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검복 입고 주총 갔던 소액주주들…이젠 경영권 '캐스팅 보트'로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1400만 개미 존재감, 주총 앞두고 부각
소액주주 위한 플랫폼도 등장
그동안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에서 소외되거나 패배해왔습니다. 그래도 단순한 주식이 아니라 경영권의 한 표를 가진 사람들로서, 권리찾기 운동을 멈추지는 않았지요. 그러다 최근 일어난 두 가지 바람이 소액주주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저PBR주 살리기로 대변되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또 하나는 소액주주연대 플랫폼의 등장입니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슈퍼개미 없이는 결집이 어려웠습니다. 헌데 최근에 소액주주연대 전자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흩어진 개인의 표들이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상법상 지분율이 1% 이상이면 대표소송을 할 수 있고, 3%가 넘어가면 회사의 회계장부 열람 뿐 아니라 주주총회 소집도 가능합니다. 소액주주들이 뭉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각 회사의 소액주주연대 지분율이 괄목할 정도로 늘기 시작한 겁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이 플랫폼 한 곳에만 20개 기업에 주주제안이 제출됐습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 이화그룹 3사 뿐 아니라 삼목에스폼, 디에스케이, 알파홀딩스, 캐스텍코리아, 휴마시스, 대양금속, 오로라, DMS, DI동일, 아난티 등에도 주주제안이 제출됐습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모인 소액주주 지분율이 10%을 넘게 되는 회사도 (2월 29일 기준) 16곳에 이릅니다.
사실 그동안 소액주주분들 만나서 이야기 듣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 자본시장에 깜깜이 경영하는 곳도 많고요. 기자들이 많이 안 가는 작은 기업 주총은 정말로 용역들이 너무 대놓고 자리잡고 회사 편을 들어서, 방검복을 실제로 사서 입고 갈 정도로 환경이나 인식이 열악한 곳이 아직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밸류업 바람을 타고, 주주자본주의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많아 보입니다. 개표나 검수 과정이 더 투명해져야 하고, 좀비기업이 무자본M&A의 도구로 쓰이지 못하도록 하려면 퇴출될 기업은 빨리 퇴출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주주들이 더 많이 뭉쳐야겠죠.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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