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 인프라 확대·업체 협조 없인 '공염불' 지적도

해외에서 반입되는 직접구매(직구) 물품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업계는 이번 조처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공습으로 흐트러진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대책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구체적인 추가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뼈대로 한 소비자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과 화재·감전 등의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유해 성분 등이 포함된 생활화학제품의 KC인증(안전인증) 또는 신고·승인을 받지 않으면 직구를 원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직구규제 환영, 기울어진 유통질서 회복기대…실효성은 글쎄"
중국계 플랫폼 등을 통해 들어오는 직구 물품의 안전 관리는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소비자 안전은 물론 전자상거래 유통 질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자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전기·생활용품, 어린이 관련 상품을 매입해 판매할 때는 반드시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제5조)과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제17조)에 근거를 둔다.

하지만 해외직구 물품은 지금까지 이런 규제 사각지대에서 방치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가 '역차별' 받는다는 비판의 근거가 됐다.

국내 판매자의 경우 해외에서 물품을 매입할 때 관세와 부가세에 더해 KC인증 취득 비용까지 부담하는 데 반해 중국 이커머스에서 취급하는 직구 상품의 경우 이런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양국간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력 격차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직구규제 환영, 기울어진 유통질서 회복기대…실효성은 글쎄"
초저가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탓에 국내 소상공인과 제조사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인식도 여기에 뿌리를 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역차별 구조가 어느 정도 시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국내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중국계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시장 경쟁 질서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회자한 게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였다"며 "오늘 정부에서 내놓은 일련의 대책이 무너진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해외 판매자에게 KC인증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 없을뿐더러 국내 통관 과정에서 KC인증이 없는 물품을 걸러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관세법(제237조)에 따라 국민 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집행돼오지 않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직구규제 환영, 기울어진 유통질서 회복기대…실효성은 글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 통관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력을 대폭 늘린다 해도 사전에 위해 물품을 다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를 비롯한 주요 해외직구 사업자가 정부 대책에 협조해 적극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일지도 미지수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3일 두 플랫폼과 위해 제품의 국내 유통·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자율 제품안전 협약을 체결했으나 이 역시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라는 업계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국내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결국은 판매자를 규율할 시스템이 필요한데 중국계 플랫폼이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할지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 대책과 관련해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제품 안전성 향상을 위해 지속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 상품은 판매자들에게 고지하고 삭제 조치하고 있으며 판매자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제품 안전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플랫폼이 되고자 판매자·상품 모니터링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