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21년 저온피해로 재해복구비 2311억원 투입
농가 50% 부담해야…저온피해 예방시설 설치 제자리
사과냉해 심했는데 예방시설 고작 2%…올해 예산편성도 안돼
지난해 봄 사과와 배 개화 시기에 심각한 저온 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했으나 이런 저온 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은 전국에 2%밖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농작물 저온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 관련 예산을 별도 편성하지는 않았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사과와 배 재배 면적은 각각 3만3천789㏊(헥타르·1만㎡)와 9천607㏊로 합쳐서 4만3천396㏊다.

이 가운데 작년까지 저온피해 예방시설이 설치된 곳은 1.1%인 494㏊에 불과했다.

이후 올해 447㏊(515개 농가)에 대해 저온피해 예방시설(방상팬·미세살수장치)이 새롭게 설치되는 중이지만 이를 모두 합해도 저온피해 예방시설이 설치된 사과밭은 941㏊로 전체의 2.2%에 그친다.

지난해 저온피해와 탄저병 등으로 인해 사과 생산량은 39만4천t으로 전년보다 30.3% 감소했으며 배 생산은 18만4천t으로 26.8% 줄었다.

이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 사과와 배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달 나란히 88%나 올랐다.

개화기 저온피해는 사과, 배 등의 생산에 큰 타격을 입힌다.

사과 등은 꽃이 피면 추위에 잘 견디지 못 해 수정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화기가 예년보다 빨랐는데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저온피해가 컸고 착과 수도 많이 줄었다.
사과냉해 심했는데 예방시설 고작 2%…올해 예산편성도 안돼
하지만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도 저온피해 등 재해 예방시설 설치 지원 예산이 따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올해도 사과 개화기는 지난해보다 늦지만, 평년보다 며칠 이를 것으로 전망돼 저온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재해 예방시설은 별도 예산이 없고 시설 현대화 예산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

농가가 신청하면 설치비의 50%를 지원하는데 농가도 나머지 50%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저온피해 시설 예산으로는 11억6천만원이 지원됐다.

농식품부는 2018∼2021년 3년 연속 농작물(10만8천608㏊) 저온피해가 발생해 재해복구비 2천311억원을 보조한 적도 있지만 그 이후로도 저온피해 예방시설 보급률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농가 자부담이 있기 때문에 보급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상팬(농작물 언 피해를 방지하는 송풍기)과 미세살수장치(농작물 언 피해를 막는 지하수 물뿌림 장치) 설치비용은 각각 ㏊(축구장 1.4개 크기)당 2천만∼2천500만원과 800만원이다.

이에 따라 농가가 미세살수장치를 설치하면 ㏊당 400만원을 직접 부담해야 하며 방상팬을 설치할 경우는 1천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농식품부는 사과·배 등 과일 가격 급등이 이슈로 떠오르자 지난 2일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년)을 발표하고 생산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해예방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으며 단기 목표치도 공개하지 않았다.

농식품부의 다른 관계자는 저온피해를 포함한 재해 예방시설 보급을 확대하려면 정부 지원 비율을 상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검토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이 70%로 높아지면 미세살수장치 설치 농가 부담은 120만원 정도로 내려간다.

방상팬도 농가가 600만원 이상 내면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해예방시설 설치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