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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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행정안전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 보고에서 '대도시 은퇴자들이 인구 감소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이주단지 조성, 세제 지원 등 필요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방에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려우니 대도시 은퇴자들이 주거비용이나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고 지낼 마을을 조성해 지방 인구 감소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그저 이주단지만 조성한다면 대도시에 살던 은퇴자들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이동하진 않을 겁니다. 이러한 고민은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방 은퇴자 마을 조성 프로젝트인 '골드시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골드시티를 지방에 유치하되, 충분한 생활 SOC를 갖춘 대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에 준하는 문화생활, 여가생활, 병원시설 등을 갖춰야 대도시 은퇴자들에게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서울에 준하는 문화생활, 여가생활, 병원 시설 등을 이용하면서도 저렴한 주거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일단 문화생활과 의료 관련 시설은 지방 대학교와 연계하면 됩니다.

지방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점차 쇠퇴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원 같은 다양한 문화 체험 교육기관을 은퇴자들에게 개방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대학에도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조선대학교가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 추진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 연계형 은퇴자 마을(UBRC)도 중요한 사례입니다. 스탠퍼드 대학 등 100여 대학 캠퍼스를 이용해 은퇴자에게 주거와 교육시설을 제공하는 겁니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조성하면 지방대학 소멸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남해 독일마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해 독일마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대학병원이 같이 있다면 대학과 연계한 은퇴자 마을은 더욱 활성화할 것입니다. 만약 대학병원과 거리가 다소 멀어도 드론 택시와 같은 도심항공교통(UAM)을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은 자체 커뮤니티 시설이나 교내 버스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로 은퇴자 마을을 조성하더라도 일반 아파트단지보다는 유럽형 빌라나 단독주택 마을로 조성하면 외부 관광객이 찾아와 은퇴자들에게 소일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남해 독일마을이나 담양 프로방스 마을, 가평 스위스 마을 등이 좋은 사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치매가 걸리더라도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단지 내 의무시설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의 호그백 마을이 이러한 '치매 안심 마을'인데, 장기적인 시설 유지를 위해서라도 대규모 은퇴자 마을에 같이 조성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삶에서 남은 날 동안 주거지와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대도시 집을 팔고 은퇴자 마을을 분양받아 이주하면 즉시 종신형 연금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 됩니다.

지방 소멸을 막고자 대규모 은퇴자 마을을 조성한다면 은퇴자가 꼭 가서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어야 합니다. 주거와 생활, 의료와 복지 등이 모두 해결되어 안심하고 내 집에서 살 수 있어야 은퇴자 마을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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