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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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추진한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더 받는’안이 과반수 지지를 받으면서 정부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악화일로인 재정 여건과 미래세대 부담을 감안하면 소득대체율 인상은 지속가능성이 없는 ‘개악(改惡)’이란 것이 정부 내부의 판단이다.

22일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발표된 연금개혁 공론화 최종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결과에 대해 정부의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논평보단 안을 받아보는 입장”이라며 “공론화 결과 나타난 국민의 생각을 존중하고 향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안건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미뤘지만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은 합계출산율이 0.7명대에 불과할 정도의 초저출산으로 미래 인구 구조 악화가 예견된 상황에서 ‘더 받는’ 안은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길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복지부는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가 시작되기 전인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 내고 더 받는(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1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 2안의 향후 누적적자 차이가 2700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기금고갈시점이 각각 2061년과 2062년으로 비슷하지만 미래세대 부담 관점에선 완전히 다른 안이란 것이 당시 복지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소득대체율 10%포인트를 재정 악화 없이 감당하려면 보험료율은 5%포인트가 높아져야 한다. 고갈이 예정된 지금보다 최소한 재정이 악화되진 않으려면 보험료율은 14%, 2안 수준에 맞추기 위해선 17%의 보험료율이 제시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재정 당국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더 받는 안을 지지하는 소득보장파 학자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1안 채택시 늘어나는 미래세대 부담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국고 투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기준으론 45조원, 2050년엔 10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국민연금에 대한 대규모 국고 투입은 고령화 여파로 빠르게 악화되는 한국의 재정 환경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란 것이 재정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을 더 내나 연금을 더 내나 국민 입장에선 조삼모사”라며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하면 중소득자,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데 그걸 받아드릴 바에는 차라리 국민연금을 포기해버리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기초연금 등 고령화에 따라 다른 복지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민연금에까지 국고를 투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국고는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