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CJ올리브영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CJ올리브영이 국내 1·2위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처음으로 ‘뷰티 매출 1위’에 올랐다. 화장품을 제조하지 않고 유통만 하는 플랫폼 업체가 제조사 매출을 넘어선 것이다. K뷰티의 산업 생태계가 대형 브랜드에서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 위주로 재편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년에만 매출 39% 급증

CJ올리브영, 뷰티 1위 등극
21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3조8612억원, 순이익 3551억원을 올렸다. 2022년에 비해 매출은 39%, 순이익은 72.7% 증가했다. 반면 2022년 국내 화장품업계 1·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뷰티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3조6740억원, 2조8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1%, 12.3% 줄었다. CJ올리브영의 매출이 두 회사 매출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리브영의 성장사는 국내 화장품업계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국내 화장품 유통채널의 대세는 ‘원브랜드숍’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를 필두로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 미샤 등 자사 제조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로드숍 등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온라인 채널의 성장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이 본격화하자 원브랜드숍을 운영해 온 대형 제조사는 위기를 맞았다. 이들이 휘청이는 동안 빈틈을 메운 건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 업체들이었다.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 업체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해 제조·판매·유통까지 해온 아모레퍼시픽 등과 달리 상품 기획을 제외한 나머지를 ‘외주화’했다. 제품 생산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 유통은 올리브영 등 ‘멀티브랜드숍’에 맡기는 식이다. 브랜드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대규모 제조설비나 유통채널 없이도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며 K뷰티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달라진 ‘K뷰티 생태계’

올리브영은 신진 중소·인디 브랜드의 성장세에 올라탔다. MD(상품 기획자) 경쟁력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K뷰티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저자인 박종대 우리밀 대표(전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는 “원브랜드숍과 달리 올리브영은 신진 중소 브랜드를 적극 수용해 트렌드에 맞춰 매장·상품 구성을 신속하게 바꾼 게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브영 입점 중소기업 브랜드 중 ‘클리오’와 ‘라운드랩’은 지난해 올리브영에서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 대표는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경쟁력은 물론 ‘바잉 파워’까지 갖춰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이라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 다이소 등이 위협 세력으로 꼽히지만 상품군과 콘셉트가 달라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