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불만·통합효과 의구심 등 작용…12% 보유 신동국 회장 기여
'형제 재역전승' 한미 경영권 분쟁…소액주주가 승부 갈랐다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과 OCI그룹과의 통합을 놓고 창업주 가족이 벌였던 분쟁이 28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귀결된 것은 소액주주들의 전폭적 지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국민연금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 지지를 밝히면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열세에 놓였지만, 이것이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결집을 일으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주총에서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을 포함해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5명의 이사진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반면,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 등 송 회장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후보 6명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입성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모두 9명으로 구성될 한미사이언스 새 이사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가 5명으로 모친 송 회장이 이끄는 기존 이사 4명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

'형제 재역전승' 한미 경영권 분쟁…소액주주가 승부 갈랐다
이날 주총 직전까지 형제 측은 지분 확보나 법정 공방 등 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날까지 형제 측이 확보한 공개 우호 지분은 전체의 40.57%로 송 회장 모녀 측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약 43%보다 다소 열세였고, 앞서 OCI와 통합에 반대하며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해 '캐스팅 보터'로 불리던 국민연금의 송 회장 측 지지는 형제의 입지를 좁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 소액주주의 표심이 대거 형제 측으로 몰리면서 '재역전이 된 셈이다.

창업주 가족과 이번 주총에 앞서 형제 지지를 사전에 밝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 모녀 측 지지를 밝힌 한미사우회(0.33%)를 제외하고 이날 주총 의결에 참여한 소액주주 등 지분은 4.5% 정도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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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놓고 볼 때 이들 소액주주 대부분이 형제 측에 표를 몰아주면서 그 이전 2%포인트대의 격차를 뒤집은 셈이다.

이처럼 소액주주 표심이 형제 측에 기운 것은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의 지지 선언, '이종 기업'인 OCI·한미그룹 통합에 대한 의구심, 송 회장 경영 시기에 낮아진 주가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받아들여진 결과로 해석된다.

형제가 지분 경쟁에서 열세이던 지난 23일 형제 측을 공개 지지하고 나선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와 동향으로 30년 이상 오랜 인연을 맺어온 데다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해 표 대결의 '키맨'으로 불렸다.

신 회장은 모녀 측의 OCI와의 통합 추진에 대해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하며 통합 과정에서 임종윤 형제와 자신 등이 논의에서 배제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국민연금의 송 회장 측 지지로 임종윤 형제가 다시 열세에 놓이자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을 위한 투자와 한미의 미래, 나아가 한국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해달라"며 소액주주들에게 형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주가 하락도 소액주주들이 송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등을 돌리게 된 계기로 보인다.

2020년 8월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송 회장이 회사를 이끌며 그해 연말 7만~8만원대였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해 한때 3만원대 이하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소재·에너지 중심 기업인 OCI와의 '이종 기업' 간 결합 역시 국내 기업사에 유례없는 일로 주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도 이번 결과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종 기업 간 결합이 성공한 선례가 없었고, OCI가 부광약품을 인수한 이후 매출이 긍정적이지도 않았다"며 "소액주주들이 통합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본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