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여름동화…당 타이 손 내한 공연

드뷔시의 '어린이의 차지' 감성 연주…쇼팽의 강렬한 '스케르초'로 마무리

베트남을 대표하는 노장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66)이 2년 만에 찾은 한국 무대에서 한 편의 동화를 선사했다.

당 타이 손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독주회) 1부에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작곡가인 드뷔시의 '어린이의 차지' 6곡을 연주했다.

'어린이의 차지'는 드뷔시가 43세에 얻은 딸을 위해 작곡한 노래다.

악보 앞머리에 '아빠의 다정한 인사와 함께 소중하고 귀여운 슈슈에게'라는 헌정사를 새길 정도로 드뷔시는 늦둥이 딸을 아끼는 마음으로 노래를 지었다.

당 타이 손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서 종이 건반으로 피아노를 배웠다는 자신의 어린 시절 감성을 고스란히 한국 관객에게 전달했다.

초여름 밤 마루에 나란히 걸터앉은 손주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는 연주였다.

지루한 피아노 연습곡과 씨름하고, 인형을 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부르는 아이의 모습이 당 타이 손의 섬세한 손가락 터치로 완성됐다.

온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튕기듯이 건반을 치는 당 타이 손 특유의 연주가 빛이 나는 시간이었다.

20여분의 휴식 후에 이어진 2부 공연은 당 타이 손의 '음악인생 동반자'인 쇼팽으로 채워졌다.

'야상곡'(녹턴) 두 곡과 '뱃노래', '왈츠' 5곡, '스케르초 2번'이 순서대로 연주됐다.

당초 '뱃노래'를 먼저 연주한 뒤 '야상곡 다단조'와 '야상곡 올림다단조'를 연주할 예정이었지만, 당 타이 손은 공연 직전 주최사를 통해 연주 순서를 바꾸겠다고 공지했다.

서정적인 '야상곡' 뒤에 낭만적인 '뱃노래'와 경쾌한 '왈츠'가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연주자 본인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감정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결정이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스케르초 2번'은 당 타이 손의 강렬한 연주를 감상하는 드문 기회였다.

으르렁거리는 낮은 음역대로 시작한 연주는 '포르티시모'(매우 강하게 치라는 연주기호) 화음으로 이어지면서 극적인 대비를 일으켰다.

이어 폭발적인 '코다'(악곡을 끝내기 위해 추가된 마침 부분)로 연주를 마무리하자 2시간 내내 고요했던 객석은 순식간에 록 페스티벌의 뜨거운 콘서트장으로 변모했다.

2022년 8월 이후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당 타이 손의 내한 일정은 1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의 마스터 클래스'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