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차기작은 아버지가 실종된 40대 중년 남자 이야기
앤드루 포터 "세상을 정밀·명료하게 포착하면 아름다운 글 돼"
"무언가의 정수(精髓)를 정밀하고 명료하게 포착할 수 있다면 그것이 결국 아름다운 문장이 됩니다.

이 세상이 아름답기에, 그 세상을 정밀하게 또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바로 아름다운 글이 되는 거지요.

"
미국 소설가 앤드루 포터는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사라진 것들'로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들을 보유한 그는 또 좋은 문장은 또한 "박자와 리듬감, 소리가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글을 소리 내 읽었을 때 그 소리가 자기 귀에 아름답게 들린다면 아름다운 글"이라고도 했다.

창작 활동을 하며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트리니티대에서 문예창작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포터는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 읽는 일을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자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포터는 2008년 데뷔작인 단편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단편 문학상인 플래너리 오코너 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11년 번역돼 나온 이 소설집은 그러나 국내에서 큰 반향은 없다가 2013년 소설가 김영하가 팟캐스트에서 언급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재출간 이후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배우 박정민 등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역주행을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1월 출간된 두 번째 단편집 '사라진 것들' 역시 단편소설의 힘과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진지한 문학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한 지점을 예리하게 베어내 정갈하고도 우아한 문장으로 다듬어 보여준다.

그렇게 엮어낸 문장들은 마치 연필로 오랜 시간 천천히 눌러 쓴 것처럼 촘촘하고도 단단하다.

'사라진 것들'은 조금씩 더디게 소설을 발표하고 있는 과작(寡作) 작가인 포터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후 1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소설집이다.

단편 중간중간 길이가 매우 짧은 단편인 엽편(혹은 초단편) 6편을 삽입해 총 15편의 소설이 담긴 이 단편집은 시간이라는 까다로운 재료로 일급 셰프가 만들어낸 소박하고도 내실 있는 정찬 같은 느낌을 준다.

앤드루 포터 "세상을 정밀·명료하게 포착하면 아름다운 글 돼"
단편들로 한국 독자들에게 인기를 끈 포터는 차기작으로는 장편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40대 남자인데 열두 살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됩니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지인들을 만나러 떠나죠. 시점은 실종되기 전 아버지와 마지막을 보낸 1980년대와 현재를 오갑니다.

모든 이야기는 (제가 사는 텍사스가 아니라) 캘리포니아가 배경인데, 현재 계속 쓰는 중이에요.

"
차기작인 이 장편 역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사라진 것들'을 펴낸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자신에게 변하지 않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친절함과 따뜻함을 꼽았다.

"제 일상에서 변하지 않는 중요한 신념이나 가치관, 그리고 제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건 친절하고 따듯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선생이자 학생들의 멘토로서도 늘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
작가가 자신의 말대로 이날 북토크 내내 친절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사회자인 작가 겸 뮤지션 요조와 독자들의 질문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신중히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방한인데, 두 차례 모두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친절하고 따뜻하게 환대해주셔서 서울을 떠나기 싫을 정도예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