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다 내자식 같지"…광운대앞 40년 분식집 사장 명예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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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분식' 권순단씨, 형편 어려운 학생 등록금 내주며 선행
"단골이었던 가수 김수철씨 보고싶어…좋게 살면 좋은 끝 있다" "옛날에는 학생들이 굉장히 어려웠어. 다 내 자식 같고, 동생 같으니까 외상이라 할 것도 없이 오면 밥 먹이고 돈은 다음에 받곤 했지."
40여년간 '광운분식'을 운영한 권순단(74) 씨는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의 한 가게에서 기자와 만나 "그래도 학생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해서 나중엔 돈도 많이 벌었다"며 활짝 웃었다.
권씨는 1976년 서울 노원구 광운대 정문 앞에 광운분식을 열었다.
라면 하나 끓일 줄 몰랐던 20대의 권씨였지만 밥벌이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냥 마음이 끌려' 친한 동생과 함께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순두부찌개하고 라면, 육개장이 많이 나갔어. 그때는 가게 앞에 술집도 없어서 식사도 하고 술 먹는 학생들도 많았어. 나도 나이도 어리고 세상 물정도 몰랐으니 보통 각오론 안 되겠구나 싶어서 야무지게 했지."
학생들과 정을 쌓으며 가게도 자리를 잡아갈 때쯤 권씨는 사정이 빤한 학생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권씨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딱 보면 안다"며 "등록금에 보태라고 몰래 봉투에 현금을 담아서 주머니에 찔러넣어 주곤 했다"고 돌아봤다.
사정이 딱한 학생들만 권씨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
권씨는 훈련을 나가는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ROTC) 학생을 위해 100여명분 식사를 무료로 챙겨주기도 했다.
학내 신문사나 방송부 학생들이 MT를 간다고 하면 김치 대여섯포기를 싸주는 잔정도 잊지 않았다.
권씨는 "받은 사람 중에도 내가 그렇게 하고 살았다는 것을 지금까지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쁘고 좋다"며 미소 지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광운분식의 온기를 잊지 않은 학생들은 다시 가게를 찾았다.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단골 중에는 유명인도 여럿이다.
광운대 축구부 출신인 전 국가대표 설기현(45) 선수도 광운분식의 단골 중 한명이었다.
권씨는 "설 선수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우리 가게를 찾았다"며 활짝 웃었다.
권씨는 가장 그립고 보고 싶은 단골로 가수 김수철(67)씨를 꼽았다.
1983년 '못다 핀 꽃 한송이'로 대히트를 친 김수철씨도 한 때 광운분식을 즐겨 찾던 광운대 학생이었다.
"내가 죽기 전에 한 번 봤으면 좋겠어. 음악에 대해선 정말 천재였지."
이렇게 광운대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던 권씨는 인근 석계역에 또 다른 가게를 운영하는 아들을 돕기 위해 2017년 광운분식의 문을 닫았다.
광운대는 창학 9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 총장실에서 권씨에게 명예학사 학위를 수여했다.
'과연 내가 이것을 받아도 되나' 싶어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학교 관계자들의 간청으로 결국 학위를 받게 됐다.
2003년 같은 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아들과 동문이 된 건 덤이다.
권씨는 "학위를 받게 된 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며 "세상을 좋게 살려고 하면 좋은 끝이 있게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씨는 특히 "광운대 동문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사소한 일이 있어도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고, 욕심내지 말고, 모든 분이 감사하며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
"단골이었던 가수 김수철씨 보고싶어…좋게 살면 좋은 끝 있다" "옛날에는 학생들이 굉장히 어려웠어. 다 내 자식 같고, 동생 같으니까 외상이라 할 것도 없이 오면 밥 먹이고 돈은 다음에 받곤 했지."
40여년간 '광운분식'을 운영한 권순단(74) 씨는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의 한 가게에서 기자와 만나 "그래도 학생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해서 나중엔 돈도 많이 벌었다"며 활짝 웃었다.
권씨는 1976년 서울 노원구 광운대 정문 앞에 광운분식을 열었다.
라면 하나 끓일 줄 몰랐던 20대의 권씨였지만 밥벌이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냥 마음이 끌려' 친한 동생과 함께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순두부찌개하고 라면, 육개장이 많이 나갔어. 그때는 가게 앞에 술집도 없어서 식사도 하고 술 먹는 학생들도 많았어. 나도 나이도 어리고 세상 물정도 몰랐으니 보통 각오론 안 되겠구나 싶어서 야무지게 했지."
학생들과 정을 쌓으며 가게도 자리를 잡아갈 때쯤 권씨는 사정이 빤한 학생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권씨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딱 보면 안다"며 "등록금에 보태라고 몰래 봉투에 현금을 담아서 주머니에 찔러넣어 주곤 했다"고 돌아봤다.
사정이 딱한 학생들만 권씨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
권씨는 훈련을 나가는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ROTC) 학생을 위해 100여명분 식사를 무료로 챙겨주기도 했다.
학내 신문사나 방송부 학생들이 MT를 간다고 하면 김치 대여섯포기를 싸주는 잔정도 잊지 않았다.
권씨는 "받은 사람 중에도 내가 그렇게 하고 살았다는 것을 지금까지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쁘고 좋다"며 미소 지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광운분식의 온기를 잊지 않은 학생들은 다시 가게를 찾았다.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단골 중에는 유명인도 여럿이다.
광운대 축구부 출신인 전 국가대표 설기현(45) 선수도 광운분식의 단골 중 한명이었다.
권씨는 "설 선수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우리 가게를 찾았다"며 활짝 웃었다.
권씨는 가장 그립고 보고 싶은 단골로 가수 김수철(67)씨를 꼽았다.
1983년 '못다 핀 꽃 한송이'로 대히트를 친 김수철씨도 한 때 광운분식을 즐겨 찾던 광운대 학생이었다.
"내가 죽기 전에 한 번 봤으면 좋겠어. 음악에 대해선 정말 천재였지."
이렇게 광운대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던 권씨는 인근 석계역에 또 다른 가게를 운영하는 아들을 돕기 위해 2017년 광운분식의 문을 닫았다.
광운대는 창학 9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일 총장실에서 권씨에게 명예학사 학위를 수여했다.
'과연 내가 이것을 받아도 되나' 싶어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학교 관계자들의 간청으로 결국 학위를 받게 됐다.
2003년 같은 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아들과 동문이 된 건 덤이다.
권씨는 "학위를 받게 된 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며 "세상을 좋게 살려고 하면 좋은 끝이 있게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씨는 특히 "광운대 동문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사소한 일이 있어도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고, 욕심내지 말고, 모든 분이 감사하며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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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