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근조화환 보내 애도…문 전 대통령 "시대의 올곧은 어른"
신경림 시인 빈소에 추모 행렬…"아기같이 순수했던 분"
"신경림 선생은 노인 속에 아기가 들어있는 사람이었어요.

권위주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분이었지요.

시만큼이나 인품도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지낸 원로 소설가 현기영(83)은 22일 89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한국의 대표 민중 시인 신경림의 빈소를 찾아 이렇게 고인을 회고했다.

그는 고인과 '무명산악회' 활동을 같이하며 45년 넘게 가까이 교류해왔다고 한다.

역시 무명산악회에 속해 고인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은 극작가 겸 소설가 안종관(81)도 "시는 물론이고, 친화력이 대단히 좋은 아주 친근한 분이었다"며 고인과의 소중한 인연을 돌아봤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자 시인인 도종환 국회의원과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시인) 등 많은 문인이 찾아 애도를 표했다.

고인과 동향(충북 충주)의 막역한 친구이자 충주고 1년 선배이기도 한 문학평론가 유종호(89)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도 고령에도 몸소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고인은 병색이 짙던 최근까지도 가까운 친구인 유 전 회장과 자주 통화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옛이야기 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근조 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도 올렸다.

그는 고인에 대해 "마지막까지 현역이었던 시인은 우리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이 시대의 올곧은 어른으로서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셨다"면서 "민중의 삶과 아픔을 노래한 수많은 시편이 지치고 힘든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힘을 주었듯, 선생님이 세상에 두고 간 시들은 우리의 마음을 오래도록 울릴 것"이라고 썼다.

신경림 시인 빈소에 추모 행렬…"아기같이 순수했던 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도 문인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시인 중 노벨상 받을만한 분이 바로 신경림 시인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의 시는 유장한 한국말의 리듬이 좋다.

시의 품위도 있다"면서도 "신경림 선생의 시는 번역하면 제맛을 살리기 어렵다"고 적었다.

신경림 시인의 장례는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등 주요 문인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문단 원로인 염무웅 문학평론가가 맡았고, 공동위원장으로 각 문인단체 대표들이 참여한다.

도종환 의원은 집행위원장을 맡아 장례 실무를 총괄한다.

이외에도 김사인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시인) 등 문단의 중진과 원로들이 유족과 함께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발인 전날인 24일 저녁 7시에는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간소하게 추모제도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후배 문인과 예술인들의 추모사 낭독과 추모시 헌정,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인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