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단체전과 신유빈-임종훈 혼복서 메달 3개 겨냥
중국·일본 늦게 만나야…유럽선 독일 경계 대상
[올림픽] ⑥ 반등하는 한국 탁구, 12년 만의 메달 '스매시!'
'12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라!'
2024 파리 올림픽은 한국 탁구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수 있는 대회다.

2010년대부터 지속해서 침강하던 한국 탁구가 모처럼 남녀 모두 완연한 반등세를 보이는 국면에서 파리 대회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배하다시피 해온 종목인 탁구에서 한국이 중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탁구가 처음으로 올림픽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에서 한국은 남자 단식 유남규(한국거래소 감독), 여자 복식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양영자 조를 앞세워 금메달 2개를 따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 올림픽 혼합 복식에서 일본이 우승하기 전까지 올림픽 탁구에서 비(非)중국 국가가 따낸 금메달은 한국이 수확한 3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한국 탁구는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오상은(미래에셋증권 감독), 주세혁(남자대표팀 감독), 유승민이 은메달을 합작한 뒤로 올림픽 시상식에 태극기를 올리지 못했다.

[올림픽] ⑥ 반등하는 한국 탁구, 12년 만의 메달 '스매시!'
일본에 추월당하고 유럽세에도 밀리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도쿄 대회에서 2회 연속 '노메달'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 탁구는 2020년대 들어 다시 비상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은 장우진이 굳건하게 '에이스'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단식과 복식에 두루 능한 임종훈(한국거래소)이 성장하면서 한결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전지희(미래에셋증권) 홀로 분투하던 여자 탁구는 '신동'으로 주목받던 신유빈(대한항공)이 잘 성장해주면서 국제대회 경쟁력을 확 끌어올렸다.

한국 탁구는 이 네 선수를 주축 삼아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여자 복식)와 은메달 2개(남자 단체·남자 복식)에 동메달 5개(여자 단체·혼합 복식 2개·여자 단식·남자 단식)까지 총 8개의 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2개를 포함해 총 8개의 메달을 수확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3번 옵션'의 기량도 남녀 대표팀 모두 흠잡을 데 없다.

예상을 깨고 남자 대표팀에 마지막으로 선발된 21세 '영건' 조대성(삼성생명)은 파리에서 '비밀병기'로 활약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여자 대표팀의 이은혜(대한항공)는 여자 대표팀 마지막 한자리를 차지할 선수를 가리는 선발전에서 8전 전승을 거두는 등 기세가 매우 좋다.

[올림픽] ⑥ 반등하는 한국 탁구, 12년 만의 메달 '스매시!'
남녀 대표팀 모두 복식에 강하다는 점은 메달 전망을 더욱 밝힌다.

올림픽에는 복식 메달이 따로 없지만, 단체전 첫 경기가 복식으로 치러진다.

복식이 강한 나라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전지희-신유빈 조는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 복식 랭킹 2위를 지키고 있다.

장우진-임종훈 조는 2021년 휴스턴, 2023년 더반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따낸 한국 탁구 역대 최강 조합이다.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 그리고 임종훈-신유빈 조가 출격하는 혼합 복식에서 총 3개 이상의 메달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림픽] ⑥ 반등하는 한국 탁구, 12년 만의 메달 '스매시!'
물론 시상대로 향하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거로 보인다.

남녀 단식과 남녀 단체전, 혼합 복식에 이르는 5개 종목에서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하는 중국은 세계랭킹 1위 왕추친, 2위 판전둥, 4위이자 'GOAT'(역대 최고 선수) 마룽으로 남자 대표팀을 꾸렸다.

여자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쑨잉사, 2위 왕만위, 4위 천멍으로 전열을 짰다.

남녀 공히 '탁구 어벤져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비중국 여자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하야타 히나(5위)와 하리모토 도모카즈(남자 10위)를 앞세운 일본도 한국에 버거운 상대다.

[올림픽] ⑥ 반등하는 한국 탁구, 12년 만의 메달 '스매시!'
중국과 일본을 최대한 늦게 만나는 쪽으로 대진 추첨이 이뤄져야 한국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커진다.

대진 추첨은 대회 개막 이틀 전인 24일 진행된다.

유럽세 중에서는 지난 두 대회에서 각각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씩을 따낸 독일이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준결승전에서 패배한 두 팀 모두에 동메달을 주는 아시안게임과 달리 올림픽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어느 종목이든 시상대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서 독일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대표팀은 전망한다.

주세혁 남자 대표팀 감독은 "독일만 잡으면 결승까지도 갈 수 있다.

3위 결정전에서도 만날 수 있는 상대가 독일"이라면서 "지금 독일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