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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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비트코인은 미국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반감기라는 강력한 호재에 힘입어 국내에서는 1억원이라는 상징적인 가격을 넘어섰다. 그러나 어김없이 '김치 프리미엄'이 증가하면서 조정장이 올 경우 한국 투자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초만 해도 1~3%대 머물던 김치 프리미엄은 현재 최고 10%대에 달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가상자산이 한국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 대비 유독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다. 한국 거래소에서 원화로 비트코인을 살 때와 해외 거래소에서 테더(USDT)와 같은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비트코인을 살 때의 가격 차이가 '김프 수치'다. 둘을 비교했을 때 국내 가격이 비싸면 '김치 프리미엄', 국내 가격이 낮으면 '김치 역프리미엄'이 된다.

지난 12일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약 79% 폭등하면서 1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해외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약 7만2100달러(9467만4500원)에 불과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자들에 비해 약 7% 비싼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이다. 15일 현재 김치 프리미엄은 10%대에 달해 국내 투자자들은 10% 이상 비싸게 비트코인을 사야 한다.

비트코인 외 나머지 알트코인들도 마찬가지다. 15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거래소 원화마켓에 상장된 알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등 대부분은 해외 시세 대비 10~11%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김치 프리미엄은 7~10%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크라이프라이스
올해 들어 김치 프리미엄은 7~10%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크라이프라이스

불장에서 치솟고 하락장에서 꺾이는 '김프'…이중손실 가능성

김치 프리미엄은 가상자산 시장에 '불장'(강세장)이 도래할 때마다 특히 두드러진다. 가상자산 투자가 비주류로 여겨지던 지난 2018년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최대 51%에 달하면서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아비트리지, arbitrage)'가 성행하기도 했다.

물론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거래소에서 다시 비싼 가격에 매도를 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김치 프리미엄이 가상자산이 상승세를 보일 때 크게 늘었다 하락세에 접어들면 수그러든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가상자산을 매수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자연스럽게 '이중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난 2021년 5월 19일 김치 프리미엄은 최고 약 25%까지 치솟았다가 한 달 뒤인 6월 19일 5.08%까지 하락했다. 해당 기간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비트코인 하락률은 약 16.6%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하락율은 3.3%에 그쳤다. 당시 비트코인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코인의 하락세에 더해 김치 프리미엄의 하락폭까지 손실로 떠안은 셈이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단기적인 수익을 얻으려고 거품이 가득 낀 가상자산에 투자를 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라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해외 거래소에 투자 기회가 있어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자금을 이체할 때도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일단 손해를 보고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해외 거래소에서는 원화로 가상자산을 살 수 없어 국내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구입 후 해외 거래소로 보낸 다음 원하는 가상자산을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치 프리미엄, 왜 생길까

김치 프리미엄은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다. 먼저 국내 시장의 비트코인 수급 불균형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국내의 경우 높은 전기세 등의 이유로 채굴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사, 법인 등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도 적어 국내 비트코인 보유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는 "해외에 비해 한국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이 상대적으로 적다"라며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수가 개인 투자자들이 가진 것보다 적다 보니 과수요가 발생했을 때 가격 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 등으로 인한 투자처 부족 현상도 가상자산 시장의 과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14일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연초 대비 1.7%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나스닥(+16.0%), 니케이(+14.8%)가 기록한 상승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이 기간 업비트의 UBMI(가상자산 시장의 표준 지수)는 70%가 넘어가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식과 가상자산은 같은 위험자산이지만 수익률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이나 가상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내 외국인 거래 금지, 차익거래 금지 등 규제도 김치 프리미엄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물론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이 타 국가에 비해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도리어 손실을 부추기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정부와 당국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 정비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욱 블루밍비트 기자 wook9629@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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