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적자인 이 보험…왜? [슬기로운 금융생활]
여러 보험 중 적자만 무려 2조 원에 달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실손의료보험입니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상품으로 국민 대다수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만큼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보험료만 해도 어마어마할텐데, 왜 지속해서 적자가 나는 걸까요?

◆ 손해율 100% 웃돌아 적자만 2조 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579만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만 건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료 수익도 1조2,000억 원이나 늘어난 14조4,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한 손해액과 실제 사업비를 제외한 보험손익은 1조9,700억 원 적자로 적자폭이 전년보다 4,400억 원 가량 증가했습니다. 보험사는 상품별로 손해율을 측정하는데, 지난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03.4%로 전년보다 2.1%p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실손보험은 출시된 시기에 따라 1세대에서 4세대까지 나뉩니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 일명 구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없는 것이 특징이고, 2017년 3월 이전까지 판매된 실손보험은 2세대, 선택형과 표준형으로 나뉘는 표준화실손으로 불립니니다.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실손보험은 주계약과 특약이 분리된 3세대, 2021년 7월 이후 판매된 실손보험은 '쓴 만큼 내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분류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3세대 실손보험의 경과손해율이 137.2%로 가장 높았고, 4세대가 113.8%, 1세대 110.5%, 2세대 92.7% 순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손해율 100%를 웃돌아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돈이 안 되는 보험'으로 전락했습니다.

◆ 비급여 주사·도수치료로 많이 나갔다

그렇다면 실손보험은 왜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 할까요. 문제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입니다. 실제 전체 실손보험금 중 약 35% 가량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급금으로 나타났습니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병원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과잉진료 우려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병·의원급에서 이뤄졌던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면서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끌어올린 바 있습니다.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대에 달하는 백내장 관련 보험금이 쏟아지면서, 보험사와 가입자간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었죠. 여기에 도수치료와 같은 근골격계질환 치료도 지급된 비급여 실손보험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습니다.

지난해에는 '비급여 주사료'가 손해율 악화의 새 주범으로 꼽혔습니다. 코로나 방역조치 완화 후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면서 비급여 주사료가 전체의 28.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최근 수술 없는 무릎 치료로 떠오르는 '무릎줄기세포주사' 관련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손해율 상승의 원인이 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습니다. 이어 도수치료와 같은 근골격계질환 치료, 질병치료 목적의 교정치료, 재판매가능치료재료와 하지정맥류 치료 등이 보험금 지급항목의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 정부, 실손보험 개혁 나선다



이처럼 매년 실손보험의 적자폭이 커지자, 정부가 직접 실손보험 개혁에 나섰습니다. 특히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은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실손보험 본연의 목적에 맞게 실제 진료받은 질병과 상해에 대해 적절한 보장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과잉진료와, 관행처럼 이어져오는 '의료쇼핑'을 근절한다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 세부 대안책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보건당국, 금융당국 등 관계부처, 전문가들이 논의해 내년 초까지 제도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실제 과잉진료를 넘어 성형수술을 도수치료로 둔갑시킨다거나, 미용시술을 비급여 주사제로 탈바꿈해 보험금을 타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의료기관과 환자간 '암묵적인 합의' 하에 이뤄지는 도덕적 해이로 보험금이 줄줄 새어 나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실손보험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조원 적자인 이 보험…왜?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