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박물관 전시를 관람한 뒤 사오는 기념품은 엽서와 도록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티셔츠부터 코스메틱, 인테리어 소품까지 판매 품목이 확대되며 미술관 굿즈가 기념품을 넘어 전시 경험을 소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 등 소장유물을 활용한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MU:DS·박물관굿즈)’가 연간 400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K컬처를 이끄는 가장 ‘힙’한 소비재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해외 주요 미술관들도 굿즈를 핵심 수익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2일 미술계에 따르면 런던 국립초상화박물관(NPG)은 오는 4일 개막하는 메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과 연계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1950년대 할리우드 아이콘이었던 먼로가 자주 착용했던 캣아이 선글라스부터 그를 상징하는 붉은색 한정판 립스틱 등을 선보인다.박물관 상품개발 책임자인 에드 심프슨은 가디언을 통해 “전시 경험을 직접 반영하는 포스터, 엽서도 있지만 다양한 제품을 통해 전시를 직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경험을 상품으로 재가공해 일상에서도 전시 소비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영국 테이트 모던도 굿즈를 전시 연장선으로 확장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트레이시 에민의 회고전을 진행하면서 고양이 밥그릇과 머그컵 등을 판매하고 있다.우울, 외로움, 관계의 상처 같은 사적인 감정을 다양한 매체로 거칠게 표현하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티컵, 팬케이크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우는 그는 이들을 “소
“전 여전히 매우 어리고 젊습니다. 오래 살고, 젊게 죽는 것(Live long, die young). 제 꿈입니다. 젊은 연주자들과 이처럼 연주하는 게 기대되는 이유죠.”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미샤 마이스키가 “제 외모나 머리색이 젊게 보이진 않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1948년생인 그는 라트비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첼리스트다. 한국에선 장한나 예술의전당 사장의 첼로 스승으로 알려졌다.그는 오는 4~12일 서울과 고양에서 열리는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 연주자로 참석한다. 오귀스탕 뒤메이, 에드가 모로, 다비드 카두쉬와 같은 동료 연주자뿐 아니라 자신의 아들과도 협연한다.“내년부터는 프랑스 칸에서 개최”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은 한국인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민이 예술감독으로서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연 음악제다. 프랑스 보르도, 서울 등 여름마다 개최지를 바꿔가며 열고 있다. 4일 서울 개막을 앞두고 2일 연 기자간담회에선 클라라 민을 비롯해 연주를 맡은 마이스키, 비올리스트 리다 첸 등이 참석했다. 클라라 민은 축제 이름에 다리를 뜻하는 ‘브릿지’를 넣은 이유에 대해 “세대와 세대의 연결, 다른 문화의 연결, 음악과 비즈니스의 연결 등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연주자 면면을 보면 여러 세대를 잇겠다는 클라라 민의 의도가 읽힌다.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첫 공연에선 미샤 마이스키가 아들인 바이올리니스트 사샤 마이스키, 딸인 릴리 마이스키와 슈베르트 ‘가곡의 밤’과 브람스 피아노 삼중주 1번을 연주한다. 리다 첸의 아들인 다
“저세상에서 돌아보면 되죠. 그때 환하게 웃으면서 말해요. 그렇게 아파도, 우린 도망가지 않았구나. 살아갔구나.”연극 ‘반야 아재’는 박이보를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인물로 그려냈다. 원작 ‘바냐 아저씨’의 바냐에 해당하는 그는 총을 들고 매형 서병후(세레브랴코프) 교수를 쏘겠다고 나서지만, 그 무엇도 제대로 무너뜨리지 못했다. 자신을 옭아맨 환경도 그대로다. 배출구에서 쌀겨가 왈칵 쏟아져 박이보를 뒤덮는 장면은 그의 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이 자리에서 서은희(원작 쏘냐)의 독백이 시작됐다. 박이보가 무너져 있을 때 은희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위로하는 말이라기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세계에서도 견디고 살아내야 한다는 말에 가까웠다. 막연한 희망이나 끝없는 체념보다 관객들에게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국립극단이 지난달 31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반야 아재’는 러시아 시골을 배경으로 한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1930년대 후반 충청북도 영동군으로 옮겨 심었다. 원작 주인공 ‘바냐’는 ‘박이보’, 조카 ‘쏘냐’는 ‘서은희’, 매형 세레브랴코프는 ‘서병후’ 교수가 됐다.이번 공연은 결말 독백이 주는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이보의 서병후 총격 실패 후 무대의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방금까지 치솟았던 감정은 한순간에 가라앉았고, 이기진(찔레긴)과 마점점(마리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실타래를 감았다. 무대가 일상의 박자로 되돌아가면서 ‘갈 거야’ 등 인물들의 같은 말이 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