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후폭풍…"방카도, ELB도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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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이하 ELS)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이 잇따라 ELS 판매를 중단하면서, 주력으로 취급할 만한 대체 금융상품군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나마 예적금 이외에 방카슈랑스나 공모펀드,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ELD(주가연계예금) 등이 거론되긴 하지만,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경우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이 대부분이라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상품 경쟁력이 떨어졌고 IFRS17(새국제회계기준)에서 불리하게 적용되면서 보험사들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방카슈랑스 판매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2,575억원으로 전년대비 20% 가까이 급감했다. 개별사로 보면 우리은행이 1100억원에서 740억원으로 33.2% 줄었고, KB국민은행에 1,310억원에서 1,020억원으로 22.1%, 신한은행이 399억원에서 349억원으로 12.5%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14.7% 늘었다.
공모펀드 역시 쉽지 않다.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다보니 펀드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ELB, ELD 등 기타 파생상품 판매도 이미 금융소비자들의 경계감이 한껏 커진 상황에서 취급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에서는 “워낙 죄인 취급하다시피 하니까 어떤 투자 상품도 쉽게 권하기 힘든 분위기”라며 “설령 ELS판매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솔직히 팔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비이자수익 강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은행권으로선 운신의 폭을 좁힌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사실상 예적금을 찾는 고객들만 응대해야 하는데, 예적금은 이미 모바일앱을 통해 가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맞춤형 자산관리나 기업금융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이번 이슈로 일정부분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보미기자 bm0626@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