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신간 '지식인의 자격'서 주장
"지식인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할 수 있는 정직성"
미국의 지성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에 따르면 현대적 의미에서 '지식인'이라는 개념은 19세기 말 권력에 의해 자행된 대표적 인권유린이자 간첩 조작극인 드레퓌스 사건에서 유래했다.

작가 에밀 졸라는 유대인 포병대위 드레퓌스를 옹호한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논설을 신문에 발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글은 프랑스를 드레퓌스의 재심과 정의·진실을 요구하는 드레퓌스파와 군의 명예와 국가 질서를 내세우는 반드레퓌스파로 양단(兩斷)했다.

결국 재심을 통해 무고함이 입증되며 사건은 12년 만에 종결됐고, 지식인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지식과 정보 전달자에서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계층으로 발전했다.

"지식인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할 수 있는 정직성"
지식인에 대한 논의는 스탈린주의와 실존주의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던 1950~60년대에도 활발히 이뤄졌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저서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서 지식인을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중간에 낀 모순적 존재이자, 지배계급의 특수주의와 보편주의적 전문성 사이에서 항구적으로 싸우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식인은 이런 외적·내적 모순을 극복하며 끊임없이 보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인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할 수 있는 정직성"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신간 '지식인의 자격'에서 정의하는 지식인은 사르트르의 설명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는 지식인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이들은 어느 정도 지위에 따른 특권을 누리며 모종의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선택이란 권력 구조에 따라 제도화된 관습을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권력층이 내리는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과 "결과가 어떻든, 정직이라는 길을 따르는 것" 사이의 양자택일을 말한다.

그리고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촘스키 교수는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단순한 정직성"이 지식인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지식인은 보통 특권을 누린다.

특권은 기회를 제공하며, 기회는 책임을 부여한다.

그렇기에 지식인은 저마다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황소걸음. 강성원·윤종은 옮김. 18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