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가 쓴 책…"기괴한 책이 전하는 진정한 이야기 담아"
피로 쓴 책부터 사람 가죽 책까지…'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고서를 사고파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소년은 열 살 때 오래된 책이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살다 보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18세 때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런던의 한 경매회사에서 24시간 책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고, 25세 때에는 식비나 집세를 빼돌려 책을 사 모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영국의 작가 겸 다큐멘터리 작가인 에드워드 브룩-히칭은 그렇게 오랫동안 책에 미쳐 살았다.

그리고 자신처럼 책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했다.

그가 쓴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원제: The Madman's Library)은 그런 욕망에 충실한 작품이다.

"내가 자나 깨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 헤매는 책들은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들, 버려져 잊히고만 별종들이다.

이 책들은 너무 이상해서 어떤 범주에도 집어넣을 수 없지만 한 뿌리에서 나와 명성을 떨친 책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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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쓴 책부터 사람 가죽 책까지…'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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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이상한 책, 기이한 책, 심지어 꺼림칙한 책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중 혈서는 그나마 조금 보편적인 책이다.

중국 불교에선 사람의 피로 경전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필사하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혈서는 둔황 부근 밀폐된 동굴에서 발견된 4만폭의 두루마리 불경이다.

4세기~11세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혈서 전통은 현대에도 계승됐다.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1997년 60세 생일에 한 서예가를 불러 자기 피로 코란을 몽땅 필사할 것을 명했다.

이 서예가는 2년여간 후세인의 몸에서 뽑은 27리터의 혈액과 기타 화학물질을 화합해 605쪽 분량의 코란을 만들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나는 당연히 많은 피를 흘려야 했으나 실상 거의 흘린 적이 없다.

알라신의 은총이라 생각하며, 감사의 의미에서 그의 언어를 내 피로 써달라고 청했다.

"
후세인은 관영매체에 이렇게 쓰며 무병장수를 기원했지만, 그 끝이 좋지 않았다.

그는 사형 판결을 받고 교수형을 당했는데, 죽기 직전까지 코란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고 한다.

피로 쓴 책부터 사람 가죽 책까지…'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역사적으로 책 장정(裝幀)은 가오리·원숭이·타조·상어 등 여러 가죽으로 제작됐다.

가령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 스컹크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보아뱀 가죽으로, 멜빌의 '모비 딕'은 고래 가죽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더러 사람 가죽으로 만들어진 책도 나왔다.

기록된 가장 이른 인피제본서는 13세기에 등장했다.

한 여자의 피부로 제본한 라틴어 성경이다.

1600년에서 1800년대 후반에는 이런 책이 상당 부분 시장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 사형수의 시체로 만든 의학서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의학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과 사형수는 죽어서도 처벌당해 마땅하다는 인식에서 이런 일이 자행됐다.

수많은 사람이 죽은 프랑스 혁명기에는 인피 가죽 책을 넘어 인피 액세서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피로 쓴 책부터 사람 가죽 책까지…'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저자는 이 밖에도 비속어만 모아둔 사전, 급할 때는 변기로 쓸 수 있는 책, 입을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책, 너무 작아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책, 너무 커다란 책, 암호로 이뤄진 비밀스러운 책, 비인간 생물들과 소통한 기록을 모은 책 등 다채로운 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기괴하고 이상한 책이 더 많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책들이 진정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실이다"고 말한다.

피로 쓴 책부터 사람 가죽 책까지…'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갈라파고스. 최세희 옮김. 29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