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14일 오전 9시 47분

대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을 잇달아 발행하자 ‘채권 개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마땅한 고수익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연 6~7%대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기업들도 기관들로부터 당초 기대했던 자금을 모으는 데 실패하자 개인투자자 공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개인들, 고금리 회사채 꽂혔다

"年 7% 이자 짭짤" 채권 개미, 신종자본증권 몰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28일 8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달 2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주문을 받았지만 480억원어치만 들어왔다. 신용도가 낮은 탓에 보수적인 기관투자가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를 ‘A-’(안정적)로 평가했다.

하지만 추가 청약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수요가 대거 몰렸다. 공모 희망 금리(연 6.2~6.8%) 최상단인 연 6.8%로 조달 금리가 매겨지자 미매각 물량 대부분을 개인들이 사들였다.

연 7.3%의 고금리가 책정된 CJ CGV 신종자본증권도 채권 개미들의 관심 상품이다. CJ CGV는 15일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열린 기관 수요예측에선 240억원의 주문만 확보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책정됐다. 신용도 우려 등으로 주문을 꺼린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연 7.3%의 고금리 메리트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년 뒤 조기 상환권이 부여됐다는 점도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다. 만기가 30년이지만 관행적으로 조기 상환권을 실행하는 신종자본증권 특성상 사실상 2년 만기 회사채와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투자위험 요소 꼼꼼히 따져야

개인투자자는 주로 증권사 소매판매 부서를 통해 비우량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매수한다. 우량 회사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성이 크다 보니 온라인 대신 증권사 창구 등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비우량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투자를 고려하는 개인투자자가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까지 하락하면서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리테일 담당자는 “증권사 수수료와 세금 등을 고려하더라도 연 6~7%대 이자 수익을 따박따박 낼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다”며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고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가 비우량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로 갈아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우량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조달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리테일 시장 공략에 더 신경 쓰고 있다. 15일 500억원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추가 청약을 진행 중인 푸본현대생명보험은 조달 금리를 기존보다 0.1%포인트 올린 연 6.9%로 확정했다.

다만 이들 상품은 신용도가 높지 않은 만큼 원리금 상환 여부 등 투자 위험 요소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는 재무지표가 악화한 기업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우려가 큰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AA급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등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