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 / 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대생 간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월부터 휴학계를 내고 수업 거부에 들어간 의대생들 역시 학교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집단유급' 가능성이 커지면서 특히 휴학 승인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가 의대생 단체에 제안한 공개 대화마저 성사되지 않으면서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가에서는 2월 시작된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석 달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올해 학사일정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가운데 37개 대학이 이미 온·오프라인으로 수업을 재개했지만, 수업 참여율이 상당히 저조한 상황이다.

각 대학은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계절학기 최대 이수 가능 학점 기준을 상향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임시방편'이란 평가다. 또 만약 이들이 뒤늦게 학교로 복귀하더라도 이미 1년 치 교육과정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흘러 학사 진급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집단 유급될 경우 휴학이 승인되지 않아 발생한 피해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2~3회 유급되면 퇴교해야 한다. 이미 1~2번 유급 경험이 있는 학생의 경우 퇴교 위험이 있는 셈"이라며 "(학생이) 휴학을 요청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특별한 사유 없이 인정을 안 해줬다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세대의 경우 교수회의에서 '어느 시점에서는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데 결론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사진=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사진=뉴스1
다만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므로 학칙에서 규정한 다른 절차와 요건을 갖췄더라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교별로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총장이 학칙에 따라 휴학 승인 권한을 학장에게 위임해놓은 대학이라 할지라도, 현재는 '특수 상황'이므로 단과대 차원에서 집단휴학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는 게 교육부의 해석이다.

한편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공개 대화를 제안했지만, 의대생 단체가 이를 사실상 거절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의대생 간의 분위기는 한층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거니와, 돌아오더라도 수업을 따라잡아 진급하기가 어려운 시점이 됐다는 게 (의대) 교수님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로서도 학생들을 보호하려면 유급되기 전에 휴학을 승인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교육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아 (학교도)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