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또다른 인생의 페이지' 꿈꾸는 제주 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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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화 마을 만들어요" 신의주 '어나더페이지' 대표
환경·다양성·로컬 가치 선보여…주민과 풍성한 문화잔치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 "왁자지껄 잔치가 벌어진 줄 알았대요.
"
문화 공연이 뜸한 제주도 서남쪽 끝자락 농촌 마을인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2021년 가을께 무용과 노래 등 한판 공연이 펼쳐졌다.
'쿵작쿵작' 신나는 소리에 잔치가 벌어진 줄 안 마을 어르신들이 동네 책방 '어나더페이지(Another Page)'로 몰려왔다.
어나더페이지 대표 신의주(35)씨는 "문화 공연(동네책방 유랑단) 당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책방 문짝을 떼어내고 골목길에까지 의자를 깔았다"며 "마을 어르신 등 주민과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는 문화 마당이 됐다"고 전했다.
이 책방은 일제 강점기 잔재와 제주4·3, 한국전쟁의 상흔이 많은 서귀포시 대정읍에 2019년 7월 문을 열었다.
대정읍은 신 대표의 고향이다.
어나더페이지는 '환경·다양성·로컬'의 주제가 있는 책들을 선별해 선보이는 일종의 '큐레이션' 서점이다.
차별화된 책들을 보려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나 휴가지 원격근무(워케이션)를 온 이들도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책방을 방문한다.
신 대표는 "어나더페이지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책방을 '경험'해 보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대정읍은 마늘 등 농업과 방어·자리돔 어획 등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대다수이고 인구는 점차 줄고 고령화되고 있다.
도시에 비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주민들의 문화 체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신 대표는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며 "책방이 주민은 물론, 대정읍을 찾는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문화를 가까이할 수 있는 매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많게는 연간 20회가량 열린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대정읍 하모체육공원에서 제주어 동시집을 나눠주고 떡볶이를 만들어 나누어 먹고, 공연을 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농촌 마을에서 열린 행사치곤 많은 4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2022년에는 100세가 넘는 마을 어르신, 해녀 회장 등과 함께 '어르신 그림 책방' 프로그램(서귀포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 기획)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바다에서 물질을 한 경험, 소소한 생활 이야기, 어릴 적 가족 이야기, 제주4·3 당시의 경험 등을 그림과 간단한 시 형식의 글로 표현했다.
이들의 그림 등은 '그때, 그대는 어땠나요?'(김재담, 방이심, 양오생 글·그림, 비매품)라는 제목의 책으로 책방에 전시됐다.
또 김연수 작가의 낭독회, 은희경 작가 초청 북토크·낭독회, 청소년 문학 클럽, 책 읽기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신 대표는 동네 책방을 내기 전까지 국제개발협력기구에서 활동하고 도시 기업에서 직장 생활도 했다.
신 대표는 "도서정가제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출판사들이 생겨났고 책 생태계가 활성화됐다.
그리고 제주 구석구석을 다니는 관광객들에게는 마을 책방이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책 주문이 많이 들어와 책 판매가 당연히 책방의 주요한 수입원이라고 한다.
엽서와 공정무역 제품 등도 소량으로 판매한다.
그는 "마을 책방 경영 상황은 현재 그리 걱정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마을 책방을 열려면 소박하나 문화를 향유하며 즐거운 삶을 살겠다는 각오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대정읍이 지금보다 더 개발되지 않고 생태와 역사·문화를 간직한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면서 "대정읍을 떠난 젊은 층들이 저처럼 고향으로 돌아오거나, 대정읍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이 와서 문화공간을 더 만들어 나가면 지역 인구도 유입되고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방을 연 것은 그에게 '또 다른 인생의 페이지'라는 의미가 있다.
"손님들도 책 한 권으로 또 다른 인생의 페이지를 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나더페이지'라는 책방 이름을 붙였다"는 신 대표는 책방을 찾는 모든 사람이 '또 다른 인생의 페이지'를 열 수 있기를 바랐다.
/연합뉴스
환경·다양성·로컬 가치 선보여…주민과 풍성한 문화잔치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 "왁자지껄 잔치가 벌어진 줄 알았대요.
"
문화 공연이 뜸한 제주도 서남쪽 끝자락 농촌 마을인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2021년 가을께 무용과 노래 등 한판 공연이 펼쳐졌다.
'쿵작쿵작' 신나는 소리에 잔치가 벌어진 줄 안 마을 어르신들이 동네 책방 '어나더페이지(Another Page)'로 몰려왔다.
어나더페이지 대표 신의주(35)씨는 "문화 공연(동네책방 유랑단) 당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책방 문짝을 떼어내고 골목길에까지 의자를 깔았다"며 "마을 어르신 등 주민과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는 문화 마당이 됐다"고 전했다.
이 책방은 일제 강점기 잔재와 제주4·3, 한국전쟁의 상흔이 많은 서귀포시 대정읍에 2019년 7월 문을 열었다.
대정읍은 신 대표의 고향이다.
어나더페이지는 '환경·다양성·로컬'의 주제가 있는 책들을 선별해 선보이는 일종의 '큐레이션' 서점이다.
차별화된 책들을 보려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나 휴가지 원격근무(워케이션)를 온 이들도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책방을 방문한다.
신 대표는 "어나더페이지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책방을 '경험'해 보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대정읍은 마늘 등 농업과 방어·자리돔 어획 등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대다수이고 인구는 점차 줄고 고령화되고 있다.
도시에 비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주민들의 문화 체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신 대표는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며 "책방이 주민은 물론, 대정읍을 찾는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문화를 가까이할 수 있는 매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많게는 연간 20회가량 열린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대정읍 하모체육공원에서 제주어 동시집을 나눠주고 떡볶이를 만들어 나누어 먹고, 공연을 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농촌 마을에서 열린 행사치곤 많은 4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2022년에는 100세가 넘는 마을 어르신, 해녀 회장 등과 함께 '어르신 그림 책방' 프로그램(서귀포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 기획)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바다에서 물질을 한 경험, 소소한 생활 이야기, 어릴 적 가족 이야기, 제주4·3 당시의 경험 등을 그림과 간단한 시 형식의 글로 표현했다.
이들의 그림 등은 '그때, 그대는 어땠나요?'(김재담, 방이심, 양오생 글·그림, 비매품)라는 제목의 책으로 책방에 전시됐다.
또 김연수 작가의 낭독회, 은희경 작가 초청 북토크·낭독회, 청소년 문학 클럽, 책 읽기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신 대표는 동네 책방을 내기 전까지 국제개발협력기구에서 활동하고 도시 기업에서 직장 생활도 했다.
신 대표는 "도서정가제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출판사들이 생겨났고 책 생태계가 활성화됐다.
그리고 제주 구석구석을 다니는 관광객들에게는 마을 책방이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책 주문이 많이 들어와 책 판매가 당연히 책방의 주요한 수입원이라고 한다.
엽서와 공정무역 제품 등도 소량으로 판매한다.
그는 "마을 책방 경영 상황은 현재 그리 걱정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마을 책방을 열려면 소박하나 문화를 향유하며 즐거운 삶을 살겠다는 각오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대정읍이 지금보다 더 개발되지 않고 생태와 역사·문화를 간직한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면서 "대정읍을 떠난 젊은 층들이 저처럼 고향으로 돌아오거나, 대정읍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이 와서 문화공간을 더 만들어 나가면 지역 인구도 유입되고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방을 연 것은 그에게 '또 다른 인생의 페이지'라는 의미가 있다.
"손님들도 책 한 권으로 또 다른 인생의 페이지를 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나더페이지'라는 책방 이름을 붙였다"는 신 대표는 책방을 찾는 모든 사람이 '또 다른 인생의 페이지'를 열 수 있기를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