대들은 과거만큼 많지 않으리라. 그렇다고 그냥 안타까운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으리라.
윌리엄 시드니 포터, 필명이 오 헨리로 알려진 그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는 내 어린 시절 너무 유명했다. 19세기 말 미국의 한 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에게 무엇을 선물할지를 두고 갈등한다. 아내 델라는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사람들에게 구두쇠라고 비난받으면서도 아껴 모은 돈은 고작 1달러 87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아내인 델라는 평상시 남편 짐이 가지고 다니는 시계에 줄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델라는 말한다.
“대대로 가보로 내려온 그 시계에 맞는 줄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당시 1달러 87센트로는 도저히 짐에게 근사한 선물을 살 수 없었기에, 고민 끝에 델라는 짐의 시계와 어울리는 품위 있는 시곗줄을 발견하고, 그 시곗줄을 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자신의 길고 고운 머리카락을 잘라서 20달러에 판다. 그 돈으로 시곗줄을 산다. 그렇게 시곗줄을 짐에게 선물한다. 저녁이 되어 짐이 돌아왔다.
그 아름답게 출렁이던 아내 델리의 머리카락이 잘린 것을 보고 짐이 깜짝 놀란다. 소설 속 대사를 제대로 음미해 보자.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곗줄을 사 온 델라를 보고 짐의 마음은 까맣게 탄다. 짐도 안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더니 포장지에 싼 물건을 하나 꺼내 놓았다. 아주 값비싼 머리빗 한 세트였다. 아내의 출렁이는 아름다운 금발을 빗으라고 남편 짐이 자기가 물려받은 유일한 금시계를 팔아 사 온 것이었다. 둘의 사연이 소통의 부재로 교차했고 각자는 다른 결정을 해 버려 슬픈 상황에 놓였다.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하는 델라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는 짐의 이야기가 추억의 빗장 속에 감쳐둔 이야기로 치부해야 할까? 이 시대에도 사랑하는 이들은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여건보다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교훈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우리는 누구에게 희생을 통한 사랑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소설은 감동적이지만 누군가는 시계값과 머리빗 한 개의 값이 같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물론 있다. 누군가는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시계를 팔면서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토록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굳이 무리하게 물건을 사서 그 사랑을 표현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궁상맞다는 결론을 제시해도 할 수 없다. 세대에 따라서 감성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추억하며 달라진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본다. 소재는 달라졌어도 주제는 하나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첫 데이트를 할 때 모든 비용은 남자가 지불했다. 당시 남자들은 기사도 정신에 충만했던가!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멀리한다. 오히려 관계에서 더 공평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데이트 비용을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남성 지불, 더치 페이(1/2 분담), 초대자 지불, 고소득자 지불, 번갈아 가며 지불, 각자 주문한 것에 따라 지불, 남자는 밥 사고 여자는 커피 사기 등등... 남성이 돈벌이하는 과거에는 부양자 역할을 해야 했기에 모든 것을 남자가 부담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자에 대한 가여운 생각,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통적인 기사도의 로맨틱한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는 현대의 젊은 남성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형식을 지속한다면 남녀 관계에 불균형이 발생해 과도한 의존심이나 반감이 생길 수 있다. 계산서를 반반으로 나누는 경우는 어떨까? 데이트에서 재정적 책임을 공유하여 평등과 신뢰감이 싹튼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정이 없고 깍쟁이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데이트를 제안한 사람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어떤가? 첫 데이트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상대방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제안한 측에서 처음부터 밥 사겠다고 말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경우는 이제 부모와 어린 자식 간에나 성립하는 경우가 아닐까? “언제 저녁 식사 한번 하지요?”라는 말보다 명확하게 “제가 저녁을 모실까 합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해 주는 게 명확성의 원리에 합당하다. 한 사람의 수입이 월등히 많다면 비용을 부담하는 게 즐거움일 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쪼들리는 사람의 재정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서로 즐거운 경험을 만끽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한 사람이 처음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사람이 두 번째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 역시 공평과 호혜의 원칙에서 타당하다. 돌아가며 돈을 지불하면 한 사람만이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대신에 서로가 지불 책임을 공유할 수 있지 않다. 다만 다음에 누구 차례인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수고는 어쩔 수 없겠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너무 이성적이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에 불충분하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분리감이나 단절감을 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남녀 간에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 솔직하게 빨리 종종 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미래의 좋은 관계 설정을 위해서 필요하다. 미루다 보면 서로 오해를 할 수 있고 관계가 꼬일 수 있어서다. 두 사람 모두가 편안함과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인과 부부관계도 돈 때문에 틀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돈 문제는 서로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다룬다. 금전적 우선순위에 대한 가치관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공유하여야 할 사항이다. 삶의 가치와 생활패턴이 다른 사람이 만났는데 돈을 대하는 태도가 같을 수 없다. 서로가 돈 문제를 다루거나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서 정답은 없다. 자신의 부모가 돈 문제로 늘 싸웠던 경우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돈을 다루는 것은 서로의 가치관의 축약판일 수 있다.
만약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다음의 문구를 반드시 새기자. “인생을 살아가며 나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열린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은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재산이다.” 우리는 이처럼 터놓고 돈 문제에 대해 서로에게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단편 소설과 요즘 세태를 생각하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기 전에 미리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받고 싶은 것이나 필요한 것을 선물로 받아야 기분이 좋고, 경제적이다. 때로는 소통이 매우 경제적인 것이라 하겠다.
조원경 UNIST 교수
윌리엄 시드니 포터, 필명이 오 헨리로 알려진 그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는 내 어린 시절 너무 유명했다. 19세기 말 미국의 한 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에게 무엇을 선물할지를 두고 갈등한다. 아내 델라는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사람들에게 구두쇠라고 비난받으면서도 아껴 모은 돈은 고작 1달러 87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아내인 델라는 평상시 남편 짐이 가지고 다니는 시계에 줄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델라는 말한다.
“대대로 가보로 내려온 그 시계에 맞는 줄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당시 1달러 87센트로는 도저히 짐에게 근사한 선물을 살 수 없었기에, 고민 끝에 델라는 짐의 시계와 어울리는 품위 있는 시곗줄을 발견하고, 그 시곗줄을 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해 자신의 길고 고운 머리카락을 잘라서 20달러에 판다. 그 돈으로 시곗줄을 산다. 그렇게 시곗줄을 짐에게 선물한다. 저녁이 되어 짐이 돌아왔다.
그 아름답게 출렁이던 아내 델리의 머리카락이 잘린 것을 보고 짐이 깜짝 놀란다. 소설 속 대사를 제대로 음미해 보자.
“여보,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요.”
델라가 말했다.
“전 다만 당신에게 선물하지 않고 성탄절을 보낼 수 없어서 머리칼을 잘라 판 거예요. 곧 다시 자랄 거예요. 기분 나쁜 거 아니죠. 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머리칼은 무척 빨리 자라잖아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해 줘요. 우리 행복한 기분으로 성탄절을 보내요. 당신은 제가 준비한 선물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지 생각조차 못 할 거예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곗줄을 사 온 델라를 보고 짐의 마음은 까맣게 탄다. 짐도 안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더니 포장지에 싼 물건을 하나 꺼내 놓았다. 아주 값비싼 머리빗 한 세트였다. 아내의 출렁이는 아름다운 금발을 빗으라고 남편 짐이 자기가 물려받은 유일한 금시계를 팔아 사 온 것이었다. 둘의 사연이 소통의 부재로 교차했고 각자는 다른 결정을 해 버려 슬픈 상황에 놓였다.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하는 델라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는 짐의 이야기가 추억의 빗장 속에 감쳐둔 이야기로 치부해야 할까? 이 시대에도 사랑하는 이들은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여건보다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교훈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우리는 누구에게 희생을 통한 사랑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소설은 감동적이지만 누군가는 시계값과 머리빗 한 개의 값이 같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물론 있다. 누군가는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시계를 팔면서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토록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굳이 무리하게 물건을 사서 그 사랑을 표현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궁상맞다는 결론을 제시해도 할 수 없다. 세대에 따라서 감성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추억하며 달라진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본다. 소재는 달라졌어도 주제는 하나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첫 데이트를 할 때 모든 비용은 남자가 지불했다. 당시 남자들은 기사도 정신에 충만했던가!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멀리한다. 오히려 관계에서 더 공평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데이트 비용을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남성 지불, 더치 페이(1/2 분담), 초대자 지불, 고소득자 지불, 번갈아 가며 지불, 각자 주문한 것에 따라 지불, 남자는 밥 사고 여자는 커피 사기 등등... 남성이 돈벌이하는 과거에는 부양자 역할을 해야 했기에 모든 것을 남자가 부담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자에 대한 가여운 생각,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통적인 기사도의 로맨틱한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는 현대의 젊은 남성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형식을 지속한다면 남녀 관계에 불균형이 발생해 과도한 의존심이나 반감이 생길 수 있다. 계산서를 반반으로 나누는 경우는 어떨까? 데이트에서 재정적 책임을 공유하여 평등과 신뢰감이 싹튼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정이 없고 깍쟁이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데이트를 제안한 사람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어떤가? 첫 데이트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상대방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제안한 측에서 처음부터 밥 사겠다고 말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경우는 이제 부모와 어린 자식 간에나 성립하는 경우가 아닐까? “언제 저녁 식사 한번 하지요?”라는 말보다 명확하게 “제가 저녁을 모실까 합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해 주는 게 명확성의 원리에 합당하다. 한 사람의 수입이 월등히 많다면 비용을 부담하는 게 즐거움일 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쪼들리는 사람의 재정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서로 즐거운 경험을 만끽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한 사람이 처음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사람이 두 번째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 역시 공평과 호혜의 원칙에서 타당하다. 돌아가며 돈을 지불하면 한 사람만이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대신에 서로가 지불 책임을 공유할 수 있지 않다. 다만 다음에 누구 차례인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수고는 어쩔 수 없겠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너무 이성적이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에 불충분하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분리감이나 단절감을 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남녀 간에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 솔직하게 빨리 종종 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미래의 좋은 관계 설정을 위해서 필요하다. 미루다 보면 서로 오해를 할 수 있고 관계가 꼬일 수 있어서다. 두 사람 모두가 편안함과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인과 부부관계도 돈 때문에 틀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돈 문제는 서로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다룬다. 금전적 우선순위에 대한 가치관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공유하여야 할 사항이다. 삶의 가치와 생활패턴이 다른 사람이 만났는데 돈을 대하는 태도가 같을 수 없다. 서로가 돈 문제를 다루거나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서 정답은 없다. 자신의 부모가 돈 문제로 늘 싸웠던 경우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돈을 다루는 것은 서로의 가치관의 축약판일 수 있다.
만약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다음의 문구를 반드시 새기자. “인생을 살아가며 나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열린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은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재산이다.” 우리는 이처럼 터놓고 돈 문제에 대해 서로에게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단편 소설과 요즘 세태를 생각하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기 전에 미리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받고 싶은 것이나 필요한 것을 선물로 받아야 기분이 좋고, 경제적이다. 때로는 소통이 매우 경제적인 것이라 하겠다.
조원경 UN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