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 비단 부동산 PF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고금리 고물가 속에 이미 한계를 맞고 있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정부의 재정으로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데, 지금 나라 곳간 사정으로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보미, 전범진, 신용훈 기자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김보미 기자>

지난해 한국의 국가채무는 약 1127조원. 역대 최대치입니다.

GDP 대비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습니다.

해외 다른 나라들과도 비교해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에는 ‘일반정부부채’라는 지표를 사용하는데요.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율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축통화국과 우리나라를 같이 비교해선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우리나라의 적정 수준이었는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국가채무가 상당히 많이 늘었어요. 50%를 넘은 것도 사실은 적정수준에서 많이 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낮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판단됩니다.]

글로벌 주요국들과 달리 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건전 재정으로 돌아와야 할 적절한 때를 놓치면서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그 여파는 장기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입니다.

정부는 "재량껏 조정이 가능한 지출들을 최대한 줄여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입장.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무지출 내역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현행법상 매년 국세에서 약 21%를 떼어내 교육청에 지원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개편은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박정수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前 한국행정학회장): 우리나라는 전체 쓰는 돈의 50%이상이 의무지출입니다. 감사원의 지적도 있었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령인구 변화추이, GDP, 물가상승 3가지 요소를 반영해 손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재량지출, 의무지출 할 것 없이 어디든 새는 곳이 있다면 빈틈을 막아야 할 때라는 의미입니다.

[전범진 기자]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물가 상승세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자금투입이 무색하게 채소류와 가공품 가격이 급등중인 가운데, 중동 정세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올해 물가전망은 어두워져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대.

당초 지난달 3.1%를 고점으로 하락세에 진입할 것을 전망했지만, 국제유가와 환율이라는 변수가 부상하면서 이 같은 예상은 꺾이고 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적 긴장이 격화하며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7개월만에 1400원대를 터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환율은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유가는 모든 산업의 원가를 끌어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외 여건의 극적인 개선 없이는 3%대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여러 악재 속에 정부는 그나마 정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밥상물가를 잡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긴급 농산물 가격안정자금으로 2043억원을 투입했고, 물가가 충분히 잡힐 때까지 재정 투입을 무기한 지속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소비자 물가는 가공품과 식재료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32개 다소비 가공품은 1분기에만 6.1% 올랐고, 총선이 지나자 인상을 자제해왔던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로서는 물가를 통제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농산물 안정자금)2,000억원 갖고 물가 부담을 낮추는 거는 한계가 있고요. 선진국 같은 경우는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정을 많이 썼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라서 충분히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민들의 소비능력을 갉아먹고, 빈부격차를 키우는 물가상승.

물가의 상고하저 흐름속에 하반기부터는 밥상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덧 옅어지고 있습니다.

<신용훈 기자>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의 대출잔액과 다중채무자의 증가세도 하반기 경제위기설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세 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전년보다 3%가까이 늘었고, 연제율도 2.1%에서 3.2%로 높아졌습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 최근에 저축은행 같은 경우에는 부동산 PF 연체율도 많이 올라가면서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업체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소위 차환이라고 하죠. 기존의 부채를 롤오버하는 차환도 막힘으로써 향후에 연체율이 조금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취약 차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재정적자에 정책자금의 지원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가에게는 재정 부담을 서민에게는 상환 부담을 안기고 있는 대출중심의 정책금융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사실은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연명을 했지만 상황이 달라지면서 계속 사업을 한다고 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차주들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자영업자들이 자연스럽게 어떤 면에서는 폐업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도와주고 새로운 재기를 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하는 게…]

대출에 발목 잡혀 제대로 폐업조차 하지 못하는 한계차주들이 늘고있는 상황.

자영업자 대출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없는걸까?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관리가능한 수준이고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대비도 잘 돼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합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 금액 기준 (2금융) 연체율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4%를 넘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그 정도 규모면은 작년에도 이미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놨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는 위험에 대한 대비는 많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다중채무자라고 우리가 부르는데 여러 금융기관을 통해서 빌린 취약차주자의 채무 비중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습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는 취약차주의 부채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은행권으로 시스템적 리스크, 금융권 전반적인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사실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계차주들과 신용불량자들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양진성, 김영석, 이성근, 김재원

영상편집 : 김정은, 김나래, 이가인

CG : 심재민, 신현호, 손지영


김보미 기자·신용훈 기자·전범진 기자 bm0626@wowtv.co.kr
정책지원 절벽 온다…또다시 고개드는 경제위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