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2분기부터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4번째 상승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반도체 수출이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2분기부터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4번째 상승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선 세 번의 상승기는 ▲스마트폰 수요확대(2013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2016년) ▲코로나 비대면 활동 증가(2020년) 등으로 촉발됐다.

과거 상승국면을 살펴보면 상승 기간은 약 2년으로 유사했고 상승 폭은 각 국면별 수급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모바일 수요 확대에 국한됐던 상승기보다 클라우드 서버 증설과 가상자산 확산으로 인한 상승기의 매출 증가 폭이 더 컸다. 비대면 활동 증가로 전반적인 정보통신(IT) 제품 수요가 증가했던 마지막 상승기에는 매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두 번째 상승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챗GPT개발로 촉발된 인공지능(AI) 개발 열풍으로 작년 초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도 지난해 상반기 중 생산이 증가 전환했으며, 하반기부터는 수출과 메모리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AI 서버 부문은 AI 붐에 대응하기 위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 간 AI 경쟁 심화로 관련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일반 서버의 경우 기존 설비의 노후화, 그간의 투자 부족 등이 수요 회복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은 올해 초 AI 기능이 탑재된 갤럭시 S24가 판매 호조를 보인 가운데 하반기에 출시될 아이폰에도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 확대가 점차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PC의 경우에도 AI 활용을 위한 고성능 컴퓨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AI 기능 도입이 교체수요가 도래한 PC 수요를 더욱 자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는 메모리 공급 측면의 경우에도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제품의 생산능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수익성을 중시할 가능성이 커 공급 확대가 제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에 제약을 겪으면 반도체 가격은 더 오르고 호황이 더 길게 유지될 수 있단 설명이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를 집필한 최영우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반도체 수요가 AI 서버에서 향후 다른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공급 확대도 제약됐다”며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되며, 더 길어질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상승기에 국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흐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 및 건설투자, 데이터센터 건설투자 등도 국내 경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영기자 chae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