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추가적립 필요한 상황"
"증권사 자본적정성 영향은 감내 가능한 수준"
나이스신평 "증권업계, 부동산침체 지속시 PF 추가손실 최대 1.9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국내 증권사들의 추가 손실 규모가 최대 1조9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신용평가사의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12일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국내 25개 증권사의 기적립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 2억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 하강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1조1천억원, 최대 1조9천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나신평은 시나리오 테스트를 통해 증권업계의 손실 규모 가정치를 이같이 도출했다.

먼저 시장가치를 반영한 손실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증권사가 보유한 국내 PF 익스포저(노출액) 중 엑시트 분양률을 달성한 본PF 사업장을 제외하고 토지와 건물 경매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작년 하반기 말부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 유도 등을 통해 증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에 대한 회계상 손실인식이 시작됐으나 본격적인 경매 사례는 크게 증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나신평은 "올해 들어 신규 경매 건수가 증가한 점과 현재 부동산PF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경우 경락가율(경매 물건의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율)은 작년보다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경락가율이 작년 평균치의 하위 40%를 유지하는 안을 1안, 하위 30% 유지를 2안, 하위 25% 유지를 3안으로 가정했다.

그 결과 시나리오 1안은 3조1천억원, 2안은 3조7천억원, 3안은 4조원의 손실 발생이 추정됐다.

이미 적립한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 2조원을 빼면 시나리오에 따라 1조1천억∼1조9천억원의 손실이 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예림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2023년 대규모 부동산 PF 손실을 인식했으나 현재 증권사 보유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감평가액 대비 대출금 비중과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경락가율 등을 기반으로 추가 손실 규모를 추정했을 때 아직 추가 적립이 필요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를 증권사의 자본규모별로 살펴보면, 초대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추가 적립 부담은 낮지만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익스포저가 큰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각각 자기자본의 3∼6% 규모를 추가로 손실 인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권사의 수익성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다만 가장 보수적인 3안 상황을 가정해도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영향은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지난 몇년간의 이익 누적으로 증권업의 자기자본이 확대된 가운데 대손충당금, 준비금을 적극적으로 적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PF 관련 우발부채, 대출채권, 사모사채 등 익스포저(노출액) 총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6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질적 구성을 보면 증권사의 중후순위 비중은 42%로, 타 업권(캐피탈 30%·저축은행 11%)보다 컸다.

또 80% 이상의 브릿지론 사업장과 약 30%의 본PF 사업장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른바 '4월 위기설' 등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에 대해 송기종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부동산PF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시스템의 핵심 영역인 은행과 대형보험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는 총자산 또는 자기자본 대비로는 크지 않고 제2금융권의 익스포저 규모는 개별 업권이나 회사 단위에서는 과도한 경우가 있지만 전체 금융 시스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이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고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이 지속되고 있기 문에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