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반대' 세번째 토론회 개최
법안 미비로 '보증금채권 가치평가 어렵다' 판단…"혼란만 부를 것"
'선구제' 근저당 채권매입에도 1조8천억∼2조2천억원 소요 추산
전세사기특별법 표결 닷새앞…정부 "선구제도 후회수도 어렵다"(종합)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23일 토론회를 열고 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재차 거론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부터 공공이 매입하도록 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평가가 어렵고, 피해주택 매각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돼 '선구제'도, '후회수'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금융위원회는 이날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 토론회'를 열었다.

특별법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히기 위한 정부 토론회는 지난달 24일, 30일에 이어 세 번째다.

특별법 개정안의 최대 쟁점인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개정안은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하면 채권 매입기관이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쳐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채권 매입 가격 하한선은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평균 30%가량) 이상으로 뒀으며 상한은 없다.

토론회에서는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이 얼마인지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다.

피해자는 채권 평가액만큼을 돌려받게 되기에 가치평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전세사기특별법 표결 닷새앞…정부 "선구제도 후회수도 어렵다"(종합)
정부는 채권 가치 산정에 필요한 예상 경매 낙찰가율을 산정하기 어렵고, 임대인의 체납에 따른 선순위 조세채권, 선순위 근저당과 임차보증금 확인 역시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일반적 주택과 달리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권리관계는 복잡하기 때문에 권리관계 확인을 위한 근거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조세 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특별법 개정안에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돼도 작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선순위 채권을 파악할 수 있는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아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공정한 가치평가가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현가화'도 거쳐야 한다.

보증금이 1억5천만원인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를 통해 3년 뒤 1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가치평가가 나왔다고 가정하면 현시점에서는 7천만∼8천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이 과장은 "선구제 후회수라는 슬로건은 좋으나 선구제가 쉽지 않고, 부실 채권이기에 후회수도 어렵다"며 "현재 발의된 특별법 개정안은 피해자의 혼란만 가중하고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특별법 표결 닷새앞…정부 "선구제도 후회수도 어렵다"(종합)
정부는 특별법 개정안 시행 때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선순위 저당 채권 매입에도 1조8천억∼2조2천억원가량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해자가 신청하면 캠코가 선순위 저당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조항을 개정안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선순위 근저당권을 보유한 금융사는 캠코가 요청하면 반드시 할인해 채권을 팔아야 한다.

캠코는 추후 채권 회수를 위해 법원에 배당금을 신청하더라도 세입자에게 더 많은 배당금이 돌아가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순위 근저당이 많아 경매에 가더라도 남는 게 한 푼도 없는 후순위 임차인도 보증금을 건질 수 있으나 캠코와 금융사는 모두 손해를 봐야 한다.

임형준 금융위원회 팀장은 "개정안은 피해주택 경매 때 캠코가 배당을 적게 신청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는데, 경매 과정이 복잡한 데다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며 "선순위 채권자와 전세사기 피해자 사이에 다른 채권자가 있다면 캠코가 배당을 적게 신청한 혜택이 피해자에게 가지 않고 다른 채권자에게 갈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경매 과정의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 구제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피해주택 매각을 통한 정부의 '후회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경선 HUG주택도시금융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연립·다세대 경매 매각 건수가 서울 1천250건, 전국 4천600건"이라며 "피해자 규모가 현재 1만7천명, 향후 3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매시장에서 피해주택을 어느 정도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회수 기간이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경매에서 낙찰된다 해도 소요 기간에 따른 할인율을 적용하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회수액은 적어지고 낙찰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