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보다 낫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반신반의 기류
192석 범야 공세에 108석 단일대오 사활…"법사위원장 사수"

국민의힘은 16일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을 선출하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당내에선 일단 우 의원이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 대세론에 올라탔던 추미애 당선인을 꺾은 것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추 당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우 의원이 입법부 수장을 맡게 돼 국회 협상에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추 당선인보다 우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이 상대적으로 낫다"며 "선수도 있고 국회 경험도 많으니 의회 정치와 협치의 본령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우 의원이 그간의 의정 활동 과정에서 현재의 여당 원내 지도부와 접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대화하기가 수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 의원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를 지낼 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같이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상임위에서 교류한 인연도 있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가 사실상 장악한 민주당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우 의원이 '친정' 입김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국회의장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동시에 나왔다.

우 의원은 이날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국회란 대화하는 기류가 중요하다.

여야 간 협상과 협의를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중립이란 몰가치적이면 안 된다.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당직자는 "추 당선인에 비해 우 의원이 조금 더 기대해볼 만하다는 생각은 다들 갖고 있다"면서도 "민주당 상황이 있으니 그런 기대가 말짱 도루묵이 되거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與, 22대 국회수장 우원식에 기대·우려 교차…거야 대응책 고심
이처럼 우 의원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기류 속에서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92석 범야권이 특검법 등을 밀어붙일 경우 108석 소수여당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여론전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범야권은 180석(재적의원 5분의 3)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은 물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 등으로 각종 입법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 의원이 국회의장 직권상정 권한 등을 활용해 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힘을 실으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강성 일색인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상대로 물밑 대야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소수 여당으로서 유일하게 남은 수단 하나가 거부권과 108명 단일대오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2대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 180일 이내→법사위 90일 이내→본회의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아 실제 처리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만약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면 법사위 숙려 기간이 생략된 채 쟁점법안이 본회의로 직행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지켜내야 야당이 강행하는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여론전을 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했다.

與, 22대 국회수장 우원식에 기대·우려 교차…거야 대응책 고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