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유리기판株…"AI 차세대 주자" VS "단기 테마"
필옵틱스·HB테크 등도 상승세
유리기판, 전력 덜쓰고 성능 높아
인텔·삼성전자 등 앞다퉈 도입
전문가 "상용화까지 오래 걸려"
유리기판은 기존 기판에 쓰인 에폭시 등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채용한 기판이다. 유기기판보다 데이터 처리량이 약 8배 많지만, 전력 소비는 절반가량 낮아 ‘꿈의 기판’으로 불린다. 열과 휘어짐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유리 특성상 압력과 외부 충격에 약해 수율이 낮고 비싼 게 단점이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먼저 쓰였으며 최근 반도체 산업용 유리기판 양산도 준비 중이다.
유리기판은 AI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고집적·고용량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유기기판만으론 불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에서다.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도 유리기판을 개발 중이다. 가장 빠른 곳은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로 올 하반기부터 유리기판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유리기판을 양산하는 업체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와 유리기판 조기 상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와이씨켐은 최근 반도체 유리기판용 핵심 소재 3종을 개발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필옵틱스는 유리관통전극(TGV)용 장비를 개발해 공급을 준비 중이다. 이 장비는 유리기판 내 미세 전극 통로 형성을 위해 구멍을 내는 데 쓰인다. 깨지기 쉬운 유리의 특성상 난도가 높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유리기판은 단기에 성과를 보긴 힘들지만 산업에 접목됐을 때 없던 시장이 생기는 것이니만큼 기대가 크다”며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은 2027~2030년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아직 실적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근 강세는 ‘AI 후방산업’ 테마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케이아이엔엑스(데이터센터), 비에이치아이(원전), 제룡전기(전력설비) 등이 급등락한 데 이어 유리기판이 그다음 테마로 부각돼 매수세가 몰렸다는 것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리기판이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현재 움직임은 단기적인 수급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현아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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