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마키 <이상한 다과회>올해도 어김없이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가메타로 오이와 씨는 딱 1년 만에 초대장을 받는다. 가메타로 씨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인도 라이푸르의 이발사 스밀라 씨는 코끼리를 타고, 벨기에 안트베르펜 구둣방의 호흐 형제들은 5인용 자전거를 타고 초대장을 받은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떠난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나는 파스텔톤이 싫어요! 라고 말하는 듯 선명하고 쾌활 발랄한 색들로 눈을 사로잡는 이 그림책은 사사키 마키의 <이상한 다과회>다. 이 그림책은 읽을 때마다 참 괴짜 같고 흥미로우며 어느 순간에는 소리 내 입 밖으로 읽게 된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는 여지없이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급하게 밖을 나서다가 오늘 찰나의 여유시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날 때가 있다. 가방에 휙 챙겨나가면 후회하지 않을 책들을 줄지어 보았을 때, 단연 1등인 그림책이다. 손에 얹고만 있어도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힐끔힐끔 훔칠 수 있는 멋진 표지에, 어른 손바닥 크기의 아담함. 세상의 우울감을 꾸짖듯이 형광 발색의 밝고 화려한 숲으로 우리를 초대한다.하산 자레딘 <우리가 어른보다 똑똑해요>... 말라슈카는 파란 원피스를 입었어요......아쿨카는 노란 원피스를 입었어요.말라슈카의 집과 아쿨카의 집 마당 사이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겨난다. 그날은 말라슈카, 아쿨카 두 여자아이가 파란색, 노란색 새 원피스를 입고 나란히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뭐 하고 놀까 궁리하다가 웅덩이로 들어간다. 놀다가 웅덩이 물이 튀어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마을 전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어른
그리 오래 전 이야기는 아니었다. 2024년 대한민국 도심에 즐비한 카페처럼 레코드점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레코드점 입구 바깥에 설치한 직사각형의 스피커에서는 엘피 음질을 머금은 음악이 솔솔 흘러 나왔다. 덕분에 걸음은 가벼웠고 겨울의 칼바람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 서울의 번화가는 음악의 거리나 마찬가지였다.예를 들면 신촌에서는 프랑스 가수 프랑소와즈 아르디, 광화문에서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스티비 레이 본, 강남역 일대에서는 룰라의 노래를 레코드점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12월이 성큼 다가오면 레코드점에서 비슷한 장르의 사운드가 겨울안개처럼 흘러나왔다.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었다. 성탄절이 위치한 12월은 이유없이 마음이 설래는 하얀 눈과 붉은 색 포장지에 담긴 선물의 계절이다.한국에서 사랑받았던 크리스마스 캐럴은 다음과 같다. 세계적으로 1억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최조의 멀티미디어 스타인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1980년대 중반에 “달릴까? 말까?”라는 재미있는 후렴구로 행인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심형래의 <코믹 캐롤>, 이탈리아 그룹 라테 에 미엘레의 <Passio Secundum Mattheum>, ‘크리스마스 여왕’이라는 별명의 소유자인 머라이어 캐리의 <Merry Christmas>, 클래식 팬에게 사랑받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Christmas Oratorio> 등이 있다.[빙 크로스비 ▶ 'White Christmas'][심형래 ▶ '코믹 캐롤'][이탈리아 그룹 라테 에 미엘레 ▶ 'Passio Secundum Mattheum'][머라이어 캐리 ▶ 'Merry Christmas'][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Christmas Oratorio']12월 24
옷은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기억하는 소중한 저장 장치... 옷이 귀하지 않은 시대에 작은 저항을 하고 싶다. 좋은 기억을 주는 좋은 옷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 미나가와 아키라 대담 中미나가와 아키라의 첫인상은 일본이 낳은 세계적 브랜드를 총괄하는 디자이너라기보단, 오랜 기간 몸과 마음을 수련한 요가 마스터 같은 느낌이었다. 눈빛이 형형하고 마르고 단단한 몸. 입고 있는 옷도 정갈한 먹색에 가까운 검정색 상·하의로 마치 수도사의 옷 같았다. 아름다운 문양과 독특한 컬러로 유명한 ‘미나 페르호넨’을 탄생시킨 사람이니, 뭔가 상당히 패셔너블할 것이란 예상을 여지없이 깨는 등장이었다.자신이 만든 옷처럼 자수나 문양이 고운 옷을 입지 않은 이유도 명확했다. 그런 옷을 입으면 거기에서 영향을 받은 유사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어서 지양한단다. 그 어디서나 보지 못한 문양과 자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정작 자신의 옷은 극도로 절제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업을 대하는 곧고 바른 성미, 결기(結己)가 느껴졌다.고교 시절 육상선수였지만, 대학 입시에 실패한 뒤 찾은 유럽에서 패션쇼 아르바이트를 통해 패션을 천직으로 삼기로 결정한 미나가와 아키라.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엉뚱하고 재미있다."바느질을 해보니 잘하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오랫동안 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은 금방 포기하기 마련인데 그는 반대였다."능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오히려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다”그는 이런 마음으로 창업 초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