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아산시도 대응…서경덕 교수 "제작사에 항의 메일 보내"
문체부, '이순신 등장 도박게임' 파문에 "관계기관과 차단 조치"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을 소재로 만들어진 외국산 슬롯머신 도박 게임이 국내에도 불법 유통돼 파문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칼을 빼 들었다.

16일 문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순신' 도박 게임이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도 서비스되고 있어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국내에서 차단 조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도박성 게임을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사업자의 경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해 조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카지노 게임 개발사 '프라그마틱 플레이'는 지난해 9월 온라인 슬롯머신 게임 이순신(Yi Sun Shin)을 출시했다.

거북선, 활, 방패연, 대포 등이 그려진 문양을 돌려 게임머니를 따면 중국풍 갑옷을 입은 이순신 장군이 어색한 한국어 대사를 하는 도박성 게임이다.

프라그마틱 플레이가 만든 게임은 온라인 카지노 영업이 합법인 영국뿐만 아니라 국내 불법 도박 사이트 등에서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돈을 걸 수 없는 데모 버전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도 서비스 중이다.

프라그마틱 플레이가 만든 게임을 가져와 서비스하는 일부 사설 도박 사이트는 문제의 게임을 '애국 슬롯'이라며 유튜브에서 버젓이 홍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 '이순신 등장 도박게임' 파문에 "관계기관과 차단 조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나라의 역사적 영웅을 슬롯머신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건 명백한 잘못"이라며 "게임사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내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령에 따른 허가 없이 유통되고 있는 도박사이트는 종류와 방법 여하를 막론하고 모두 불법"이라며 홍보 영상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튜브 등 관련 사업자들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했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전날 주간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장군을 폄훼하고 불명예를 안기는 도박게임이 만들어진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공식적으로 문체부와 협의해 게임 회사에 항의하고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