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비스는 ‘첨단 기술의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AI 기업이 빅데이터 학습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서비스하려면 고성능 반도체와 통신기술 등 수많은 기기와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AI 생태계의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곳이 삼성, SK, LG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이다. 글로벌 1위 AI 서비스 기업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음달 열리는 비공개 최고경영자(CEO) 행사에 삼성, SK, LG의 CEO 4명을 초청한 이유다. 한국 기업들도 MS와의 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MS와의 AI 협력은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하이닉스, MS와 AI 반도체 협력 논의할 듯"

글로벌 IT 거물 총출동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한국 테크 빅4’ 기업 CEO들이 다음달 14일부터 2박3일간 미국 MS 본사에서 열리는 ‘MS CEO 서밋 2024’에 참석한다.

MS CEO 서밋은 빌 게이츠 MS 창업자,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직접 챙기는 행사다. 한국 테크 빅4가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인 만큼 MS 최고위 경영진과 한국 기업 CEO들은 1 대 1로 만나 협업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경 사장과 곽 사장은 MS 경영진과 AI 반도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이 점점 고도화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AI 특화 반도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AI 추론(서비스)용 반도체인 ‘마하 1’과 ‘마하 2’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가 마하 1, 마하 2의 빅테크 납품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경 사장이 MS 경영진을 상대로 직접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MS는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큰손’이다. 경 사장과 곽 사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서버용 데이터 저장장치(SSD) 등 차세대 D램·낸드플래시 관련 ‘MS 맞춤형 제품’ 개발 방안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신·클라우드 협력

MS가 한국 기업에 적극적으로 세일즈해야 할 분야도 적지 않다. MS의 AI 서비스와 소비자들의 접점이 되는 스마트폰, 가전, TV 등 전자 기기 시장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꽉 잡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매년 3억 대가량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LG전자의 가전은 매년 1억 대 정도 팔린다. 그동안 판매한 물량까지 합치면 수십억 대에 이른다. MS가 자사 AI 서비스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기에 탑재하면 구글, 메타 등 경쟁사를 제치고 AI산업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과 MS의 협업 분야도 넓은 것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소프트뱅크, 싱텔 등 각국의 거대 통신사들이 참여한 ‘GTAA’(세계 통신사 AI 연합)를 주도하며 글로벌 통신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MS는 SK텔레콤 등 GTAA 회원사와의 협업을 통해 각 지역에 특화된 ‘로컬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유 사장은 MS 경영진과 AI 인프라부터 대규모언어모델(LLM)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