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 "'더 에이트 쇼' 속 주최 측은 바로 시청자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첫 시리즈 연출…시간 쌓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쇼 소재
"모두가 도파민에 중독된 시대, 재미란 과연 무엇인가 고민" 죽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엄청난 돈이 쌓이는 혹하면서도 가혹한 쇼. 이곳으로 초대된 참가자 8명은 배정받은 층에 따라 뚜렷하게 급이 나뉜다.
상층에 사는 '가진 자'들은 갖은 비열한 방식으로 하층을 착취하기 시작하고, '갖지 못한 자'들의 목숨 건 투쟁은 상층의 절대적인 권력 아래 너무나도 쉽게 수포가 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에이트 쇼'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관객을 기분 좋게 해주려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시간 쌓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쇼에 참여한 여덟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참가자들은 이들을 관찰하고 있는 의문의 주최 측이 재미를 느낄 때마다 쇼의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주최 측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한 감독은 "시간을 벌어서 돈을 버는 쇼에 참여해 주최 측에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마치 제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렇게 '재미란 무엇인가?'라는 큰 주제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쇼 초반에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거나, 콧바람으로 리코더를 부는 장기자랑으로 주최 측의 관심을 끌지만, 이내 이들의 관심과 보상이 줄어들자 점점 더 자극적인 재미로 치닫는다.
'8층'(천우희 분)은 마음에 드는 남성을 골라 성관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두 참가자를 지목해 한 명의 얼굴이 피범벅이 될 때까지 몸싸움을 시키기도 한다.
급기야는 벌칙으로 전기 충격기를 활용해 잔인하게 참가자들을 고문하며 시간을 따내기 시작한다.
한 감독은 "작품 속에 창작자로서 제 고민을 녹여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통해 의미를 찾으려고 했고,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를 좋은 작품이라고 평했지만, 요즘에는 콘텐츠가 순수한 오락거리여도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그런 작품들을 선호하지 않느냐"며 "모두가 도파민에 중독된 시대에 재미를 전하는 창작자로서 저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저도 짧고 자극적인 클립 영상에 익숙해져 버렸어요.
영화감독인데도 극장에 가면 앉아있는 게 힘들 때가 있죠. 그렇게 변해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어떤 재미를 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관객이 원하는 재미를 줘야 하는 걸까?',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등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창작자로서 꾸준히 고민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 '더 에이트 쇼'에는 1층부터 8층까지, 다양한 계층을 상징하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분당 1만원이 쌓이는 1층부터, 분당 13만원이 쌓이는 6층, 그리고 분당 34만원씩 쌓이는 최상위층 8층까지. 한 감독은 "어느 계층에 이입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보이기를 바랐다"며 "제가 알기로는 시리즈물 중 유일하게 매회 오프닝을 다르게 만들었고, 극 중에서도 각 캐릭터를 골고루 다루려고 했다"고 짚었다.
이어 "등장인물들이 대표하는 층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와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개인적인 서사도 최대한 생략했다.
개성을 없애는 대신, 시청자들의 해석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인물로 그렸다"고 덧붙였다.
'더 에이트 쇼'는 22일 기준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7위에 올랐다.
입체적인 설정의 캐릭터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호평과 함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아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감독은 "재미의 끝까지 갔을 때는 결국 고통과 혐오만이 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서바이벌물에는 주최 측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명백하게 악한 주최 측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죄책감을 덜지만, '더 에이트 쇼'에서는 시청자들이 주최 측이 된 것처럼 느끼기를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선량하다고 생각해요.
하층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나,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남을 못 때리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죠. 근데 관객들은 하층들이 통쾌하게 되갚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 게 쾌감인 거죠. 쾌감이 무엇이고, 원하는 쾌감을 주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겁니다.
" 2005년 영화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한 한 감독은 이후 영화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더 킹'(2016), '비상선언'(2022) 등을 만들어왔다.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첫 시리즈물 연출에 도전한 한 감독은 차기작도 시리즈물로 정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현혹'을 드라마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한 감독은 "다음 작품에서는 이번처럼 심오한 고민을 담지는 않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는 순수한 멜로물에요.
그냥 재밌게만 만들고 싶은데 또 모르겠네요.
쓰다 보면 어떤 고민을 녹이게 될지 저도 모르겠어요.
(웃음)"
/연합뉴스
"모두가 도파민에 중독된 시대, 재미란 과연 무엇인가 고민" 죽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엄청난 돈이 쌓이는 혹하면서도 가혹한 쇼. 이곳으로 초대된 참가자 8명은 배정받은 층에 따라 뚜렷하게 급이 나뉜다.
상층에 사는 '가진 자'들은 갖은 비열한 방식으로 하층을 착취하기 시작하고, '갖지 못한 자'들의 목숨 건 투쟁은 상층의 절대적인 권력 아래 너무나도 쉽게 수포가 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에이트 쇼'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관객을 기분 좋게 해주려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시간 쌓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쇼에 참여한 여덟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참가자들은 이들을 관찰하고 있는 의문의 주최 측이 재미를 느낄 때마다 쇼의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주최 측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한 감독은 "시간을 벌어서 돈을 버는 쇼에 참여해 주최 측에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마치 제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렇게 '재미란 무엇인가?'라는 큰 주제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쇼 초반에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거나, 콧바람으로 리코더를 부는 장기자랑으로 주최 측의 관심을 끌지만, 이내 이들의 관심과 보상이 줄어들자 점점 더 자극적인 재미로 치닫는다.
'8층'(천우희 분)은 마음에 드는 남성을 골라 성관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두 참가자를 지목해 한 명의 얼굴이 피범벅이 될 때까지 몸싸움을 시키기도 한다.
급기야는 벌칙으로 전기 충격기를 활용해 잔인하게 참가자들을 고문하며 시간을 따내기 시작한다.
한 감독은 "작품 속에 창작자로서 제 고민을 녹여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통해 의미를 찾으려고 했고,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를 좋은 작품이라고 평했지만, 요즘에는 콘텐츠가 순수한 오락거리여도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그런 작품들을 선호하지 않느냐"며 "모두가 도파민에 중독된 시대에 재미를 전하는 창작자로서 저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저도 짧고 자극적인 클립 영상에 익숙해져 버렸어요.
영화감독인데도 극장에 가면 앉아있는 게 힘들 때가 있죠. 그렇게 변해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어떤 재미를 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관객이 원하는 재미를 줘야 하는 걸까?',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등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창작자로서 꾸준히 고민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 '더 에이트 쇼'에는 1층부터 8층까지, 다양한 계층을 상징하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분당 1만원이 쌓이는 1층부터, 분당 13만원이 쌓이는 6층, 그리고 분당 34만원씩 쌓이는 최상위층 8층까지. 한 감독은 "어느 계층에 이입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보이기를 바랐다"며 "제가 알기로는 시리즈물 중 유일하게 매회 오프닝을 다르게 만들었고, 극 중에서도 각 캐릭터를 골고루 다루려고 했다"고 짚었다.
이어 "등장인물들이 대표하는 층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와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개인적인 서사도 최대한 생략했다.
개성을 없애는 대신, 시청자들의 해석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인물로 그렸다"고 덧붙였다.
'더 에이트 쇼'는 22일 기준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7위에 올랐다.
입체적인 설정의 캐릭터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호평과 함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아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감독은 "재미의 끝까지 갔을 때는 결국 고통과 혐오만이 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서바이벌물에는 주최 측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명백하게 악한 주최 측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죄책감을 덜지만, '더 에이트 쇼'에서는 시청자들이 주최 측이 된 것처럼 느끼기를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선량하다고 생각해요.
하층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나,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남을 못 때리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죠. 근데 관객들은 하층들이 통쾌하게 되갚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 게 쾌감인 거죠. 쾌감이 무엇이고, 원하는 쾌감을 주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겁니다.
" 2005년 영화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한 한 감독은 이후 영화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더 킹'(2016), '비상선언'(2022) 등을 만들어왔다.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첫 시리즈물 연출에 도전한 한 감독은 차기작도 시리즈물로 정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현혹'을 드라마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한 감독은 "다음 작품에서는 이번처럼 심오한 고민을 담지는 않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는 순수한 멜로물에요.
그냥 재밌게만 만들고 싶은데 또 모르겠네요.
쓰다 보면 어떤 고민을 녹이게 될지 저도 모르겠어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