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실제 경험담으로 대본 작성…"관객이 자기 이야기처럼 공감"
출연·창작진 기자간담회…"마당극처럼 편안하게 연기"
"관객과 함께 공연하는 느낌"…50대 흥행몰이 뮤지컬 '다시, 봄'
"배우와 관객이 함께 공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신기한 경험을 하는 중이에요.

"
8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다시, 봄'이 50대 장년층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며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19일까지 13회차 공연 중 9차례나 매진되는 등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로는 이례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다시, 봄'은 고등학교 친구인 중년 여성 7명이 버스 여행에서 사고를 당한 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22년 초연 후 이번에 3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극의 중심인물 진숙 역을 맡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최고참 배우 왕은숙은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출연진 및 창작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흥행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왕은숙은 "제 대사에 객석에서 "저도 그래요"라고 자기도 모르게 대답을 하는 관객이 있었다"면서 "초연 때부터 3연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이 더 공감을 잘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관객과 함께 공연하는 느낌"…50대 흥행몰이 뮤지컬 '다시, 봄'
특히 50대 중년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그대로 표현한 노래 가사가 배우와 관객을 더욱 진한 교감으로 이끈다.

왕은숙과 함께 진숙 역을 맡은 문희경은 "20대 여성 관객들이 '내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공연 내내 관객이 박수치고 응원하는 모습에서 관객과 거리감 없이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실제 경험담을 엮어 만든 대본도 흥행에 기여했다.

50대 배우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쓴 대본이 50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주효했던 것이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은 2022년 5월 '다시, 봄' 창작진과의 심층 인터뷰와 워크숍 등에서 자신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제작에 긴밀하게 참여했다.

강원 화천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50대 주민과 만나 인생 전환기를 맞은 중년들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작가, 연출, 작곡가 등이 이들의 인생을 대사, 이야기, 음악으로 녹여냈다.

총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지금의 50대는 과거의 50대와는 다르게 경제적 여유도 있고 문화 관람의 의지도 높은데 정작 볼만한 작품이 없다는 생각에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며 "단원들의 경험담과 50대 여성들의 실제 이야기를 대본으로 엮은 것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과 함께 공연하는 느낌"…50대 흥행몰이 뮤지컬 '다시, 봄'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시댁 뒤치다꺼리로 일생을 보낸 중학교 교사 은옥 역을 맡은 황석정은 "배우들의 연기 합이 워낙 좋다 보니 어떨 때는 꼭 마당극 연기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면서 "항상 쫓기는 기분으로 연기를 했는데 이번 작품은 마치 방에서 고구마를 먹는 그런 편안한 기분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성애 역으로 첫 뮤지컬 연기에 도전한 예지원은 "다른 배우들이 노래할 때 팬의 입장에서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다"며 "첫 뮤지컬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행운을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의 반환점을 돈 중년 여성들이 연대하며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야기 '다시, 봄'은 다음 달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스테이지에서 관객과 만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