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연기에 돌발상황도…무대의 '변수덩어리' 로봇·AI 어찌할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완성도 높이는 시간도 기술 따라 제각각…"변수 발생 가능성 인지해야"
연극에 출연하는 강아지 로봇이 울음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 "주인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자 제작진이 당황한다.
관객에게는 해프닝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제작진은 예상하지 못했던 걱정거리를 발견하고 머리를 싸맨다.
13일 공연계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공연이 늘어나면서 기술적 문제로 인한 돌발 상황 역시 늘어나고 있다.
공연 개막이 연기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나오는 상황에서 변수에 대처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 배우 '콜리'의 출연으로 연극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국립극단 '천 개의 파랑'은 지난 3일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개막 연기를 공지했다.
리허설 도중 로봇의 전원이 꺼지는 결함이 발생해 정상적인 공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립극단은 개막을 16일로 미루고 로봇의 회로를 재점검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문제의 원인이 됐던 회로 배치를 수정한 뒤로 차질 없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나, 공연 취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가게 됐다.
공연 제작자들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에 로봇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은 커다란 변수를 더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지난 5∼6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 무대에 오른 공연 '즉흥, 발현하다'에서 머신러닝 인공지능과 즉흥연주를 선보인 거문고 명인 허윤정은 공연 직전 리허설까지 인공지능의 상태를 살펴야 했다.
AI가 실시간으로 거문고 연주를 학습해 인간 연주자와 협업하는 장면을 연출하려 했으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연주에 목표했던 만큼 반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허 명인은 "리허설까지 되지 않던 부분이 본 공연에서는 비교적 잘 이루어져서 다행이었다"며 "연구원들이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인공지능을 컨트롤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직접 제작하지 않는 공연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지난해 강아지 로봇 '제로미'와 돌봄 로봇 '효돌'을 사용한 연극 '마이도그'는 연습 기간 제로미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제로미는 강아지 울음소리와 함께 "안녕하세요"를 비롯한 말을 하는 로봇이었는데, 로봇이 말하는 순간을 통제할 수 없어 내장된 음향 장치를 제거한 것이다.
장정아 작가는 "제로미가 공연 전에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해 극장 검표 요원이 로봇을 살피는 순간도 있었다"며 "로봇 통제에 어려움이 있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공연의 변수를 줄이려면 시간을 들여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얼마만큼의 준비기간이 필요할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시 짓는 인공지능 '시아'를 활용한 시극 '파포스 2.0'은 2021년 프로토타입이 개발된 뒤 2년간 완성도를 높이며 공연을 준비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부재' 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로봇 '에버6' 또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1년간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다.
'천 개의 파랑'은 지난해 12월 로봇 제작 계약을 맺은 뒤 3월 중순 로봇 제작이 완료됐다.
극단은 기획 단계부터 로봇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단계를 거쳐 연습 일정을 정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달 남짓한 연습 과정은 변수를 파악하고 대처하기에 짧은 시간이었다.
'파포스 2.0'의 연출을 맡은 김제민 서울예대 교수는 "공연에 기술을 융합하는 경우 어느 정도 기술적인 완성도가 올라온 상태에서 작업해야 안정적인 적용이 가능하다"며 "작품 제작 과정에 기술 개발 과정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도 예술에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등 공연에서 맡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창작자들은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는 없는 만큼 유연한 대응이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로봇·AI 제작자는 공연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연 창작진은 과학 기술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김 교수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술가나 기술자가 모든 위기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궁극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관객에게는 해프닝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제작진은 예상하지 못했던 걱정거리를 발견하고 머리를 싸맨다.
13일 공연계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공연이 늘어나면서 기술적 문제로 인한 돌발 상황 역시 늘어나고 있다.
공연 개막이 연기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나오는 상황에서 변수에 대처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 배우 '콜리'의 출연으로 연극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국립극단 '천 개의 파랑'은 지난 3일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개막 연기를 공지했다.
리허설 도중 로봇의 전원이 꺼지는 결함이 발생해 정상적인 공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립극단은 개막을 16일로 미루고 로봇의 회로를 재점검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문제의 원인이 됐던 회로 배치를 수정한 뒤로 차질 없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나, 공연 취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가게 됐다.
공연 제작자들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에 로봇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은 커다란 변수를 더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지난 5∼6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 무대에 오른 공연 '즉흥, 발현하다'에서 머신러닝 인공지능과 즉흥연주를 선보인 거문고 명인 허윤정은 공연 직전 리허설까지 인공지능의 상태를 살펴야 했다.
AI가 실시간으로 거문고 연주를 학습해 인간 연주자와 협업하는 장면을 연출하려 했으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연주에 목표했던 만큼 반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허 명인은 "리허설까지 되지 않던 부분이 본 공연에서는 비교적 잘 이루어져서 다행이었다"며 "연구원들이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인공지능을 컨트롤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직접 제작하지 않는 공연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지난해 강아지 로봇 '제로미'와 돌봄 로봇 '효돌'을 사용한 연극 '마이도그'는 연습 기간 제로미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제로미는 강아지 울음소리와 함께 "안녕하세요"를 비롯한 말을 하는 로봇이었는데, 로봇이 말하는 순간을 통제할 수 없어 내장된 음향 장치를 제거한 것이다.
장정아 작가는 "제로미가 공연 전에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해 극장 검표 요원이 로봇을 살피는 순간도 있었다"며 "로봇 통제에 어려움이 있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공연의 변수를 줄이려면 시간을 들여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얼마만큼의 준비기간이 필요할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시 짓는 인공지능 '시아'를 활용한 시극 '파포스 2.0'은 2021년 프로토타입이 개발된 뒤 2년간 완성도를 높이며 공연을 준비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부재' 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로봇 '에버6' 또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1년간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다.
'천 개의 파랑'은 지난해 12월 로봇 제작 계약을 맺은 뒤 3월 중순 로봇 제작이 완료됐다.
극단은 기획 단계부터 로봇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단계를 거쳐 연습 일정을 정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달 남짓한 연습 과정은 변수를 파악하고 대처하기에 짧은 시간이었다.
'파포스 2.0'의 연출을 맡은 김제민 서울예대 교수는 "공연에 기술을 융합하는 경우 어느 정도 기술적인 완성도가 올라온 상태에서 작업해야 안정적인 적용이 가능하다"며 "작품 제작 과정에 기술 개발 과정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도 예술에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등 공연에서 맡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창작자들은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는 없는 만큼 유연한 대응이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로봇·AI 제작자는 공연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연 창작진은 과학 기술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김 교수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술가나 기술자가 모든 위기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궁극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